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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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분석하면 아직도 그런 원시적인 방법에 기대어 사람을 분석하느냐는 날카로운 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날카로운 반응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니, 어떤 정형화된 틀에 자신을 가두는게 싫어서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그냥 재미로 사람들을 분석해서 이야기해주는데 너무 심각하게 반응을 하니 깜짝 놀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실 50억 인구를 단순하게 4개의 혈액형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하다. 세상의 인구가 많은 만큼, 각각의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성격 형성은 DNA 뿐만 아니라 자라난 배경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각 혈액형 별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하는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다. 주위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가족들을 봐도 그렇고 어 정말 혈액형에 따라 행동하잖아?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는 각 혈액형별 특징을 잘 정리해놓았고 그걸 보니 예전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 농촌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나는 잠에 있어서만큼은 강한 편이다. 아예 안 자고 버티는 것도 할 수 있고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기도 한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잠을 이기지 못해서 봉사 활동 중간에 집에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선배들이 밤에 잠을 안 재우고 하루 일과에 대해서 토론을 하라고 하는 바람에 신경질 내면서 집으로 돌아간 친구... 그녀의 혈액형은 AB 형이다.



까칠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으로 보였던 그 남자.... 자기 말이 항상 옳고 내 말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던 그 남자를 오래 만나보니 속정이 깊어도 그렇게 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물을 줄때 꼭 던지듯이 주던 그 사람,,,,, 말은 그렇게 안 했지만 선물을 줄 때면 좀 부끄러워하면서 마치 " 오다가 주웠다 " 라는 식으로 주곤 했는데 알고보니 그의 혈액형은 .... B 형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 그녀는 무척 강해 보인다. 별명이 천하대장군인 그녀는 어떤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돌파할 것 같은 그런 강한 카리스마를 뿜뿜 풍긴다. 예술 분야에 매우 무지하지만 돈 버는 일에 있어서만은 최고인, 따라서 생활력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그녀의 혈액형은 .... O형!!



예전에도 이 작가의 광팬이었었는데 다시 책이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얼마 전 포스트에 소개되었을 때 악플이 많이 달렸던데 작가분이 부디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란다. 사실 혈액형이란 건 맹신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참고를 해두면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재치있는 혈관고의 작가님~~~ 다른 작품 내실 생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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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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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온다 "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시신 처리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르는 것 같다. 사람의 인생이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다. 가족이 있더라도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홀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커진다. 예전에는 반드시 배우자가 있지 않더라도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는 나의 죽음을 발견해줄 수 있는 구조였지만 가면 갈수록 사람들 끼리의 왕래가 줄면서 정말 소위 " 고독사 " 라 불리는, 홀로 죽는 사태가 진짜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미처리 시신을 뒷수습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저승의 배경이 책방이고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의 영혼은 책으로 정리되어 책방에 꽂혀있다. 유명인사의 책을 대필해주는 고스트라이터이자, 중고책방인 ' 솔 ' 이라는 곳을 자주 찾았던 주인공이 미처리 시신 치다꺼리 대원으로 등장하고, 중고책방 ' 솔 ' 의 주인장이었던 김사장님도 왠일인지 이 저승 책방에 미리 와 있다. 그러고보니 김사장님도 소리소문없이 죽어버린 미처리 시신이었던 것!!!

김사장님은 주인공에게 [ 치다꺼리 지침서 ] 라는 책을 던져주면서 책을 먹으라고 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페이지 한장, 두장 뜯어서 먹어야 되는 주인공. 그는 치다꺼리에 나서기 전에 2권의 책을 먹어야 한다. 일단 [ 치다꺼리 지침서 ]. 여기에 어떻게 미처리 시신을 수습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인데, 이 책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 속에 주인공이 수습할 첫번째 미처리 시신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치다꺼리에 나서야 하는 첫번째 시신은 바로 S032-3905696-허 08 이다. 배움도 짧고 변변한 직업도 없없으며 늘 형과 형수에게 무시당했던 허 08 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을 복권으로 여기고 맹신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강연을 쫓아다니고 강연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부를 쌓는 법을 배우고자 했던 허 08은, 그러나, 차갑게 돌아온 저자의 반응 때문에 실망하고,, 결국은 실망을 넘어선 절망 때문에 저자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그런데 사실 막상 그 책을 쓴 사람은 미처리 시신인 허08 의 치다꺼리를 해야하는 우리의 주인공 저승사자였으니, 그 유명인사에게서 배울 게 없었음은 당연한 것.

책방이 저승,, 미처리 시신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 열 여덟시간,, 치다꺼리를 담당하는 저승사자는 생전에 남의 글을 대필해주던 고스트라이터,, 저승사자는 사연도 기구한 미처리 시신들의 열 여덟시간 동안 그들이 이승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봐야 자신의 시신이 발견될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정도? 이지만.. 그런데 알고 보니 저승사자 본인이 가장 기구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본인 또한 미처리 시신 상태가 되어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 갇혀 있는 상태. 그에게 일어난 일은 도대체 뭘까?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일종의 추리 + 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그리고 시신은 왜 발견되지 않는지,, 사연들은 매우 기구하고 슬프기조차 하다. 불안한 우리 시대가 낳은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 이후의 세상이나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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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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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이다. 항상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헬스클럽에 등록해놓고 한 달에 가본 횟수는 1~2번, 수영장에 등록했다가 너무 친한 척 들이대는 회원분들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가지 못하고, 요가 클래스를 신청해놨다가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바람에 못 가게 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은 다 변명인 것 같고 나의 의지 박약 때문에 꾸준하게 운동을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를 읽어보니, 작가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동질감이 조금 느껴졌다. 아쿠아로빅을 다니며 한동안 신나게 운동을 했던 저자, 갑자기 친근하게 들이대는 소위 인싸 회원 ( 인기회원, 즉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회원을 지칭하는 듯 ) 때문에 부담을 느끼며 거리를 둔 사연을 들어보니 꼭 그런 부류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소를 가도 바로 적응을 하고 인싸가 되는 사람들 아니면 저자처럼 너무 친근하게 구는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며 물러서거나 아니면 운동을 결국 그만두게 되는 사람들. 나는 후자이기 때문에 저자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질 수 있다거나 운동을 꼭 해야한다는 훈계조의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체력의 고갈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 저자가 여러 운동을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운동을 찾아가게 되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향한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적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복싱을 비롯하여, 필라테스, 요가, 아쿠아로빅, 커브스, 스포츠 댄스 등등 거치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찾아헤맨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털어놓은 운동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공감이 많이 갔던 에피소드는 단연 [ 운동요의 세계 ] 였다. 사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너무나 지겨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종종 TV를 켜두거나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한다. 그런데 가끔 운동 의욕이 불타오르고 다른 날보다 달리기가 훨씬 더 잘 될 때가 있다. 바로 귀에 찰싹 달라붙는 흥겨운 음악을 들을 때이다. 저자도 저절로 팔 다리가 움직이게 만들었던 흥돋는 음악에 대한 썰을 이 에피소드에 자잘하게 풀어놓는다.


“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채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케이팝 러버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전주를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티아라의 [ 롤리폴리 ] 였다. 첫 수업부터 흥이 바짝 올랐다 .


“ 그저 아쿠아로빅을 하는 중이었지만 내 취향의 노래를 만나자 광대가 살짝 솟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롤리폴리 ] 가 끝나니 곧바로 AOA 의 [ 심쿵해 ] 가 수영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묘하게 현재와 몇 년의 간격을 둔 케이팝 메들리는 나를 번쩍번쩍 들어 7년 전, 5년 전, 3년 전으로 옮겨놓았다.”


[ 인싸의 습격 ] 이라는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예전에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었던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저자가 아쿠아로빅을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 인싸 회원이 그녀에게 격하게 친한 척을 한다. 인싸 회원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 처녀야 애 엄마야? ” 저자는 이상하게 상대를 탐색하는 듯한 그 인싸회원의 눈빛을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생활의 경계와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감각이 아직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낯선 사람 간의 대화는

곧잘 타인의 정상성을 감별하는 절차로 변모한다. 자칫하면 입방아에 오를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


“ 건강하고 활기찬 나의 인싸 회원님에게 이런 생각을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발가벗고 샤워실에서 마주치는 우리의 환경 역시 깊고 지적인 대화를 나누기에 적질하지 않다.

나는 그저 묵묵히 아싸로 버티기로 했다 ”


운동하러 가기 싫은 날 ( 물론 매일 그렇지만 )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지면 좋을 듯 하다.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결국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열심히 그리고 충실하게 몸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느낀점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 저자.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해야겠다 싶은 분들 그리고 요즘 들어서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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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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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년이라는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소멸 사회. 2019년 현재로부터 너무 멀지 않은 시간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가? 정말 있을 수도 있을 사건들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그 시대는 현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만한, 그래서 아직은 시행되지 않은 법안들이 통과되어 어느 정도 시스템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법으로 기본 소득이 보장되어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조력 자살로 일찍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오프라인의 친구가 굳이 없어도 힘들지 않은 사회.... 언뜻 보면 뭔가 이상적인 사회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온라인 친구들을 사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두 친구 수영과 민수. 수영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민수가 이해되지 않는다. 머리도 좋고 독종인 민수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캐셔 일을 하는 어머니와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상태이다. 사실 민수는 천재에 가까운 아이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인공 지능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것과 대화를 한다. 일종의 챗봇 같은 것인데 2043년이 배경이라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이다.

한편, 수영과 민수의 반에 노랑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학생이 전학을 온다. 성이 노 이름이 랑인 이 학생은 뭔가 비범한 포스를 풍긴다. 개량한복 같은 이상한 교복을 입고 온 것부터 학교를 마치면 꼭 기사가 나타나서 그를 태우러 오는 것까지. 아마도 부유한 집 자제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밝고 긍정적이고 착한 노랑이. 하지만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노랑이를 슬슬 피하기 시작한다. 그때 그를 받아준 건 수영이와 민수. 하지만 비참하고 우울한 현실이 짓누르고 있는 민수에게 노랑이의 존재는 눈엣가시 같다. 대책 없는 노랑이의 낙관성이 그를 거슬리게 만든다.

세월은 흐르고 2055년, 수영이는 자신이 바라던 유명 신문사의 기자가 되어있다. 노랑이는 ( 원래의 바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민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으나 현재는 애완로봇을 수리하는 기사로 살고 있다. 인공 지능 때문에 캐셔로 일하던 어머니가 해고된 이후 기본 소득으로 살아다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보트피플이 되어서 한강에 살고 있는 민수. 여름엔 눈을 찌르는 햇살 때문에 힘들고 겨울엔 꽁꽁 얼어붙는 강 때문에 힘든 보트피플들. 그들은 대부분이 기본 소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이 한국이라는 배경의 디스토피아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무력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극빈층이고 나이가 들면 조력자살을 하기 위해서 신청하는 대열에 들어설 사람이라는 뜻......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게 과연 무엇일까? 본인의 의지인가?

이 [ 소멸 사회 ] 은 그리 멀지 않은 한국 사회에 내려앉은 어둠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곳곳에 침투해서 인간이 설자리가 없는 사회. 이미 많은 것이 시스템화되어버려서 인간의 성취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 그 안에서 인간은 무력함과 절망을 느낀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어 있으나 허울뿐인 그 시스템. 현재의 기초 생활 보장제도와 그리 다를 것이 없다. 아주 기본적인 생활 밖에 할 수 없다. 인간을 더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을 것 같은 그 모든 시스템들이 ( 인공지능과 기본 소득 체계 등등 ) 인간을 도리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책에 등장하는 노랑이의 엄마, 국회의원 채령과 노랑이 사이에 발생하는 대화는 평범한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그것이었다. 어쩌면 히틀러가 생각했던 개념도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니었을까? 궁금해졌다.

" 나도 너랑 원하는 게 다르지 않아, 노랑아. 다들 행복했으면 해. 나는 굳이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살리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그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인 거 같다. 굳이 불행을 대물림할 필요가 있을까?

5천만 명의 불행한 사람이 이 좁은 땅에서 아웅다웅하는 게 나아,

천만 명의 행복한 사람이 기계의 봉사를 받으며 살아가는 게 나아?" ( 182쪽 )

" 인공지능 때문에 사람들이 설 곳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걸 생각해 봐.

이제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받쳐줄 곳은 없어.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제도적으로 조절해야지. 조력 자살 받던 사람들이 나를 원망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182쪽)

이 불안한 시대를 관통하는 메세지를 충실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잘 전달한 것 같은 작품이다. 우리는 과연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인간은 그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물음을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용하여 대신 물어봐 주는 심너울 작가의 멋진 SF 소설 [ 소멸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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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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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클래식으로 재탄생한 데미안! 청소년기에 느꼈던 감동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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