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상담 -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식물 집사들을 위한 안내서
강세종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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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상을 즐겁게 보내려면 뭘 하면 좋을까.'


궁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식물 가꾸기다. 결심을 굳힌 후 나는 식물 관리 강의를 들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덕분에 이제 분갈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근처 공공기관 옥상을 빌려 상자 텃밭에 상추, 케일, 쑥갓 같은 쌈채소도 심었다. 근래 비가 많이 온 덕분에 쌈채소가 무럭무럭 자라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고민이 생겼다. 식물 관리 강의 때 화분에 옮겨 심어 베란다에 둔 몬스테라 잎 색깔이 싱그러운 초록빛에서 연두빛으로 변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끙끙 앓다가 고른 책이 바로 '식물 상담'이다.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식물 집사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에서 보듯 '식물 상담'은 이제 막 식물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식집사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서울 성북동에서 플라워,가드닝숍 '가드너스와이프'를 운영하며 가드닝스쿨을 통해 1천 여명의 수강생을 가르친 베테랑 가드너다. 


"가드닝은 식물과 나누는 대화"라고 강조하는 이 책은 가드닝의 ABC를 초보 식집사의 눈높이에 맞게 친절하고 쉽게 설명한다. 


중간중간 식물 시진을 적절하게 배치해 이해하기 쉽다. 특히 각종 병충해에 노출된 식물 사진과 함께 관리 방법을 자세히 알려줘 도움이 될 듯하다.


'식물 금손' 또는 '그린 핑거'는 거실이며 베란다를 식물원처럼 가꾸고 죽어가는 식물도 마법처럼 살려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그린 핑거는 거저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식물도 정성을 쏟아야 건강하고 예쁘게 자랄 수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자라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식물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초보 식집사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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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 오래된 골목길에서 바라본 서울, 그 30여 년의 기록
김인수 지음 / 목수책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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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책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이 책의 주제가 한 문장에 다 들어가 있다. 


이 책은 건축,조경가이자 도시경관 기록자인 김인수 선생의 서울 골목길 답사기다. 30여 년간 발품 팔아 서울의 골목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단정한 글솜씨가 곁들여져 벽돌책(?)임에도 단숨에 읽었다. 


어느덧 서울살이 30년. 어릴적 동네 언니, 동생들과 뛰어놀던 골목길, 학창시절 버스 안에서 내다보던 달동네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접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그 시절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추억여행에 빠졌다. 


이 책에 소개된 골목길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눈 앞에 산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골목길을 누볐지만 나는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산을 특별하게 바라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높은 계단, 구부러진 좁은 길, 걷기에 불편한 길 등 골목길은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올 만한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곳이 지형이나 풍경과 연결될 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가 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산이 보이는 풍경이 골목길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강북, 강남 할 것 없이 오래된 주거지는 죄다 헐리고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 말은 기존의 산을 포함한 지형이나 도시공간구조가 파괴되면서 새롭게 변해 서울의 역사문화공간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김인수 선생은 "서울을 1000년 역사문화도시로 세우려면 산 풍경을 회복하고 지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반문한다. "왜 한옥은 유명 관광지가 되어 가는데 청계천 골목길은 없어져야 하는가?"


"한옥이든 골목길이든 오랜 기간 도시에 존재하는 공간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삶의 흔적은 단순하게 지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관광지만 남게 되는 도시는 어찌 보면 '장소의 영혼'이 없는 죽은 도시다." 


김인수 선생이 '세운상가 산림동' 편에서 소개한 사진가,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나라 곳곳을 더 잘 알고 있는 후지모토 다쿠미의 사진책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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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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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악의'를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 등 그의 전작을 읽을 때마다 '이 정도 써야 추리소설가라고 할 수 있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게 생각난다.


'악의'는 읽은 후 여운이 길게 남았던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설은 인기 소설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살해된 사건을 두고 히다카의 어릴적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용의자 노노구치 오사무와 가가 형사가 치말하게 두뇌싸움을 벌이는 내용이다.


노노구치가 쓰는 사건에 대한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 독백이 맞물리는 형식이다. 일찌감치 노노구치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소설은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동기를 밝혀내는데 집중한다. 


범행의 동기는 한 마디로 '악의' 때문이다. 노노구치가 왜 히다카에게 악의를 품게 됐을까. 가가 형사는 두 사람과 학창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의 증언과 자신이 교사 생활을 접고 형사로 전직한 계기가 된 사건 등을 토대로 추리하며 악의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쓴다.


하지만 악의의 실체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유 없는 악의도 있는 법이니까. 나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노노구치가 살인을 결심할 만큼 히다카에게 원한을 갖게 된 이유가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인간의 마음만큼 복잡미묘한 게 또 있을까. 인간의 마음을 꿰뚫고 끈질긴 수사와 추리로 범행의 이유를 밝혀내는 가가 형사의 활약상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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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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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싱크대 수도관이 새는 바람에 부랴부랴 배관을 새로 하고 싱크대를 바꿨다.

깨끗해진 부엌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여러 가구들로 비좁은 방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결국 방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기우뚱 거리는 높낮이 조절 책상을 없앴다.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가려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서립장도 버렸다. 대신 원목으로 만든 서립장을 새로 구입해 책상이 있던 곳에 놓았다. 


내친김에 밑단이 찢어진 커튼도 차르르한 감촉의 크림색 커튼으로 바꿨다. 한층 넓어진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대방석을 깔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따뜻한 캐모마일차, 재밌는 소설책과 함께 하노라니 '이것이 호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른 봄, 집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불쑥 생겼다. 때마침 읽은 '건축가가 지은 집'은 관심에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다. '가구 좀 바꿨을 뿐인데 내 시간, 내 삶이 새로워지다니' 신기했다. 


정성갑 작가가 책에서 차근차근 소개한 집들의 외관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온기가 느껴졌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마음을 쓰고 노력한 흔적이 집안 곳곳에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작가가 책의 머리말에 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내게 꼭 맞은 집이 생기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소박해지고 단순해집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그저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면 충분하다는 생각. 그러다보면 더 이상 바깥으로 눈돌리지 않고 내 집에서 건강하고 가치있게 살 계획을 하게 되지요. 비로소 온전히 나로 사는 챕터가 시작되는 겁니다."


책에서 김대균 건축가가 한 말도 되새겨볼 만하다.


"오직 집에서만 온전한 나로 살아가지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내가 보이고 나로 잘 살면 그것이 행복한 인생이지요."


"집을 잘 가꾼다는 건 내 일상을 잘 채운다는 것과 같은 의미지요."


집 짓기를 꿈꾸는 분들 뿐만 아니라 집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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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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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 책은 배우 겸 감독 스탠리 투치의 음식 에세이다. 음식을 매개체로 '60년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줄리 앤 줄리아'로 익히 알려진 스탠리 투치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탈리아인 부모를 둔 그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영국을 오가며 생활했고 여러 나라로 영화 촬영을 다닌 덕분에 다양한 요리를 섭렵했다. 


그가 가진 요리 실력의 뿌리는 조부모와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가족 레시피다. 책 중간중간 스탠리 투치의 요리 레시피를 자세히 소개하는 덕분에 입에 군침이 도는 건 물론이고 당장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가장 귀한 유산은 가족 레시피일 것이다. 물리적인 유산처럼 레시피도 우리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왔는지 상기시켜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에서 온 또 다른 민족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다"(p101)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즐겨 봤던 TV 요리 프로그램 '프렌치 셰프' 옛 방영분을 여러 해가 지나 부모님 집에서 우연히 시청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흑백 영상 속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가 인사말 하는 모습을 보자 엄마와 함께 했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자신이 하는 일에 행복해하는 줄리아의 모습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p145)


나라마다 다른 촬영 현장의 케이터링 서비스, '줄리 앤 줄리아'에 함께 출연했던 메릴 스트립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작은 식당에서 있었던 '말고기 사건' 등 웃음짓게 만드는 부분이 적잖다. 


스탠리 투치는 세계 곳곳에 단골 식당이 있는데 '혼자일 때는 레스토랑을 제 집처럼 여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요리사 친구가 있는 것이 특히 부럽다. 


인스타그램에는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릴스가 쉼 없이 올라온다. 스탠리 투치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일까. 


"음식은 내 삶의 큰 부분이 아니라 내 삶의 전부였다. 음식은 나를 땅에 붙잡아 놓았고 다른 곳으로도 데리고 갔으며 나를 위로했고 힘들게도 했다. 또 나의 창의적인 자아와 가정적인 자아를 구성하는 직물의 일부였다.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사랑을 표현하게 해줬고 사랑하고픈 새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해줬다"(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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