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헌터스
폴 윤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전쟁 북한군 포로의 본국 송환 거부와 브라질 이주

그리고 기억과의 화해


울고 싶은데 마음껏 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속 상처는 많지만 기댈 곳 없고

뼈 속 깊이 외로운 사람들..

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한 북한군 포로의 삶을 다룬다.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브라질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요한

이 책은 그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잘 그려낸다.


책은 마치 한 편의 풍경화 같기도 하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서정시 같기도 하다.

할 말은 많지만 혹시나 남들은 이해 못 할, 상처뿐인

과격한 말이 흘러나올까 봐 입을 다문 요한.

그는 새로운 도시의 낯선 그림자가 되어 느리고

조용히 삶을 살아가며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책은 현재 재봉사로 살아가는 요한의 모습을

비추다가,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 전쟁에 나갔다가 두 눈을 잃어버린 후

영영 멀리 가버린 펭과 그보다 훨씬 전 아내를 잃고

홀로 고독하게 요한을 키웠던 아버지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여자 수연에 대한 기억까지...


죽음과 상실 그리고 상처와 절망으로 점철된 과거를

안고 있는 요한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다시 한번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요한. 재봉사 기요시는 말없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고, 가끔 만났던 선원은 그리운 고향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산티와 비아는

그가 심심하지 않게 친구가 되어준다.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한 것.

브라질이라는 곳에서 낯선 그림자로 겉돌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풍경과 구분할 수 없는 익숙함 그 자체가

되어가는데...


소설 <스노우헌터스>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을 안은 채

낯선 곳에 떨어진 한 이방인을 다룬다. 그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에서 온 기억 속을 헤매고 다닌다.

어쩌면 인간이란 시간을 지나면서 쌓아온 기억이 뭉쳐서

형상화된 존재일지도 모르는 것..


그러나 인간이란 그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는

생명 에너지 그 자체인 것. 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절망이나

좌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낮게 부르는 노래 속에서

아픈 기억과의 화해 그리고 희망과 구원을 제시한다.

미래라는 또 다른 기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 <스노우 헌터스>


“그는 자신이 가라앉는다고 상상했다.

자신의 몸이 대지에 떨어지고 바다가 그를 집어삼켜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자신의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상상했다.” -112쪽-


“공기가 품은 세월을 맛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세월과

그동안 공기가 거쳐온 대지, 공기가 지나쳐 온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어떻게 자신에게 들어왔고

지금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품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166쪽-


“지나간 세월을 온전하게 간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이해했다. 지나간 세월은 느슨해지고, 부서지고,

미끄러져서 달아날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나의 모퉁이,

창문, 냄새, 몸짓, 목소리만을 끌어모아 다시 조립해야 할

시간이 올 것이었다.”

-200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