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끌려다니지 말고 따라오게 하라 - 시대를 관통하여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9가지 돈의 가르침
비키 로빈.조 도밍게스 지음, 성소희 옮김 / 웨일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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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끌려다니지 말고 따라오게 하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되자고 주장하는 이야기이다. 더 나아가서는 소비 습관 점검에서부터 가계부 쓰기까지, 돈에 관련한 우리의 삶과 의식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현대인은 카드 내역서나 인터넷 뱅킹 기록을 통해서 수입과 지울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는 있다. 그러나 돈의 흐름을 확실히 이해하고 왜 썼을까?를 고민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의식적인 관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현대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돈에 집착하는 삶을 살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이 버는 만큼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이 벌고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서 더 많이 불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때 저자가 던지는 질문..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게 맞나요?”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 원하는 만큼 벌고, 행복을 유지할 만큼 소비하는 것 ”에 모든 고민의 해결이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더 많이가 아니라 “나에게 충분한 만큼”이라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실질적인 “경제적 독립” 즉, F1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불리고, 투자하는지.. 그런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돈을 바라보는 관점과 돈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뜯어고치자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기회비용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이 쓸데없는 곳에 쓰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충분하다”의 기준을 다시 짚는 저자. 꼭 많이 가져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는 F1 프로그램을 아홉 단계로 쪼개서 제시한다. 우선 돈의 가르침 1 <돈에 관한 구식 전략을 간파하라>에서부터 돈의 가르침 5 <재정 상황을 공개하라>를 거쳐 마지막 돈의 가르침 9 <지속적인 경제적 자유를 위한 현금 투자처를 찾아라>까지 그동안 계획 없이, 목적 없이, 흥청망청 살아왔던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부”를 쌓을 수 있는 실질적 단계를 제시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돈”이라는 것과 새롭게 마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차대조표, 나만의 가계부 만들기, 지출은 최소화하고 소득은 최대로 늘리는 방법 등등 구체적인 실천 항목들이 생각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막연했던 돈 관리가 조금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당장 완벽하게 따라갈 수는 없을 수도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막상 자녀 교육비에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자)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질문하는 것은 딱 하나라고 봐도 된다. “당신은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사는가?” 말하자면 이 책은 나의 소비 습관이나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소비에 중독될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도 풍족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가? 돈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부터 완벽하게 바꿔놓을 상당히 영향력 있는 책 <돈에 끌려다니지 말고 따라오게 하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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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헌터스
폴 윤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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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북한군 포로의 본국 송환 거부와 브라질 이주

그리고 기억과의 화해


울고 싶은데 마음껏 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속 상처는 많지만 기댈 곳 없고

뼈 속 깊이 외로운 사람들..

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한 북한군 포로의 삶을 다룬다.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브라질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요한

이 책은 그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잘 그려낸다.


책은 마치 한 편의 풍경화 같기도 하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서정시 같기도 하다.

할 말은 많지만 혹시나 남들은 이해 못 할, 상처뿐인

과격한 말이 흘러나올까 봐 입을 다문 요한.

그는 새로운 도시의 낯선 그림자가 되어 느리고

조용히 삶을 살아가며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책은 현재 재봉사로 살아가는 요한의 모습을

비추다가,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 전쟁에 나갔다가 두 눈을 잃어버린 후

영영 멀리 가버린 펭과 그보다 훨씬 전 아내를 잃고

홀로 고독하게 요한을 키웠던 아버지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여자 수연에 대한 기억까지...


죽음과 상실 그리고 상처와 절망으로 점철된 과거를

안고 있는 요한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다시 한번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요한. 재봉사 기요시는 말없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고, 가끔 만났던 선원은 그리운 고향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산티와 비아는

그가 심심하지 않게 친구가 되어준다.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한 것.

브라질이라는 곳에서 낯선 그림자로 겉돌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풍경과 구분할 수 없는 익숙함 그 자체가

되어가는데...


소설 <스노우헌터스>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을 안은 채

낯선 곳에 떨어진 한 이방인을 다룬다. 그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에서 온 기억 속을 헤매고 다닌다.

어쩌면 인간이란 시간을 지나면서 쌓아온 기억이 뭉쳐서

형상화된 존재일지도 모르는 것..


그러나 인간이란 그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는

생명 에너지 그 자체인 것. 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절망이나

좌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낮게 부르는 노래 속에서

아픈 기억과의 화해 그리고 희망과 구원을 제시한다.

미래라는 또 다른 기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 <스노우 헌터스>


“그는 자신이 가라앉는다고 상상했다.

자신의 몸이 대지에 떨어지고 바다가 그를 집어삼켜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자신의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상상했다.” -112쪽-


“공기가 품은 세월을 맛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세월과

그동안 공기가 거쳐온 대지, 공기가 지나쳐 온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어떻게 자신에게 들어왔고

지금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품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166쪽-


“지나간 세월을 온전하게 간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이해했다. 지나간 세월은 느슨해지고, 부서지고,

미끄러져서 달아날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나의 모퉁이,

창문, 냄새, 몸짓, 목소리만을 끌어모아 다시 조립해야 할

시간이 올 것이었다.”

-200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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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형사 : chapter 4. 브로커 강남 형사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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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맥이지.

그리고 그 인맥을 가진 사람이

결국 모든 것을 움켜쥐는 법이고”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강남 형사 시리즈 완결편 “브로커” 이 책은 그저 단순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게 아니라 한때 (혹은 지금도?) 우리나라 정치권을 깊이 파고들었던 “범죄 카르텔”을 파헤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정치 스릴러 느낌이 났다. 이미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영상으로 만날 것이 기대된다. 충격적인 한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돈과 권력의 담합 그리고 범죄 사건을 잘 보여주는 “브로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과거 대법관을 지냈던 이정명 변호사가 대낮에 길거리에서 괴한의 칼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강남 경찰서 강력반 3팀 그리고 박동금 형사는 수사를 통해 청부살인을 실행한 인물 두 명을 찾아낸다. 그런데 CCTV 속 한 장면이 수사의 방향을 바꾼다. 범인 중 한 명이 누군가를 바라보며 지시를 받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그것을 본 박동금은 그의 촉으로 이 범죄에 가담한 인물이 한 명 더 있음을 알게 된다.

길가에 주차되었던 차 속 블랙박스를 조사한 끝에 떠오른 또 다른 인물은 바로 한때 범죄조직의 행동대장이었던 양철구. 그러나 모텔로 그를 검거하러 갔을 때 그는 이미 잔혹하게 살해된 상태였다. 말하자면 진짜 이 살인의 계획을 짠 놈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양철구가 통화를 한 대포폰에서 로마 개발의 대표이사인 태왕배라는 인물의 흔적이 드러나게 되고, 이때부터 강남 경찰서 강력 3팀과 박동금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겉으로만 보면 아무 관직도 없고 공식적인 권력도 없는 인물인 정치 브로커. 그러나 그는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그러한 약점을 손에 쥐고 아주 큰 판을 설계한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피해 가고 부패한 검사와 손을 잡고 필요하다면 거짓 진술도 서슴지 않는 인물... 아무 권력이 없어 보이나 동시에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가장 위험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진실이다.

이 책이 유독 재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바로 우리의 정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란을 일으킨 진짜 장본인은 따로 있는데 결국 밝혀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현실... ( 정치인들은 일 좀 해라! ) 우리는 여전히 내란을 겪고 있고 정치권과 검찰, 그 속의 카르텔 구조가 아직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건을 조작하며, 수사 방향을 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진짜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대법관의 죽음에서 시작된 수사는 결국 부패와 뇌물로 점철된 한 카르텔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동금과 강력 3팀은 오히려 검사들이 놓은 덫에 걸리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이 거대한 판을 해체하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돈과 권력의 결탁이 얼마나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세상을 오염시키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강남 형사 시리즈 Chapter 4 “브로커” 상당히 완성도 높고 경찰 수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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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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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 맹세코 저는 마녀가 아닙니다.”

억측과 모함으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마녀재판이 일어났던 시대, 중세. 그 야만적인 시대에 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남자가 내디딘 작은 발걸음이 불가능했던 사건을 해결하다?! 과학 수사도, 명백한 증거도 없던 그때, 모두가 마녀라고 손가락질했던 여인을 구할 수 있었던 방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문끼리의 권력 싸움의 결과로 마녀 재판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사랑했던 여인 엘레나를 잃게 된 리젠. 법대 교수라는 직책에 맞게 엘레나의 결백을 끝까지 호소하였으나 세력에 밀려 결국 그녀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다. 자살을 하려고 선 절벽 위에서 엘레나의 이복 동생인 리리와 조우하게 된 리젠은 그길로 그녀와 길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날 발길이 닿은 어느 마을. 그곳에서도 곧 있을 마녀재판으로 마을이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법학 교수였던 리젠에게 재판을 맡기게 된다. 약초로 사람을 살렸던 앤의 엄마는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고 이제는 그녀의 딸 앤이 마녀로 몰리게 된다. 마을에서 미스터리하게 벌어진 3건의 죽음, 특히 마지막에 발견된 남자의 몸에 남겨진 악마의 표상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은 틀림없이 악마와 결탁을 한 마녀, 즉, 앤의 짓임을 확신하게 만드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했던 추리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 신이 사회를 지배했고 군중 심리가 모두를 조종했던 중세 시대에 논리와 이성은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안타깝게 연인을 잃은 리젠은 과거 무기력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이번에야말로 과오를 되돌릴 기회로 여긴다. 어떤 논리로도 결국은 “앤이 마녀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도무지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그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직관하는 재미가 진짜 쏠쏠했다.

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은 중세 시대 당시 사회 분위기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누군가의 질투와 모함 그리고 구애 거절에 대한 분노와 신이 내린 메시지가 결합되면서 약자와 아웃사이더에게 “마녀”라는 낙인이 찍힌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공동체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합쳐진 이 “희생양 찾기”는 결국 한 가지 정답으로 이어진다.

“그녀가 바로 마녀다”

마녀재판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엔 군중 심리와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권력 그리고 이성과 논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말하고 있는 듯한 책 <마녀재판의 변호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앤의 결백을 주장하던 리젠과 리리는 감당 못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자신들을 덮친 위기를 극복하고 앤을 불타오르는 화형대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전혀 상상도 못했던 기발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리젠.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를 믿는다는 행위는 가끔은 양면의 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을 믿고 따랐던 중세인들은 그만큼 고귀한 삶을 살았기도 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커다란 비극을 안겨주기도 했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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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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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울게 되는 유년의 기록,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한가지 빛깔로 규정되지 않는다. 슬픔과 기쁨, 분노와 광기 같은 여러 빛깔의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진 다채로운 그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기 시절을 유독 빛나게 만들어준 핵심 장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책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의 저자 요아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었다.


그의 유년기를 지탱한 것은 바로 가족과 정신병원에서의 추억이었다. 정신병원 원장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그는 병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관사에서 자라게 된다. 밤이면 환자들의 비명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고 어딘가 기묘하지만 순수함이 장착된 환자들이 집을 방문하여 함꼐 식사를 하는 풍경.. 아버지는 그들에게 한없이 친절했으나 어린 요아힘에게 그것은 낯설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정신병원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 - 차갑고 무정하며 광기로 가득 찬 공간 – 과는 조금 달랐다. 상상력이 풍부한 요아힘에게 그곳은 두려움의 장소가 아닌 놀이터였던 것. 예를 들어 종지기 같은 환자는 요아힘을 어깨 위에 올려놓고 세상을 내려다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중심은 바로 가족이었다. 지식이 풍부하지만 사고뭉치 아버지, 그가 벌려놓은 일을 수습하는 어머니 그리고 막내인 자신을 천재적으로 골려먹던 두 형들과 바다를 좋아했던 덩치 큰 반려견.. 장난꾸러기에 말썽꾸러기인 요아힘이 모험을 할 수 있게 든든히 받쳐준 것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이 아니었을까?


유년기의 추억 속 장면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책에는 정말 웃기는 장면도 많다. 예를 들어 요트 실기 시험을 보러갔다가 멀미에 쓰러진 아버지와 돛대를 기어올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유발한다. 그리고 반려견과 “피를 나눈 형제” 의식을 하는 요아힘의 엉뚱함은 또 어떤가? 독서하다가 소리내어 웃은 적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렇게 엉뚱하고 기발하고 천재적인 난장판의 시간과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곧 이야기의 분위기는 바뀐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시간은 흐른다.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결혼이라는 제도의 균열과 현실의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상황이 찾아온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우리는 죽음과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엉뚱하고 광기넘치며 찬란했던 어린 시절의 빛깔은 점점 퇴색되는데...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이제 어른이 된 저자가 유년 시절 겪었던 추억들 – 가족, 사건들, 정신병원 이라는 묘한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그려내는 글이다. 유년기란 단순히 아름답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찬란한 순간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빛바랜 사진첩이라고 할 수 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화도 나는 그러한 사진첩이랄까? 다음에 또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 기대가 되어서 중간에 페이지를 도무지 멈출 수 없는, 독자들의 몰입을 부르는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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