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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지난 2월 싱크대 수도관이 새는 바람에 부랴부랴 배관을 새로 하고 싱크대를 바꿨다.
깨끗해진 부엌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여러 가구들로 비좁은 방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결국 방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기우뚱 거리는 높낮이 조절 책상을 없앴다.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가려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서립장도 버렸다. 대신 원목으로 만든 서립장을 새로 구입해 책상이 있던 곳에 놓았다.
내친김에 밑단이 찢어진 커튼도 차르르한 감촉의 크림색 커튼으로 바꿨다. 한층 넓어진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대방석을 깔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따뜻한 캐모마일차, 재밌는 소설책과 함께 하노라니 '이것이 호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른 봄, 집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불쑥 생겼다. 때마침 읽은 '건축가가 지은 집'은 관심에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다. '가구 좀 바꿨을 뿐인데 내 시간, 내 삶이 새로워지다니' 신기했다.
정성갑 작가가 책에서 차근차근 소개한 집들의 외관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온기가 느껴졌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마음을 쓰고 노력한 흔적이 집안 곳곳에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작가가 책의 머리말에 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내게 꼭 맞은 집이 생기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소박해지고 단순해집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그저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면 충분하다는 생각. 그러다보면 더 이상 바깥으로 눈돌리지 않고 내 집에서 건강하고 가치있게 살 계획을 하게 되지요. 비로소 온전히 나로 사는 챕터가 시작되는 겁니다."
책에서 김대균 건축가가 한 말도 되새겨볼 만하다.
"오직 집에서만 온전한 나로 살아가지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내가 보이고 나로 잘 살면 그것이 행복한 인생이지요."
"집을 잘 가꾼다는 건 내 일상을 잘 채운다는 것과 같은 의미지요."
집 짓기를 꿈꾸는 분들 뿐만 아니라 집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