강유원(지음), 《철학 고전 강의―사유하는 유한자 존재하는 무한자》, 라티오, 2016.
첫 시간 요약
철학은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존재론'(ontology)이다. 존재론은 세계의 근본 원리를 찾으려는 시도로서,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검토하기 위해 철학 고전 텍스트를 읽는다. 텍스트를 읽을 때는 자신이 무지한 상태임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철학의 탐구 대상은 세상의 모든 것—희랍어 'ta onta'—이다. ta onta, 세상의 모든 것,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탐구는 존재론이다. 제일철학이라고도 하는 존재론은 철학과 근원적으로 같은 말이다. 넓은 의미의 존재론에는 형이상학과 좁은 의미의 존재론이라는 두 가지 하위 영역이 있다. 형이상학은 인간의 감각적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것'을 다루고, 좁은 의미의 존재론은 초월적인 것을 제외한 감각적인 것을 다룬다. 형이상학은 아주 오래된 학문 분야이므로 '전통적 형이상학'이라 일컫는다. 전통적 형이상학은 우주론, 영혼론, 신론의 세 영역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영역 형이상학'이라고도 한다. 이들 영역에 관철되어 있는 원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사변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그에 따라 '사변 형이상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공부하는 것은 철학의 전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적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다. 헤시오도스는 서구 존재론의 씨앗을 보여주었으며,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 만물을 법칙에 따라 질서짓고 설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플라톤은 '좋음'이라는 초월적 형상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그 위에 인간과 공동체를 세우려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각에서 시작하여 부동의 원동자에 이르는 완결된 체계를 구축했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자기의식과 초월적 신을 진리 형성의 주요한 요소로 내세웠다. 칸트는 종래의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도덕적 명령이 요구되는 지점에서 '장래의 형이상학'을 구상했다. 헤겔은 유한자인 인간이 역사성을 매개로 무한자의 입장에 올라선다고 하는 역사 형이상학 또는 역사 존재론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개관을 염두에 두고 텍스트를 읽어 나가는데, 이때 가져야 할 태도는 '무지의 지', 즉 자신이 무지한 상태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플라톤은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무지의 지를 세 단계로 나누어 말한다. 첫째 단계는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는 무지의 무지 단계이며, 둘째 단계는 특정한 분야의 앎은 가지고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려면 셋째 단계인 자신의 무지를 철저히 자각하는 무지의 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내세우는 무지의 지는 인간이 자신의 삶과 그것에 결부된 앎 전체를 철저하게 다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전면적으로 다시 형성해 나갈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존재론적 결단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지의 지라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철학의 근본이 되는 형이상학과 존재론의 텍스트를 읽고 익히는 것. 이것은 근본학을 통해 자신의 앎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존재론적 결단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