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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 오래된 골목길에서 바라본 서울, 그 30여 년의 기록
김인수 지음 / 목수책방 / 2024년 10월
평점 :
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책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이 책의 주제가 한 문장에 다 들어가 있다.
이 책은 건축,조경가이자 도시경관 기록자인 김인수 선생의 서울 골목길 답사기다. 30여 년간 발품 팔아 서울의 골목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단정한 글솜씨가 곁들여져 벽돌책(?)임에도 단숨에 읽었다.
어느덧 서울살이 30년. 어릴적 동네 언니, 동생들과 뛰어놀던 골목길, 학창시절 버스 안에서 내다보던 달동네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접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그 시절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추억여행에 빠졌다.
이 책에 소개된 골목길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눈 앞에 산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골목길을 누볐지만 나는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산을 특별하게 바라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높은 계단, 구부러진 좁은 길, 걷기에 불편한 길 등 골목길은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올 만한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곳이 지형이나 풍경과 연결될 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가 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산이 보이는 풍경이 골목길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강북, 강남 할 것 없이 오래된 주거지는 죄다 헐리고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 말은 기존의 산을 포함한 지형이나 도시공간구조가 파괴되면서 새롭게 변해 서울의 역사문화공간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김인수 선생은 "서울을 1000년 역사문화도시로 세우려면 산 풍경을 회복하고 지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반문한다. "왜 한옥은 유명 관광지가 되어 가는데 청계천 골목길은 없어져야 하는가?"
"한옥이든 골목길이든 오랜 기간 도시에 존재하는 공간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삶의 흔적은 단순하게 지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관광지만 남게 되는 도시는 어찌 보면 '장소의 영혼'이 없는 죽은 도시다."
김인수 선생이 '세운상가 산림동' 편에서 소개한 사진가,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나라 곳곳을 더 잘 알고 있는 후지모토 다쿠미의 사진책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