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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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마시모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보스인데, 몇 년전, 총에 맞은 후 죽음에 가까이 간 후 이상한 꿈을 꾸고 환상을 경험한다. 환상 속에서 본 여인을 운명이라고 직감한 그는 계속 그녀를 찾아헤맨다. 한편, 여주인공인 라우라는 자신이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게 되지만 번 아웃 탓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남자 친구를 비롯한 몇몇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오게 된다. 그런데, 공항에서 운명처럼 마시모를 만나게 되는 그녀... 라우라는 그에게 강하게 끌림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를 두려워하게 된다.

마시모는 로라를 납치하고 그녀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곤 365일 동안만 자신과 함께 머물러만 준다면, 그녀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마시모. 하지만 이미 그녀를 납치했고 가족들을 협박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책이 엄청 야하다고 말해서 조금 긴장하고 읽었는데, 완전 지저분한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분명한 이야기 구조가 있었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사실 여자가 남자에게 납치된 상태로, 점점 사랑에 빠져 들어간다는 구도는 ( 뭔가 피학적인 분위기? ) 확실히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뭔가,, 예전 학생 때 읽었던 그 로맨스 서적들이 생각나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좀 어둡고 뒤틀리고 좀.. 뭐랄까? 부서진 듯한 남자 캐릭터? 를 좋아하는 까닭에

라우라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그렇게 밖에 (?) 표현하지 못하는 마시모를 보고

이상한 매력을 느꼈다고나 할까? 아, 더 중요한 것은, 표지에 나와 있는 남자 주인공이 마시모라면 얼마든지 나를 잡아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뭐뭐 하하 ( 아줌마 입니다 )

어차피 픽션이니 만큼, 나한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성적 판타지를 조금 극대화시키는 구도라면 문제될 것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입니다.

마시모는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랐고 어쩌면 폭력에 길들여진 채 자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라우라에 대한 사랑은 깊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녀에게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라우라는 인질인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마시모에게 폭력을 쓰기도 하고 대항하기도 한다. 그러나 갱단의 우두머리인 마시모,

누군가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게 익숙치 않아서 일까?

굉장히 난폭함을 드러내며 라우라를 대하는데,,, 이들의 사랑의 빛깔은 도대체 무엇인걸까?

이 책에는 매우 에로틱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가득하다. 읽다가 누가 엿보지 않는지 

( 혼자 읽음에도 불구 ) 자꾸 옆과 뒤를 돌아보게 되는 책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조금 죄책감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까?

어쨌건,, 일반적인 사랑을 다루는 것이 아니니만큼, 조금 마음이 불편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 재미있다!! 이런 류의 선정성과 폭력성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독자들에겐 말이다.


선정적이긴 하나, 뭔가 야릇하게 섹시하고 로맨틱하며 야성적인 책...

앞으로도 계속 나올 시리즈를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꼭 읽으세요!! ( 좀 야하고 난폭한 부분을 감수할 수 있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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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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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든 안 했든, 결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든 두고 있지 않든

애인이 있든 없든.. 어쨌든 간에 현대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을 곁에 두게 되고

관계를 맺게 된다. 배부르면 만족했던 예전에 비해서 현대인들은 이제 관계의 질을

염두에 두게 된 듯 보인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 생존을 보장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보다는, 이제,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한가?를 고민하는 우리들.

그래서인지, 행복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하기 보다, 차라리 혼자 살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하다.

“ 경호가 품고 있는 따스함과 단순함. 그 두 가지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연애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도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누군가와 한집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일의 본질이 거기에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2 : 오프닝 건너뛰기를 읽고 재작년부터 시작된

나의 결혼생활이 떠올라서 매우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 같은

[ 오프닝 건너뛰기 ] 에는 갓 결혼한 따끈따끈한 신혼부부가 등장한다.

수미와 경호는 코로나 덕분에 골치 아팠던 결혼식을 건너뛰고 곧바로 결혼과 신혼생활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이상을 꿈꿨던 신혼생활은

서로의 성격 차이만큼이나 적나라한 현실로 드러난다. 떡볶이 국물이 튄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자고 뉴스를 보며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 해맑게 막말 (?)을 하는 경호를 바라보며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수미.

“ 경호는 수미가 원하던 적당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

그 점을 잘 알고 있건만 옆자리에 누워 있는 사람과 평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수미라는 이름으로 내가 쓴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도대체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신혼 생활 초반, 의견이 맞지 않아 새벽까지 말싸움을 하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집을 뛰쳐나간 적이 정말 얼마나 많았던가!!!!

하루에도 열 번씩, 내가 미쳤지,를 연발했던 결혼생활...

이게 맞는 건가? 이게 맞는 거겠지? 이게 최선일 거야... 라면 스스로를 설득하던 나와

주인공 주미가 겹쳐 보였다.

“ 수미는 화로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적당한 틈을 사이에 두고 포개진 나무가 타고 있었다.

(..)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뭔가가 하염없이 끊어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영영 사라져버리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났다.”

관계에 대한 정체성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힘들어하는 은우가 등장하는 단편

[ 쾌적한 한 잔 ] 과 계획도 목적도 없이 간 여행에서 영혼의 단짝을 만나는

세영을 그리는 [ 앙코르 ] 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공감을 하고 몰입한 단편은

역시 [ 오프닝 건너뛰기 ]였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지루하게 반복되는

오프닝은 수미의 말처럼 그냥 건너뛰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경호의 말처럼

본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 보는 게 맞는 걸까?

관계를 그리워함과 동시에 관계 속에서 괴로워한다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 작품 [ 오프닝 건너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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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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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를 만난 것은 [ 내가 만든 여자들 ]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였다.

소설가가 된 사연도 특이했지만 ( 외고 교사였는데 불행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기 힘들었다고.. ) 복싱에 심취한 작가라는 것도 독특했다. 복싱이라는 운동의 특징 ( 헝그리 정신 등등 ) 을 생각해 봤을 때, 절대 우아해질 수 없다는 점 ( 피와 땀이 넘쳐남 ) 이, 그녀를, 한국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와... 이 책도 정말 날카로운 " 잽 "처럼 내 마음속에 " 훅 " 하니 들어왔다.

작가와 PD 가 협업하여 작품을 이끌어내는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출간한 쇼트 시리즈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설재인 작가의 [ 사뭇 강펀치 ]. 이 책에는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인

사뭇 강펀치를 비롯, 그녀가 말하기를 과 앙금이라는 2개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3편을 읽고 난 느낌은.. 3편 다 엄청난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독성은 물론이거니와 ( 3편 다 다소 구어체의 느낌이 큼 )

현실 비판과 정의 구현이라는 주제의식도 잡아내는데, 이런 부분을

여러 화자와 시점을 동원해서 아주 영리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도록 추천해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뭇 강펀치 ]

복싱 실력이 뛰어난 현진이는, 그러나,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말라간다.

현진이의 빵빵한 볼을 좋아했던 짝꿍 윤서는 말라갈 뿐 아니라 온몸에 멍투성이에

학교에서 엎으려 잠만 자는 현진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진이의 사연을 들은 윤서는 신문 기자인 이모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는데...

* 어른들의 탐욕과 불의에 당하기만 했던 한 어린 복서의 통쾌한 복수 이야기!

[ 그녀가 말하기를 ]

한 소년이 깨진 안경을 쓴 시체 한 구를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젊은 청년 시체가 한 구 더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찰이 난감해하는 장면이 지나간 후, 화자가 전시적 작가에서 주인공 여성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보다 밀도 있게 펼쳐진다. 이 젊은 여성은 그 누구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치 짐승과도 같은 생활,, 마치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곧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았던 삶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듯 늘어놓는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상대는 누구일까?

* 반전이 기가 막힌 한편의 스릴러..라고 할까? 무방비로 성이 팔려나가는 SNS 와

종교의 이름으로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비난하는 듯한 단편.

나머지 단편인 " 앙금 " 도 매우 내 타입인 소설이다. 가장 무시무시한 장소는

어둡고 음침한, 인간의 내부, 즉, 질투와 탐욕으로 가득 찬 그곳이 아닐지...

이란성 쌍둥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혈투가 볼 만했고

엄청난 반전에 숨을 들이켰던 작품이었다.

설재인 작가의 필력과 안전가옥의 시스템이

만나니 이렇게 훌륭한 장르 소설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만든 여자들 ] 에서 느낀 신선함과 탄탄한 필력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복서가 가진 에너지를 키보드 끝에 강렬하게 뿜어내는 작가, 설재인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궁금해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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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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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여,, 힐링이 필요하십니까?

그런, 이 책 [ 뮤직숍 ] 을 집어들고 한번 읽어보세요.

당신을 금방 미소 짓게 만들 수 있을 매우 따뜻한 소설입니다.

”그리움의 끝을 잡고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는, 한 마리 곰같은 점잖은 남자이다

40대이고 독신인 그는, 독특했던 어머니의 양육 덕분에 천재적인 음악감각을 가졌지만

연인들간의 친밀감을 두려워한다. 음악을 들을 줄 알고 지식이 풍부한 남자이지만

친밀감을 두려워하는 탓에 애정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매우 따뜻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남자라서, 새롭게 들어선 상가인 유니티스트리트에서도

이웃 사촌들과 잘 어울리게 된다.

프랭크가 권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 어떤 문제도 술술 풀린다

프랭크는 손님들이 들어야할 음악을 콕 집어내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

문제를 가진 손님들의 감정을 진단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음악을 골라주는데

조건은 무조건 " 엘피판 " 만! 그는 반짝거리는 새로운 물건인 CD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때도 약삭빠르고 일을 잘 하기보다는, 키트처럼 어딘지 서툴러보이지만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을 고용한 프랭크.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 말이고, 약간은 괴짜스럽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상인들로 가득한 유니티 스트리트이다. 주인공은 엘피판만 취급하는 프랭크이고

그는 작은 뮤직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그 외에도 종교 장식품을 판매하는

전직 신부 앤서니와 투덜이 타투이스트 모드 그리고 폴란드 제빵사와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두 형제 등등 조연들이 이야기의 감초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평범했던 프랭크의 삶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한 인연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다. 완두콩색 코트를 입은 한 젊은 여성이 프랭크의 뮤직숍

창가에 서 있다가 갑자기 기절해버린 것. 쇠락해가는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풍기는 한 여자가 나타난 순간,, 이 거리의 에너지는

한꺼번에 바뀌어버린다. 긴 목에 깊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이 여인...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한편 유니티스트리트는 현재 부동산 개발업자의 타겟이 되어버렸다.

이곳에 살고 있는 괴짜들, 즉 부적응자들은 함께 모여서 집회를 하는 등

뭉쳐서 저항하면 충분히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삶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들 공동체를 응원하긴 하지만,, 글쎄.......

어쨌든 레이철 조이스라는 작가는 비록 쇠락했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 훈훈한

공동체를 독자들이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녹색 코트를 입고 온 그 여인? 그 여인과 프랭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걸까?

혹시나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했던 독자들은 조금 실망감을 맛보았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책은 가슴 찡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피식 웃게 만들었다가 잠시 후엔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니까. 이 책은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이런 류의 책, 감동적이면서도 코미디적 요소가 있는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니까 이 책의 메세지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인간은 모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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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의 본질 - 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테파니 켈튼 지음, 이가영 옮김 / 비즈니스맵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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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 책은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통해 정부 재정 운용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 시도가 매우 혁신적이고 도전적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나온 이론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믿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그런 뒤에

적절히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인 스테파니 켈튼 교수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한다.

저자의 주장은, 바로 통화에 대한 주권을 가진 나라들 (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국가적 부채가 없는 나라들 ) 의 경우, 스스로 통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공공 부채, 다시 말해서 재정 적자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 부채로 인해서 세금을 인상해야 하고 엄격한 긴축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거나 그동안 해왔던 공공 이익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녀의 요지이다.

실제로, 통화 주권을 가진 국가들 ( 여기에 나오는 국가들 - 미국, 영국, 일본 등등 ) 의 경우는 통화 창출로 인해 항상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나라들은 전쟁이 발생한 경우 혹은 은행을 구제해야 하는 경우, 실제로 많은 돈을 창출하여 어려움을 돌파해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나 월급을 받아야 하는 가계와는 달리 정부는 세금을 통해 돈을 거둬들이기 이전에 이미 돈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 쉬운 논리를, 정치인들이 무시하고 유권자들은 간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이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이용해서 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국가는 화폐에 제한을 두기 보다는, 오히려 화폐를 이용하여 토지나 사람 그리고 물적 자원과 같은 요소를 활발히 활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 적자를 너무나 큰 제한으로 바라보고 있고,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걱정에 급급한 경제적 모델 때문에, 많은 자원 ( 노동과 자본 ) 이 사용되지 못한 채 빈둥거리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돈을 다소 많이 찍어내는 듯 보이더라도 인적, 물적 자원 활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MMT 이론의 궁극적 주장인 듯 하다.

사실 이 [ 적자의 본질 ] 은 미국의 상황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나라에는 맞지 않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이 조금만 더 머리를 쓰고 이 책의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는 " 보편적 고용 보장 " 이라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경제 불안 상태가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경제에 무지한 나 같은 독자가 읽어도 MMT 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졌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이 각각 돈, 세금, 노동에 대해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통찰력이 돋보인 책이었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MMT 이론이 국가가 재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최고의 방법인지는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이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코로나로 인해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에서 한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확대 재정과 적자에 대한 그동안의 상식과 통념을 바로잡게 해 준 책 [ 적자의 본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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