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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암전들”은 기억와 대화로 엮어낸 퀴어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의식의 암전”으로 걸어가는 노년의
후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억압되고 잊혀졌던
퀴어들의 기록과 목소리를 회복하기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10년 전 정신병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재회하게 된 노년의 후안과 젊은 네네. 이들은
지나온 삶과 중요한 인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후안과 네네의 친밀함이
짙어질수록, 그들의 시간은 짧아지고 불안정해진다 — 사라질 운명을 이미 내포한 사랑.
서로를 위로하고 기억을 나누는 가운데, 후안은
자신의 삶에서나 퀴어들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운동가이자 혁명가인 “잰 게이”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평생 퀴어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
그러나 성소수자들을 정신병자라거나 변태로 바라본 권위적인 인물에
의해 그가 책으로 내려고 했던 기록들은 삭제되었다.
이 책 <암전들>은 말하자면 억압된 목소리를 다시
불러오고 지워진 기록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암전들>은 퀴어들의 삶과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드러내는 소설이다. 장애와 질병으로 취급되었던 퀴어들의
삶은 후안과 네네의 대화 속에서 컬러풀하게 펼쳐진다.
이제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노년의 후안은 “암전” 되지만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네네에게 지혜를 물려주는 느낌.
이 소설은 전달 방식이 실험적이고 독특하다. 두 등장
인물들의 대화는 영화 속 장면처럼 묘사되면서 몽화적인
분위기를 불러온다. 그러나 마치 실제처럼 배치된 사진과
논문 자료들은 이것이 실제로 벌어졌던 역사적 사실일
수도 있다는 느낌도 준다.
잃어버렸던 기억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온 소설 <암전들> 깊이 있는 내용과 실험적 형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소설 <암전들>을 읽어볼 만한 소설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