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정해연 외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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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있어서 ‘최애’란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이다. 동시에 공기나 물처럼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현실의 힘듦을 견디게 해주는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나의 ‘최애’ 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단편소설집 <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속으로 들어가본다.


블링블링한 느낌의 밝은 표지와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책 속에는 강렬한 스릴러, 판타스틱한 SF, 심장을 뛰게 하는 액션과 으스스한 느낌의 오컬트까지.. 4인 4색의 단편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각 단편들의 내용을 좀 살펴보자면,


<아이돌 그룹 러비쥬 살인 사건>


데뷔한 지 2년된 여자 아이돌 그룹 러비쥬가 음악 프로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찾은 곳은 바로 한적한 곳에 자리한 예쁜 펜션... 모두들 한껏 들떠있었지만 다음날 끔찍한 장면이 목격되는데!


<엔딩 요정의 비밀>


그룹 일루언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멤버가 아닌 선유.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AT37 행성에서 촬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촬영... 과연 어떤 음모와 계획이 숨어 있는 걸까?


<PMC 아이돌>


무려 5년 동안이나 데뷔를 하지 못한 멤버들을 이끌고 있는 임실장.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회장에게 PMC라는 이름을 내건 밀리터리 아이돌 그룹을 제안하게 되는데...


<눈물을 마시는 요괴>


대대로 악귀를 퇴마하는 퇴마객의 집안에서 태어난 한지안은  몇 년 간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게된 지안은 묘한 요괴의 파장을 느끼게 되는데....


<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는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고, 염려하는 아이돌들과 그들이 활동하는 삶의 현장을 색다른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게 해준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멤버들끼리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갑질 대마왕일 수도 있다.


아니면 너무 평범하기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온 몸을 불사르는 투지를 보여야 겨우 인정을 받을 수 있거나 미래에서 오고 있는 나의 ‘최애’는 지금은 아예 데뷔조차 못한 채 절망을 곱씹고 있을 수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작가들의 역량이 빚어낸 4편의 단편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아이돌’을 소재로 이렇게 심장 쫄깃하고 엉뚱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 있다니 놀랍다.


BTS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대에 어쩌면 아이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고 적절한 일일지도... 나의 사랑스러운 ‘최애’를 떠올리게

만드는 단편소설집 <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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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XXX였던건에대하여 #정해연 #김아직 #정명섭 #박지선 #현대문학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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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부동산 ㅣ 기기묘묘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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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서에 서명하시겠습니까?"


불닭볶음면 소스를 찍먹하는 듯한 매콤함이 있는

괴이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청국장을 연상시키는 듯 구수한 민속설화의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는 소설 <기기묘묘 부동산>


기괴하고 소름 돋는 장면들도 있으나 곳곳에 배치된

감초 같은 캐릭터들과 작품 전체에 스며든 해학 덕분에

재밌었다. 무서운데 묘하게 코믹하고 감동도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평생을 불운과 함께 사는,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 연준이 있다.

그는 우연히 귀구인 ”단야“를 중심으로 한 괴이들 무리에 

얽히게 되고 결국 ”귀구 부동산“에 합류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어떤 인연일까?


고시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청년 연준은 힘든 인생을 상담받기 위해 

산속 절에 있다는 법호 스님을 찾는다. 그러나 그날 괴물처럼 변한 주지 스님의 

공격을 받고 여기서 생을 마감하나... 하던 그때. 홀연히 나타나 그의 목숨을 

구해준 여인..  그녀가 괴이라고?


저승사자도 아니요, 사람을 홀리는 삿된 귀신도 아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괴이들을 관리하는 귀구인 대장 ”단야“

그녀는 귀구 부동산을 운영하며 인간이 되고 싶은 괴이들에게

더 이상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들의 껍데기를 임대한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바로, 연준의 등에 달라붙은

잡귀들... 틈만 나면 연준의 등 뒤에서 쩝쩝댄다.

잡귀들은 무슨 맛일까? 평소에 나처럼 식탐이 있는 독자들은

매우 궁금한 상황.....


그러던 어느 날, 한 낚시터에서 인간의 덩치만큼 거대한

메기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낚시터를 관리하는 주인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서 단야와 차귀 그리고

연준이 나서게 되는데.....


일단 드라마 ”동궁“의 꺼먹살이를 연상시키는 존재인

괴이 대장 단야. 서늘한 기운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다.

그녀 곁에는 차귀라는 괴이가 늘 함께하는데, 어쩐지 연준을

싫어하는 듯하다.. 그리고 귀구 부동산에는 기영과 금두꺼비가

감초처럼 재미를 더한다.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는 단야도 어쩐지 연준 앞에서는 조금

약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연준이 제공하는 맛있는 (?) 잡귀 간식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과거의

인연은 독자들에게 먹먹함을 선사한다.


책은 또한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저승 말고 또 괴이 세계라는 곳이 있다니... 그리고 염라대왕보다도 더 힘세고 

강력한 존재가 또 있는 걸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있는 괴이와 괴이 세계“ 

상상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괴이들이 모여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귀구 부동산 이야기인 <기기묘묘 부동산>

매운맛을 전하는 괴담과 인간적인 느낌의 민속 설화 그 중간

어디쯤에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기기묘묘부동산 #박혜연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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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
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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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간관계와 직장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때 서점에 가면 무조건 심리학 책 위주로 구매했었다. 원래 삶이란 부딪혀가면서 배우는 게 맞지만 심리학 서적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심리학 책들은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지혜라는 보물이 가득 들어간 ‘보물 창고’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책들을 통해서 나 자신의 이상한 점 (?)을 많이 깨달았고 다른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심리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많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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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책들이 좀 진지하게 지식 전달을 하는 쪽이었다면, 이 책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는 오히려 지식보다는 종교적인 깊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전달하는 쪽인 것 같다. 마치 오래 묵힌 된장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와 같은 슬기로운 지혜가 느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오랫동안 상담을 해왔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어느 정도 인간사에 통달했기에 경건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진리를 엿본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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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치 인생의 초년, 청년, 중년 그리고 노년 시절을 가리키는 듯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4개의 장으로 나뉜다. 오랫동안 심리학을 연구하고 상담가로 일하면서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겠는가? 정말 다양한 주제의 글이 실려 있다. 인간관계, 자존감, 사람들과의 거리감, 부부간에 지켜야 할 일 등등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삶을 어떻게 잘 살지에 대한 글이 있는데, 특히 나이가 지긋하실 것 같은 저자가 ‘재미’를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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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당당하지만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자잘한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재미있는 친구를 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47쪽에는 유학 시절 목표만 추구하고 소소한 일상을 누리지 않는 한국인들을 비난하는 외국인 친구의 뾰족한 말에 충격을 받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결국 인간이란 재미있게 살면서 훈훈한 온기를 나누며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50쪽에는 만나는 남자가 소위 ‘재미’가

없다는 한 여성의 푸념이 실려 있다. 어쩌면 '소통' '여유' '유머' 등등 많은 부분이 이 '재미'라는 단어 안에 들어있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좀 더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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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 책에는 뭔가 '차가운' 전문 지식보다는 “슬기로운” 삶의 지혜가 많았다는 점. 예를 들어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거리 조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글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싶다. 그뿐만 아니라 남의 허물을 찾을 시간에 스스로의 허물과 약점을 진지하게 살피는 태도를 가지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글도 무척 공감된다. 또한 인간은 관계에서 시작해서 관계에서 끝나는 존재라는 문장도 진리 그 자체라서 빛이 난다는 느낌이다. 모든 글이 지혜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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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또 좋은 이유는 바로 저자가 가르치려는 태도보다 스스로의 허물을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삶에서 깨달은 지혜를 말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젊었을 적에는 무척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살았을 것 같은 저자. 그러한 인성 덕분에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겠지만 뭔가 2% 빠진 듯한 심심한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어깨에 힘을 빼고 좀 더 가볍고 소탈하게 그리고 다른 사람을 품어가면서 살아가자는 저자의 뜻이 읽힌다. 종교적인 경건함과 세속의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심리학 서적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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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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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소기 - 듣지 말았어야 했다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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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포소설을 너무 좋아하고 웬만한 작품에도 잘 쫄지 않는다.

평소에도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괴담을 즐겨 듣고, 특히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는 2~3번 반복해서 듣는다.

그런데 미쓰다 신조 작가의 신작 <미미소기>는 책 읽다가 몇 번 중단했다,

진짜로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듯한 그 싸늘한 느낌.

귓가에서 ‘죽음’을 속삭이는 숨결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독자인 나를 내내 감싸고돌았다.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겨우 악몽에서 깨어났더니 또 악몽인 기분’

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미미소기>는 미쓰다 신조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인 미마사카 슈조가

괴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편집자의 할아버지

미마사카 만조는 살아생전 기괴한 것을 수집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기괴한 것을 체험한 사람들의 기록을 적은 두꺼운 노트를

창고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

노트에 실린, 일종의 ‘괴담 나누기’ 모임인 백물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나 액자식 구조

또는 메타 소설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는 책이다.

말하자면 괴이한 체험을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자신의 기이한 체험을 또 들려준다는

구조이다. 어떻게 보면 ‘무한 루프’ 나 ‘끝없는 공포 탐험’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다.

이른바 질환을 고쳐주는 온천인 ‘탕치장’에서 시작된 이야기인

“째려보는 인형들”을 지나서 이상한 존재가 머무르고 있는 듯한

“무인산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사루나기라는 우체국 직원이

경험한 산에서의 묘한 경험으로 이어지는데....

독서하다가 문득 느낀 점, 우선 한국 괴담의 경우는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라도 그 안에 ‘감정’이 있다는 느낌은 든다.

‘분노’ ‘슬픔’ ‘한’ 이런 것들. 그래서 아무리 공포스러워도

서사가 느껴지거나 여운이 남거나 한다.

그러나 ‘미미소기’와 같은 일본 괴담에서는 그런 감정을

좀 찾기가 힘들다. 굳이 찾아내자면, 맹목적인 공격성 혹은

사무치는 원한이랄까? 그냥 ‘묻지 마 살인’처럼 마주치는

모든 인간들을 불행으로 빠뜨리거나 죽여버리겠다..의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최근에 읽었던 다른 일본 공포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독자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뭐라고

표현하면 될까? 읽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읽은 독자가 바로 ‘너’

혹은 듣지 말라고 했는데, 책을 통해서 괴담을 엿들은 사람이

바로 독자 ‘너’ 이런 느낌이랄까?

마치 실화처럼 꾸며낸 모큐멘터리 식의 소설에서 느낀 그 으스스함

과 불안감을 이 책 <미미소기>를 통해 느꼈음을 고백한다.

어쨌든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한 공포감을 원하는 사람들, 그런

생생한 느낌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미미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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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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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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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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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소설 <새벽으로 가는 길>이라는 한국 문학을 읽고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모르는 순수 우리말 표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뜻을 찾아보면서 읽었는데, 줄거리와 상관없이 언어를 통해 펼쳐지는 소설 속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경치를 감상하듯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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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우리말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상황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노랗다’와 ‘누렇다’ 그리고 ‘노릇노릇하다’의 차이를 알고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당연히 어휘를 많이 알수록 상상의 세계는 다채롭고 풍요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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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은 우리 문학에서 지금까지 쓰인 좋은 표현들과 그 표현이 등장한 대목 그리고 저자의 단상을 함께 묶어놓은 책이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단어들도 나오고 처음 만나본 단어들도 있는데 거기에 대한 작가의 단상도 평범한 일상 속 재치있는 내용이 많아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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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 ‘스미다’ ‘데면데면하다’ ‘소담스럽다’ 그리고 ‘곰살맞다’ 등등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금방 떠오르고 상황이 바로 인지되는 표현들을 나는 좀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데면데면하다’는 추석이나 설날이 되어야 겨우 보는 친척들의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표현이고 ‘소담스럽다’는 단어를 보면 작은 바구니에 오밀조밀 담긴 예쁜 과일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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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현들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담은 글은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을 모아서 흥미롭게 펼쳐낸다. ‘곰살맞다’ 라는 단어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는 장모님에게서 평소 무뚝뚝한 사위로 분류되었던 저자의 남편이 한번의 지혜로운 대처로 ‘곰살맞은’ 사위로 등극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요즘은 특정 상황에 외래어 특히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 단어가 좀 함축적인 편이라서 한 단어에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기에 적절하게 쓰인다 싶은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외래어는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머리에 바로 내려꽂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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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고백을 하자면,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만나보는 단어들이 너무도 많다. ‘물큰물큰하다’ 라는 단어나 ‘스스럽다’라는 단어는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비로소 어떤 이미지와 함께 겹쳐진다. 수산 시장의 골목이 떠오르는 ‘물큰물큰하다’와 ㄷ자주 만나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는 길냥이와의 ‘스스러운’ 관계. 오늘 나의 어휘 세상이 또 이렇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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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SNS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된다. 미국 대학에 한국어 동아리가 있고 분명히 얼굴은 외국인인데 나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에 뭔가 매력이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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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을 읽으니 예쁘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순수 우리말들을 좀 더 곁에 두고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독서와 글쓰기 등 언어 능력이 필요한 삶의 한 부분도 더욱 더 풍요로워지리라고 믿어본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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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곁에두어좋은말 #나민애 #나민애단상집 #북다 #북다방 #북다방1기 #인문에세이 #교양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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