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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최근에 소설 <새벽으로 가는 길>이라는 한국 문학을 읽고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모르는 순수 우리말 표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뜻을 찾아보면서 읽었는데, 줄거리와 상관없이 언어를 통해 펼쳐지는 소설 속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경치를 감상하듯 읽었던 것 같다.
내가 한국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우리말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상황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노랗다’와 ‘누렇다’ 그리고 ‘노릇노릇하다’의 차이를 알고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당연히 어휘를 많이 알수록 상상의 세계는 다채롭고 풍요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은 우리 문학에서 지금까지 쓰인 좋은 표현들과 그 표현이 등장한 대목 그리고 저자의 단상을 함께 묶어놓은 책이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단어들도 나오고 처음 만나본 단어들도 있는데 거기에 대한 작가의 단상도 평범한 일상 속 재치있는 내용이 많아서 재밌었다.
‘침잠’ ‘스미다’ ‘데면데면하다’ ‘소담스럽다’ 그리고 ‘곰살맞다’ 등등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금방 떠오르고 상황이 바로 인지되는 표현들을 나는 좀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데면데면하다’는 추석이나 설날이 되어야 겨우 보는 친척들의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표현이고 ‘소담스럽다’는 단어를 보면 작은 바구니에 오밀조밀 담긴 예쁜 과일들이 떠오른다.
이 표현들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담은 글은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을 모아서 흥미롭게 펼쳐낸다. ‘곰살맞다’ 라는 단어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는 장모님에게서 평소 무뚝뚝한 사위로 분류되었던 저자의 남편이 한번의 지혜로운 대처로 ‘곰살맞은’ 사위로 등극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요즘은 특정 상황에 외래어 특히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 단어가 좀 함축적인 편이라서 한 단어에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기에 적절하게 쓰인다 싶은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외래어는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머리에 바로 내려꽂히지 않는다.
한가지 고백을 하자면,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만나보는 단어들이 너무도 많다. ‘물큰물큰하다’ 라는 단어나 ‘스스럽다’라는 단어는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비로소 어떤 이미지와 함께 겹쳐진다. 수산 시장의 골목이 떠오르는 ‘물큰물큰하다’와 ㄷ자주 만나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는 길냥이와의 ‘스스러운’ 관계. 오늘 나의 어휘 세상이 또 이렇게 넓어진다.
요즘 들어서 SNS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된다. 미국 대학에 한국어 동아리가 있고 분명히 얼굴은 외국인인데 나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에 뭔가 매력이 있는게 아닐까?
이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을 읽으니 예쁘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순수 우리말들을 좀 더 곁에 두고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독서와 글쓰기 등 언어 능력이 필요한 삶의 한 부분도 더욱 더 풍요로워지리라고 믿어본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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