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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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라는 뜻은, 미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위 Red Neck 이라고 하는 백인계 노동 계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라고 해서, 성공를 이룬 누군가가 고향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담긴 듯한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었으나,,,, 이 책은 다소 과격하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그러면서도 개인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회고록이었고 인물들의 특징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는 실화라서 책을 읽는 동안 아주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주인공 J.D. 밴스는 서른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성공한 축에 속하는 변호사가 되었다. 사실 주인공의 가정은 매우 불안정하였다. 괴성과 주먹이 오고가고 접시가 날라다니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주인공의 어머니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어른이 되고나서도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제대로 된 가정을 이끌 수 없는 철없는 엄마가 되고 그 이후로도 약물에 빠져 재활센터등을 들락날락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성장의 멈춤과 인격의 몰락은,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매우 복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불안정은 당연히 부모로부터 온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년기 시절 거의 미친 여자 같던 어머니에게 시달렸던 주인공이 내부의 혼란함과 폭력성을 극복하고 어엿한 가장이 되고 성공적인 사회인이 될수 있었던 이유도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노력에 의한 것이었으니까.

이 책에서 주인공이 어렸을 적 살던 지역은 남부에 위치한 오하이오주 애팔래치아산맥 근처의 미들타운 이라는 곳이다.  여기는 대부분이 백인 노동 계층 출신이고 철광 산업이 주종이었는데 미국에 불황이 몰아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 영향이 일정부분 미쳐서 주민들은 가난과 결핍이라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므로 가난과 결핍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그로 인한 고통과 삶에 대한 절망 등으로 인해 쉽게 약물중독자가 되기도 하고 알콜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아니면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불안정에 시달리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살아가다가 일찍 세상과 이별하기도 한다. 

반면 주인공 밴스는 약물 중독에 빠져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엄마를 돌보느라 일찍 철 들어버린 애 늙은이가 되어 나름 강하게 자라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비록 엄마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지만 자신에게만은 엄청난 사랑을 퍼부어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 책에서 할모와 할보라 부른 ) 덕분에 정상적인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된다.

 사실 윗대에서부터 이어져온 폭력성 ( 내부의 적 ) 과  주인공이 유년기 시절에 살았던 미들 타운 ( 외부의 적 ) 이라는 곳이 그에게 분명히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자신의 친구들처럼 교도소를 들락거리거나 약물중독에 빠져서 아까운 삶을 강물처럼 흘려보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런 전형적인 행로를 따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강한 사람이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였고 자신에 대한 책임을 졌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쫓겨 죽음의 공포에 떨때는 함께 떨기도 했고 터프한 할모가 총으로 할보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벌벌 떨기도 했다. 주인공이 자신의 내부의 적, 즉 폭력성 때문에 여자친구와 싸우고 나갔다가 돌아온 장면에서 울고 있는 여자친구를 발견한 장면에서는 함께 울기도 했다.

그만큼 책은 살아 있고 깨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인간이 이렇게 뜨겁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들 나처럼 감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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