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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출구
가와무라 겐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0월
평점 :
이상 현상을 발견한다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되돌아간다.
이상 현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간다.
이걸 반복하면.....
가도 가도 똑같이 반복되는 지하철 통로...
마치 한낮에 꾸는 지독한 악몽 같은 경험을 하는 <8번 출구>의
주인공. 그는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어떤 게임 속에 갇힌 캐릭터 신세가 된 걸까?
그러나 마치 형벌과도 같았던 이 이상한 체험은 주인공을
내적 깨달음으로 이끄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젊은 남자.
그는 울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와 그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중년의 직장인을 보게 된다.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습관이 된 주인공은
그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기만 하고 ..그런 자신이 싫다.
그러다 전 여자친구에게서 '아이가 생겼다.. 어떻게 할까?'
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뒤 통화를 시도하는 주인공
하지만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전파 방해로 인해 통화는 끊기고
그의 발길은 8번 출구로 향하는 통로를 걷는다.
그러나 모퉁이를 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방금 왔던 곳과 같은 곳?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는 제우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계속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위로 올려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형벌.. 그렇다면 책 속의 주인공이 계속 같은
통로를 걷고, 같은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누군가에
의한 저주와 형벌?? 출구 없는 지하철 통로는 어쩌면...
신이 악인들을 위해 새롭게 설계한 지옥일까?
<8번 출구>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소설이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인 만큼, 마치 게임처럼
주인공에게 미션이 주어진다. 그것은 바로 8번 출구를 찾아 무사히 나오려면
이상 현상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 날카로운 관찰력이 필요한 상황..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그는 영원히 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반복 속에서
구원받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밤에 꾸는 꿈은 낮에 미처 다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비유와 상징 등을 통해서 펼쳐지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이다. 아기를 가졌다는 전 여자 친구의
문자 앞에서 망설이고, 이웃의 어려움을 눈앞에서 보고서도 외면한다.
소설 <8번 출구>는 어쩌면 신이 그에게 주는 변화의 기회일 수도....
8번 출구로 나오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거의 "나"와 과감히 결별하라!
소설 <8번 출구>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통로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조우하게 되는
주인공은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를 깨닫게 되고 그것이 바로
탈출의 시작점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카르마"라는 단어를 문득 떠올렸다.
극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카르마...
무턱대고 도망 다니는 삶이 아니라 대면하고 극복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독특한 설정의 소설책 <8번 출구> 다소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소설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