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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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더운 여름밤 후끈한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무엇이 있을까? 시원한 수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리고 거기에 추가하여, 조용한 밤, 실화 100% 를 보장하고 서로와 나누는 괴담 이야기, 특히 미스테리한 귀신 이야기를 서로 해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단, 어릴 적에. 그 당시에는 심장이 꽤나 튼튼했나 보다. 등에 소름이 돋고 털이 쭈뼛 서는 이야기들이 단지 재미있게 들렸다니.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로는 귀신 이야기가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이 더 무섭기 때문에 - 공감 100% 아닙니까? 여러분 - 귀신 이야기에 빠져들 계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현대의 공포물은 역시 연쇄살인과 인간 실종 같은 소재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래서 미야베 여사의 작품을 주로 많이 읽었고 이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작품은..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이번에 새로운 작가를 접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괴담이야기라서 신나게 집어들고 읽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듦에 따라서, 혼자 있을 때나 혹은 밤에 읽지 못하고 덮어두었다. 낮에 시간이 나서 볼 때도 책 표지를 또 보게 될까봐 빨리 넘겼다. 솔직히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에 홀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너무 너무 무서웠다.

잠깐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작가와 편집자가 회의를 하는 부분을 실은 - 서장, 막간 (1), (2), 종장 - 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가가 창조한 괴담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즉, 액자식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편집자와 작가의 회의 부부는 현실의 이야기 그리고 중간 중간 나오는 부분은 작가의 창작품. 그러나 첫번째 이야기인 서장 바로 뒤에 실려있는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의 경우는 독자들고 하여금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이라는 작품을 책에 싣는 동안 편집자와 작가는 끊임없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고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을 직접 작가가 자신의 입으로 말해주고 또한 자신 뿐만 아니라 편집자도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보통은 독자가 이야기와 자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데 비하여,,,,,,,,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좀 더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외에 이 책이 유달리 무서웠던 이유는 뭘까?

이야기 구성이, 작가의 입으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카더라 통신 - 누가 그랬다더라, 사촌의 팔촌이 그랬다더라 - 라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실제로 발생한 일을 작가가 그냥 취재하여 전달하는 것 같으니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면서 좀 소름끼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 빈 집을 지키던 밤 ] 이라는 이야기의 경우는, 주위에 있을 수 있는 흔한 여대생이 또 흔한 선배의 심부름으로 흔하지는 않지만 있을 수 있는 집 지키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겪는 미스테리한 이야기인데 언뜻,,,, 귀신의 짓이 아니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인간의 살인이라는 힌트를 흘리면서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고, [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 의 경우도 주인공이 직접 겪지는 않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 [ 남자친구 ] 가 겪었고 결국은 그 남자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설정 - 행방불명 - 이 우리 주위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충분히 현실에서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섬찟한 기분이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이건 각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인데,, 무서운 그것 ( IT ) 이 점차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취약한 나 ( 방어력이 전무한 나 ) 에게 공격을 하러 온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는 거리감. 뒤를 돌아보면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덤벼드는 기시감. 여고괴담에서 귀신이 갑자기 파바바박 다가왔던 장면등이 떠오르면서 집에서 혼자 읽다가 심장마비에 걸릴까봐 책을 덮어버렸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 스쳐 지나가는 것 ] 이 무서웠던 이유가 바로 위에 얘기한 것 때문이었다. 혼자 사는 주인공. 정체를 알지 못하는 시커먼 무언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조금씩 집으로 다가온다는 설정.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든 - 죽음이든 귀신이든 - 방어력이 없는 나의 영역에 그것이 침범한다는 설정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아마 내가 혼자 산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매운 음식을 후후하면서 맛있게 먹듯이 무서운 이야기도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이유는 뭘까? 잘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다,, 나는 살아있다,,, 이런 것을 확인하고픈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당신은 무슨 근거로 당신이 살아있다고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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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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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님의 야심작 [ 오리진 ]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100

바야흐로, 때는 먼 미래,,,,,  사람들은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 버려서 이제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룬 미래 인간들, 그들은 심지어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의지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간들 까지 나타난다. ( SF 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디스토피아 배경  )

멸종 만을 기다리는 상태인 미래에서 인간이 삶의 의지를 가지도록 방법을 찾고 싶어 하던 한 과학자가, 자신의 직계 조상님의 해결책을  바라며,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인구가 넘쳐나던 21세기로 작은 로봇을 보내어 학습을 시켜달라고 하는데..................

[ 오리진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의 첫 번째 주제는 보온이다.  왜 보온이 100권이라는 장장의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제일까? 윤태호님이나 이 책의 지식을 제공해주신 분들의 말을 빌어보면 크게 어렵진 않다.  모든 것의 시작이 생명이라고 봤을 때,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바로  열이므로 그 열을 보호한다는 면에서 보온이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제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보온이라고 해서, 매우 과학적인 내용의 만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매우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만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만화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들 -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회사에서 근무했다가 1년 넘게 월급도 못 받고 망하게 생긴 과학자들, 그 회사에 피 같은 돈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봉황이라는 이름의 직장인, 그리고 뭔가 괴짜스러운 봉황의 집주인 할머니와 여자 - 덕분에 재미있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외모가 아니라 명랑만화 스타일의 외모들이라 보기에 편하기도 했고.

그리고 미래에서 온 학습 로봇이 오다가 시공간의 비틀림에 의한 결함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된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다.  봉황의 딸과 아내가 아파서 끙끙댈 때 그들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을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매우 인간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양지식을 글로 풀어냈을 때는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책의 경우는 만화라는 장르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평소 과학 지식을 어렵다고 생각한 어른들도 읽기에 좋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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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 마인드북 시리즈 3
박옥수 지음 / 온마인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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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마음을 느낄 수는 있기 때문에 그것을 좋은 쪽으로 키워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나쁜 쪽으로 부풀려 나갈 수도 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뭔가 잘못되었을 때 빨리 알아차려서 재빨리 되돌릴 수 있는 건 본인의 몫이라고 항상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마음에 대한 뭔가 다른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박옥수님은 예전부터 청소년 인성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셨고 그 결과 마음이라는 밭에 좋은 씨앗을 심어서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청소년을 위해서 계속 좋은 책을 출간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청소년 인성 문제 뿐 아니라, 생각이 너무나 넘쳐나는 시대에 생각을 절제하지 못해서 즉,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의 비합리적인 생각을 너무 믿어버려서 ( 목사님의 말씀으로는 악령의 소리를 들어서 ) 죄를 저지르거나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어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귀에 대고 나쁜 일을 저지르기를, 스스로를 해치라고 말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거기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보고는 많이 놀랐다.

과연 그게 악령이라는 존재일까?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 즉 내 생각으로는 ) 악령이라는 존재는 다소 생소하고 믿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은 그때 그때 일어나는 생각에 이끌리지 않고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거나 깊고 넓게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점쟁이의 말만 믿고 사업을 망친 한 여인, 눈에 보이지 않는 남자 친구와 대화를 하는 여자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악한 힘에 이끌려 학업을 망친 엘리트였던 남학생.
     
나는 목사님이 말씀하신 악령이란 부분이,,, 사실은 현대인의 특성인 생각의 과잉이 사람들의 마음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서 보통은 하지 않을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목사님의 시각으로 다르게 설명을 하신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읽은 많은 사연들 중에서 가장 기가 막혔던 사연은 , 새댁이 자신의 아기를 죽인 사연이었는데, 그녀는 아기를 낳고 목욕을 시키는 가운데 만약 자신이 죽으면 아기는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한다. 처음엔 조그만 구슬같던 안좋은 생각이 나중엔 마치 눈덩이처럼 커져서, 그녀는 아기가 새엄마를 만나서 고생하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그럴 바에는 자신과 함께 죽는게 낫다 생각하며 아기를 죽이는 모진 선택을 한다.
 
사실 이게 말이 되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보면 어쩌면.... 과학으로 증명되지 못한 악령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 많은 종교서적등을 통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정신적인 세계가 있다고 하니까. 선과 악. 악마와 천사 등등.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들.
 
박옥수님은 마음에 어둠이 끼기 시작하면 악령이 깃들기 쉽고 악령이 깃들기 시작하면 쉽게 꾀임에 넘어갈 수 있다고 하신다. 그리고 그런 경우엔 빛으로 어둠을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목사님이시라 당연히 성경 말씀, 예수님의 말씀으로 다 몰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시는 듯 하다. ( 확신할 순 없다 솔직히... )

어쨌든 목사님은 약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리의 길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라 생각이 든다.  종교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양하지만 어쨌든 선함과 진리로 가는 길은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박옥수 목사님도 자신의 방식으로 힘든 길을 걷는 사람을 위해서 본인의 신념을 다하여 책을 쓰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도 목수님의 방식으로 녹여낸 좋은 책이 출간될 것이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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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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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라는 뜻은, 미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위 Red Neck 이라고 하는 백인계 노동 계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라고 해서, 성공를 이룬 누군가가 고향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담긴 듯한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었으나,,,, 이 책은 다소 과격하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그러면서도 개인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회고록이었고 인물들의 특징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는 실화라서 책을 읽는 동안 아주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주인공 J.D. 밴스는 서른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성공한 축에 속하는 변호사가 되었다. 사실 주인공의 가정은 매우 불안정하였다. 괴성과 주먹이 오고가고 접시가 날라다니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주인공의 어머니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어른이 되고나서도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제대로 된 가정을 이끌 수 없는 철없는 엄마가 되고 그 이후로도 약물에 빠져 재활센터등을 들락날락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성장의 멈춤과 인격의 몰락은,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매우 복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불안정은 당연히 부모로부터 온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년기 시절 거의 미친 여자 같던 어머니에게 시달렸던 주인공이 내부의 혼란함과 폭력성을 극복하고 어엿한 가장이 되고 성공적인 사회인이 될수 있었던 이유도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노력에 의한 것이었으니까.

이 책에서 주인공이 어렸을 적 살던 지역은 남부에 위치한 오하이오주 애팔래치아산맥 근처의 미들타운 이라는 곳이다.  여기는 대부분이 백인 노동 계층 출신이고 철광 산업이 주종이었는데 미국에 불황이 몰아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 영향이 일정부분 미쳐서 주민들은 가난과 결핍이라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므로 가난과 결핍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그로 인한 고통과 삶에 대한 절망 등으로 인해 쉽게 약물중독자가 되기도 하고 알콜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아니면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불안정에 시달리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살아가다가 일찍 세상과 이별하기도 한다. 

반면 주인공 밴스는 약물 중독에 빠져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엄마를 돌보느라 일찍 철 들어버린 애 늙은이가 되어 나름 강하게 자라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비록 엄마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지만 자신에게만은 엄청난 사랑을 퍼부어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 책에서 할모와 할보라 부른 ) 덕분에 정상적인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된다.

 사실 윗대에서부터 이어져온 폭력성 ( 내부의 적 ) 과  주인공이 유년기 시절에 살았던 미들 타운 ( 외부의 적 ) 이라는 곳이 그에게 분명히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자신의 친구들처럼 교도소를 들락거리거나 약물중독에 빠져서 아까운 삶을 강물처럼 흘려보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런 전형적인 행로를 따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강한 사람이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였고 자신에 대한 책임을 졌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쫓겨 죽음의 공포에 떨때는 함께 떨기도 했고 터프한 할모가 총으로 할보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벌벌 떨기도 했다. 주인공이 자신의 내부의 적, 즉 폭력성 때문에 여자친구와 싸우고 나갔다가 돌아온 장면에서 울고 있는 여자친구를 발견한 장면에서는 함께 울기도 했다.

그만큼 책은 살아 있고 깨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인간이 이렇게 뜨겁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들 나처럼 감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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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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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무엇이건 간에 상관없이, 작가는 책을 통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여러 다양한 모습과 인간 군상 등을 드러내고자 한다. 단지 형식이 다를 뿐. 미스터리나 스릴러물도 그런 면에서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장르들이 살인이나 자살 등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추악한 욕망이나 사회의 어둠 ( 자본주의의 탐욕 ) 등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이란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문의 열쇠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사건 해결의 스릴감에 도취되기를 원하고 작가와의 머리 싸움을 시작한다. 작가가 뿌리는 사건 해결을 향한 빵가루를 따라가면서, 그래 한판 씨름을 해보자. 던질 때로 던져봐라. 복선과 힌트,,, 과연 누가 범인이고 범인이 아닌지,,, 뭣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난 해결할 수 있어. 왜냐하면 난 한국의 셜록 홈즈,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이니까 ( 라는 헛소리를 해가며 ㅋㅋ )

 

이 가면 병동이라는 책의 겉장에 나와 있는 가면이 심상치 않다. 모든 사건이 이 가면을 중심으로 해서 벌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살게 된다. 그것이 고객을 향한 점원의 웃음이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하직원의 표정관리이든 아니면, 세금탈루와 같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는 회사와 같은 곳이든 간에, 현대의 인간과 사회는 많은 가면을 덮어쓰고 산다고 볼 수 있다.

 

위선과 가식 그리고 더 나아가면 뇌물 수수와 같은 부도덕.

 

병원이라는 공적인 장소도 인간이 운영하는 곳이니 만큼.... 어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까? 그 가면을 끝까지 따라갔을 때....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주인공 쇼고는 외과의사인데 원래 자신의 선배가 근무해야할 한 요양병원 당직 근무를 대신 맡게 된다. 그 병원은 늘 누워만 있거나 아예 정신이 없는 요양환자들이 있는 곳이라 따로 할 일이 없고 그냥 대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꿀알바라 생각하며 병원에 가는데, 하필이면 그날 재수도 없게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갑자기 뉴스에서 편의점 강도 사건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쇼고는 병원에서 권총을 들고 삐에로의 가면을 뒤집어쓴 복면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때 그는 그의 손에 붙들려온 한 여인을 보게 되고 그 여인은 바로 편의점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배에 피를 흘린 채 삐에로 가면에 의해 끌려온 인질인 것이었다.

 

병원에는 쇼고와 두 명의 간호사 사사키, 히가시노 밖에 없고 그 외에는 3층과 4층에 머물러 있는 환자들 뿐이다. 그 강도는 연신 자신은 경찰을 피하러 왔을 뿐이고 새벽이 되면 나갈 것이니 그 동안 조용히 있어라 라고 말하여 쇼고와 그 외의 인질들을 안심시키지만 그래도 역시나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다.

 

그런데 병원에 없는 줄 알았던 원장이 갑자기 나타나서 삐에로 가면을 골프채로 때려눕히려 하였으나 도리어 자신이 공격을 받고 다리에 총을 맞는다. 마나미라는 이름의 인질도 부상, 원장도 그 지경에 이른 상태. 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쇼고는 요양 병원에 있을 가능성이 낮은 완벽한 시설을 갖춘 수술대가 놓여 있는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고 병원 이리저리를 쑤시고 다니며 조사를 한다.

 

수술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삐에로 가면이 당연히 돈을 훔치기 위해서 편의점을 습격하고 병원에 몸을 숨기기 위해서 인질을 데리고 온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쇼고, 그러나 완벽한 시설을 갖춘 수술실을 발견하고, 연이어,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던 비밀 엘리베이터와 뭔가 숨기는 듯한 원장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수상한 점을 조사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게 되는 쇼고.

 

그러다가 쇼고과 마나미 사이에는 이상야릇한 감정이 폴폴 솟아나게 되고 쇼고는 그녀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자 마나미를 빨리 탈출시키던지 아니면 경찰을 빨리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를 써보지만 어찌하리... 이미 밀실 미스터리인 걸.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간호사 중 한 명인 사사키가 가슴에 칼을 맞은 채로 발견이 되고 이제 이 밀실 미스터리는 다른 국면에 들어가게 되고 다른 성격을 띄게 된다. 누가 왜 사사키를 죽였는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나갈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자 이제 생각해 볼 거리들이 있다.

 

첫 번째, 삐에로는 왜, 하필이면 이 요양병원을 선택했을까? 우리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사키는 왜 살해를 당했을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상태인데. 왜 사사키만?

세 번째, 과연 요양병원에 완벽한 수술대가 있을 필요가 있는가?

 

이제 새벽이 밝아오고 있고 조금만 더 있으면 삐에로는 약속대로 경찰을 피해서 병원을 나갈 것이고 쇼고와 함께 다른 인질들도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삐에로가 약속을 지킬까? 삐에로는 과연 무엇 때문에 병원에 들어온 것일까? 자신의 말대로 단지 경찰을 피해서 온 것일까?

 

책 전체에 걸쳐서 허둥지둥 대는 원장 다도코로, 다도코로와 함께 뭔가 감추는 듯한 간호사 히가시노,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칼에 찔려 사망한 간호사 사사키, 연약하지만 웬일인지 쇼고에게 지나치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마나미 그리고 이 혼란의 와중에도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쇼고.

 

이 책은 밀실 미스터리가 그러하듯이 나중에 거대한 반전이 빵 하고 터진다. 그러나 읽어나가다보면 추리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모든 인질극의 시작이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끝날지 대충 짐작을 하게되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을 것 이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우리는 정녕 물질의 노예로써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소유나 존재나 그것이 문제로다.

 

인간으로써의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킬 수 없다면,,,,,,,, 과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완벽하게 쇼고의 입장에서 ( 과연 그런 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ㅎㅎㅎ) 삐에로의 가면을 쓴 무시무시한 인질범과 함께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지친다. 머리도 어지럽고. 아마 쇼고도 그랬을 것 같다. 쇼고 다음에도 또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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