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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평점 :
살아남기 위해 맡은 프로젝트가 나를 지키는 이야기가 되기까지.
모진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평범한 K 직장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소설은 거기에 더해 조금 더 흥미진진한 서사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랄까?
즉, 소설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그 무한하고 매력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었다.
주인공 윤슬은 다니고 있던 잡지사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폐간되는
바람에, 운화백화점으로 급하게 직장을 옮기게 된다. 그녀가 속하게 된 곳은
바로 콘텐츠 전략팀. 그러나 이 팀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부서라 늘 불안한 분위기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윤슬이 회의 시간에 발표한 내용 중에서
운화백화점을 대표할 캐릭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윗선들의
눈에 들게 된다. 특히 고이연 본부장이 확실하게 밀어붙이게 되면서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 "구름 프로젝트 팀" 이 구성된다.
다행히 마음이 맞는 네 명의 팀원들이 모여서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캐릭터의 성격과 배경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가상의 세상까지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어떤 서사의 시작이지 않을까?
해리 포터라는 캐릭터가 빛난 이유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서사와
볼드 모트와의 대결 서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름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서 엉망이 되고,
두 달 동안 밤낮없이 준비했던 기획이 허무하게 무너지게 되면서
윤슬과 팀원들은 어마어마한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
우선 주인공 윤슬이라는 캐릭터. 평범한 직장인으로 소개되긴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가졌고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문학" 혹은 "글쓰기"라는 다른 꿈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서사 역시 흥미롭게 전개된다. 직장 이야기지만 뻔한 연애사나
사내 정치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이야기랄까?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 팀의
도전과 노력 그리고 위기 자체가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특히 주인공 윤슬이 자신만의 아지트로 지정해놓은 글쓰기 교실
그곳에서 윤슬이 얻게 되는 통찰과 지혜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윤슬이라는 토끼가 얻어 가는
맑은 물이 끝없이 생성되는 작은 샘과 같은 곳이랄까...
“이야기에서 위기는 필수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
사건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위기는 이야기를 흘러가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위기의 상황에서,
절망과 실패의 자리에서, 선명해지는 삶의 태도가 있습니다.”
(149쪽)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보면서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야기는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인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윤슬과 콘텐츠전략팀이 맞닥뜨린 위기 역시
우리가 늘 이야기 속에서 마주치는 위기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위에서 글쓰기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이야기에서 위기가 다음 장면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라면, 이들의 프로젝트 역시 지금 여기서 진짜로 시작될 것이다.
과연 윤슬과 팀원들은 다시 힘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운화백화점을 대표할 캐릭터와 세계관은 성공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던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