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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평점 :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
가끔은 우리의 마음에 바람이 분다. 불안이나 우울 혹은 설명하기 힘든 공허함이 몰려올 때 우리는 과연 어디에 숨을 수 있을까? 미대 교수인 허나영 저자의 책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특히 예민해지는 날에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는 인상 깊었던 여러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심리와 그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을 감상하며 사연을 듣는 동안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치유되고 돌봄을 받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많았지만 우선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대도시의 고독하고 쓸쓸한 풍경을 담아내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고독하고 외로워보이는 장면에서 오히려 위안을 받는다. 저자 역시 이런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실제로 호퍼가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메마른 듯 정적인 도시 감성을 잘 담아냈을 것이라고 하는 저자. 그의 그림에 위안받는 나도 역시 도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익숙한 화가들을 다루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많은 분들이 이중섭 화가 하면 “소”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에서는 <시인 구상의 가족> 이나 <돌아오지 않는 강>과 같은 숨겨져있던 작품들이 언급된다. 뭐랄까? 유명 화가라도 우리가 아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만 이 작품들을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서 당시 이중섭 화가가 느꼈을 외로움이나 슬픔 등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특히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으로 살아오austj 느꼈던 삶의 무게나 자아 정체성과 같은 고민들이 여러 부분에서 드러난다. 77쪽 화가 베르트 모리조를 소개하면서 소설과 영화로 대중들에게 다가섰던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는 저자.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한계와 열등감으로 인해서 힘들었을 화가 베르트 모리조. 그러나 남편 덕분에 당당히 화가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간다. 저자가 딸을 당당하고 자유롭게 키우려한다는 대목을 읽으며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역할과 화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힘들었을 저자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이 가진 놀라운 점은 바로 같은 작품을 보고 있는데도 개인별로 느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놀라운 점은 그냥 바라보고 있어도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책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그림이 가진 그런 치유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각자의 역할에 맞게 살기를 강요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자의식 강한 여성으로 사는 삶의 괴로움과 힘듦을 그림을 통해 고백하는 것 같아서 매우 큰 공감이 갔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마음이 힘들 때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림 속으로 숨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