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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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을 읽고 어떤 사연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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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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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웃의 아픔을 실제로 경험하는 듯한 먹먹함이 소설 내내 느껴진다. 더군다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이라니. 그녀가 소설 중간중간에 시를 읊듯, 조곤조곤 들려주는 한국 전설과 신화 등등은, 그녀의 정체성과 뿌리는 확고히 한국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뿌리를 뽑힌 꽃과 같은 상태로 인해 정체성의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는데 캐서린도 그렇지 않았을까?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 엄격하고 완벽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훈육을 겪는 캐서린.. 어쩌면 그때부터 비극의 씨앗은 움이 틀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우리는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아무런 정보가 없는 채로 정신 병원을 배회하는 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은 캐서린. 아이의 눈동자에 악령이 깃들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병원에 들어온 그녀는 현재 멍한 상태에 걸음걸이는 좀비와 같다. 캐서린은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알 수 없다. 불어 터진 젖을 짜야 하는 걸로 봐서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실 나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심한 산후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 지냈는데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매우 당황하고 슬퍼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이를 품에 안은 터라 아이를 예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내 가졌지만 하루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베란다 밖으로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덜컥 드는 바람에 자기 자신이 너무 무서웠다는 고백을 한 적도 있다.

책 속 주인공인 캐서린도 아이를 만난다는 기쁨에 마냥 들떠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과연 임신 전이나 후에 산후 우울증이라는 상태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그런 불행은 나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남의 일이거나 혹은 그냥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쓴 실화 속에 등장 ) 여기서 드는 생각은, 여성으로써 우리는 한번쯤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그 이면에 깔려있는 위험, 즉 열달 동안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 호르몬 이상 발현, 신경 회로 혼란, 치매에 가까운 기억 상실 등등등

어쨌건 캐서린은 광기에 가득 차서 병원에 들어왔지만 서서히 본래의 자신을 회복해 나간다. 산산이 흩어졌던 그녀의 정체성은, 마치 직소 퍼즐의 조각을 모아다가 끼워맞추는 것처럼,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민을 왔지만 힘들었던 가족들과의 생활, 첫사랑에게서 받은 학대의 기억 그리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던 제임스와의 사랑의 기억까지,,, 그녀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캐서린이라는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기에 다다른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직계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 나에게 남아 있어서인지 더 크게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성들은 ( 물론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 깨어지기 쉬운 꽃병 같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자극과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아기를 낳고 행복만을 기다리던 캐서린에게 일어난 갑작스러운 불행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녀가 서서히 정상적인 상테를 회복하는 과정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나를 죽이지만 않으면 고통은 결국 그 사람은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임신이나 출산 등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으로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책 [ 네 눈동자 안의 지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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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세라 슈밋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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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우 역기능적이고 위태로운 가족. 따라서 이들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은 끔찍하면서 소름 끼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세라 슈밋의 데뷔작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공포와 전율을 전달한다. 미국 전역을 공포에 빠트렸던 희대의 살인 사건 " 리지 보든 " 미스터리를 문학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 See What I Have Done ) 를 들여다보자

" 리지 보든 도끼를 들어 엄마를 40번 내리쳤다네

자신이 한 짓을 보고는 아빠도 41번 내리쳤다네 "

리지 보든은 다른 용의자가 뚜렷하게 없는 상태로 도끼에 찍힌 채 죽은 아버지의 곁에서 발견된다. 그녀 외에 집에 드나든 사람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리지 보든, 그러나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녀는 무죄로 풀려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세라 슈밋의 재창조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매우 섬세한 필치로 쓰였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리지를 중심으로 쓰였긴 하나, 글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 언니 엠마, 자녀들을 학대하고 통제적인 아버지 앤드류, 새엄마 애비 ( 특히 리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 그리고 외삼촌 존과 그의 친구 벤쟈민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한 사람이 있는데 그녀는 바로 가정부 브리짓이다.

[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는 한 운명적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도끼가 등장하고, 부모를 죽였을 수 있을 패륜적인 이야기라 한순간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소설은 한 범죄로 시작되는데, 어느 날 아침 앤드류 보든은 거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외출한 줄 알았던 새엄마 애비 보든 마저 2층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 사람들은 리지 보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첫번째, 아버지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그녀이고 둘째, 그녀는 평소에 다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치곤 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리지를 범인으로 볼만한 정황적인 부분이 많았다. 통제적이고 억압적인 앤드류와 차가운 새어머니 애비가 이끄는 가정 안에서 리지는 결코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않았고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갈망했다. 그런 역기능적인 가족 안에서 그녀는 당연히 비정상적인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리지가 속삭이듯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뭔가 사이코패스? 쏘시오 패스? 같은 느낌이 든다. 제대로 된 사랑과 애정을 받지 못해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리지가 과연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까?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언니인 엠마가 리지를 안아주고 위로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불행한 가정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범죄가 발생했을 당시 집에 리지만 있지는 않았다. 리지가 아버지를 발견했을 그녀는 큰소리로 가정부 브리짓을 불렀었고 ( 브리짓이 집에 있었다는 증거 ) 집에는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이 숨어 있었다. 그는 바로 벤쟈민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외삼촌 존과 친구 사이였고,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도 내지 않고 숨어있었다. 그가 집에 숨어든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은 리지, 엠마, 브리짓 그리고 벤쟈민이 돌아가면서 전달하는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로 인해서 독자들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봤을 때 각 개인이 어떻게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듯하다. 독자들은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통해서 그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이 이야기의 궁극적인 피해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가 세라 슈밋은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에게 바로 이 점을 물어보는 듯하다. 도끼 살인의 피해자는 부모이지만 이 사건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리지와 함께 사건을 재현하는 것처럼 느낄 만큼 생생한 소설이다. 그동안 나는 그녀의 광기가 내 안에서 휘젓고 다니는 것을 느꼈다. 뭔가 불쾌하고 음습한 느낌이어서 책의 막판 부분에는 우울감까지 느껴졌다. 매우 훌륭한 책이긴 하나 리지의 이상한 정신 상태에서 살아 가기는 매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리지 보든, 그녀가 실제로 도끼를 집어 들고 자신을 키워주고 길러준 부모를 내리친 것일까? 미친 듯 보이는 그녀의 광기로 봤을 때 의심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세라 슈밋은 리지의 광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그녀의 가족 관계와 내력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살해범이 누구인지 도저히 확신할 수가 없다. 아마도 저자의 의도가 그것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꼼꼼한 연구와 조사 덕분에 묻혀있던 밋밋한 살인 사건에 생생한 숨결이 불어넣어진 듯하다. 어둠과 비밀 그리고 저주가 가득한 미스터리를 만나보고 싶다면 오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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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형사 동철수의 영광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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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작품이라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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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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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젊은 시절 한때가 떠올랐다. 한국에선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 중동의 한 지역으로 여행 겸 봉사활동을 떠났었는데 거기서 사실 외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많이 만났다. 각자 사연이 있었지만 다들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일종의 현실 도피형 (?) 인간들이 많았다는 점.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한국에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고, 여기 말고 거기에는 다른 게 있겠지... 하고 건너와봤지만 글쎄... 다들 현실은 꿈보다 더 견고하고 높은 장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던 또래들의 눈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찌질한 인간들로 비쳤을 수도 있다. 아니, 진짜 찌질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동안이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방황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쉽게 풀리지 않던 나의 청년 시절... 그러나 하나는 확신할 수 있는 게, 그 방황과 고민이 사실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보니 내가

많이 단단해지고 확고해졌다는 걸 느낀다 ( 물론 그럴 나이가 되어서 그렇겠지만 )

이 책 [ 남은 건 볼품없지만 ]에는 3가지 단편이 등장한다. 책 제목과 같은 단편 1부, 그리고 [ 끝나가는 시절 ] 과 [ 레일라 ]라는 작품까지 포함하여 3편이다. 이 작품들 모두 불투명한 미래를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는 20대 혹은 30대 초반이 등장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누군가의 밑에서 빛을 못 보고 허드렛일만 주야장천 하기도 하고 음악의 꿈을 꾸었다가 어머니의 병환에 현실과 타협하기도 한다. 여자친구의 집에 얹혀살다가 바람을 들켜서

쫓겨나는 주제에 여자 친구의 비싼 가방을 훔쳐서 팔아먹기도 하는 인간도 있다 ( 물론 자신이 사준 선물이겠지만 ) 저자의 현실이 녹아있는 작품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정말 실감 나는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첫 번째 작품인 [ 남은 건 볼품없지만 ]에는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커플 후재와 주인공 섞정이가 ( 물론 진짜 이름이 아님, 후재와 몸을 섞는 사이라고 그냥 그렇게 부름 )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모텔에서 겪는 소동은 어쩌면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범죄 ( 데이트 폭력, 인질극 ) 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묘사하는 방식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월미도에 있는 탬버린 놀이기구에서 텐션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구는 아비규환을 봤을 때와 같은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이 계속 깨어나지 않는 상황이 왜 이리 심각하지 않은가? 그렇게 누워 있다가도 갑자기 눈을 반짝 뜨며, " 섞정아! 나 꿈에서 진짜 스펙터클한 영화를 찍었어! "라고 말할 것 같다.

시를 써서 등단하고도 백수처럼 지내면서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견디기 힘들었던 주인공 섞정. 그런 아버지 때문에라도 예술 하는 남자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의외로 그녀가 끌리는 건, 온통 예술 한답시고 똥폼 좀 잡는 남자들이다. 일본 유학 시절 만난 남자 찰스가 그랬고 ( 결국 월세 안 내고 도망감 ) 가끔 침대를 공유하는 이상한 관계인 후재는 예쁘고 어린 여자 친구를 두고 있으면서도 주인공을 그런 식으로 만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후재의 삶을 부정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롭고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가오를 심하게 잡으면서 알파치노의 눈빛을 닮으려 하고, 고민이라도 토로할라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후재를, 그녀는 있는 그대로 사랑했나 보다. 섞정은 후재가 깨어나면 이렇게 말해주려 한다.

" 잠들어 있는 후재가 도주범 발리송을 잡는 데 열을 올리는 것 말고, 열세 살로 돌아가 깡촌의 논에서 트랙터를 몰고 다니는 꿈을 꾼다면 좋을 것 같았다. 운전이 서툴러 아버지에게 욕을 실컷 얻어먹는 꿈을 꾼다면, 그래서 진저리를 치며 눈을 뜬다면, 서른세 살의 후재가 바보처럼 겁에 질린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면. 그런다면, 나는 잠자코 후재의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후재야, 이젠 너를 괴롭히는 괴물 트랙터는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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