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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소기 - 듣지 말았어야 했다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10월
평점 :
나는 공포소설을 너무 좋아하고 웬만한 작품에도 잘 쫄지 않는다.
평소에도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괴담을 즐겨 듣고, 특히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는 2~3번 반복해서 듣는다.
그런데 미쓰다 신조 작가의 신작 <미미소기>는 책 읽다가 몇 번 중단했다,
진짜로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듯한 그 싸늘한 느낌.
귓가에서 ‘죽음’을 속삭이는 숨결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독자인 나를 내내 감싸고돌았다.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겨우 악몽에서 깨어났더니 또 악몽인 기분’
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미미소기>는 미쓰다 신조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인 미마사카 슈조가
괴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편집자의 할아버지
미마사카 만조는 살아생전 기괴한 것을 수집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기괴한 것을 체험한 사람들의 기록을 적은 두꺼운 노트를
창고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
노트에 실린, 일종의 ‘괴담 나누기’ 모임인 백물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나 액자식 구조
또는 메타 소설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는 책이다.
말하자면 괴이한 체험을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자신의 기이한 체험을 또 들려준다는
구조이다. 어떻게 보면 ‘무한 루프’ 나 ‘끝없는 공포 탐험’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다.
이른바 질환을 고쳐주는 온천인 ‘탕치장’에서 시작된 이야기인
“째려보는 인형들”을 지나서 이상한 존재가 머무르고 있는 듯한
“무인산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사루나기라는 우체국 직원이
경험한 산에서의 묘한 경험으로 이어지는데....
독서하다가 문득 느낀 점, 우선 한국 괴담의 경우는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라도 그 안에 ‘감정’이 있다는 느낌은 든다.
‘분노’ ‘슬픔’ ‘한’ 이런 것들. 그래서 아무리 공포스러워도
서사가 느껴지거나 여운이 남거나 한다.
그러나 ‘미미소기’와 같은 일본 괴담에서는 그런 감정을
좀 찾기가 힘들다. 굳이 찾아내자면, 맹목적인 공격성 혹은
사무치는 원한이랄까? 그냥 ‘묻지 마 살인’처럼 마주치는
모든 인간들을 불행으로 빠뜨리거나 죽여버리겠다..의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최근에 읽었던 다른 일본 공포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독자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뭐라고
표현하면 될까? 읽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읽은 독자가 바로 ‘너’
혹은 듣지 말라고 했는데, 책을 통해서 괴담을 엿들은 사람이
바로 독자 ‘너’ 이런 느낌이랄까?
마치 실화처럼 꾸며낸 모큐멘터리 식의 소설에서 느낀 그 으스스함
과 불안감을 이 책 <미미소기>를 통해 느꼈음을 고백한다.
어쨌든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한 공포감을 원하는 사람들, 그런
생생한 느낌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미미소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