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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온다 "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시신 처리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르는 것 같다. 사람의 인생이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다. 가족이 있더라도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홀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커진다. 예전에는 반드시 배우자가 있지 않더라도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는 나의 죽음을 발견해줄 수 있는 구조였지만 가면 갈수록 사람들 끼리의 왕래가 줄면서 정말 소위 " 고독사 " 라 불리는, 홀로 죽는 사태가 진짜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미처리 시신을 뒷수습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저승의 배경이 책방이고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의 영혼은 책으로 정리되어 책방에 꽂혀있다. 유명인사의 책을 대필해주는 고스트라이터이자, 중고책방인 ' 솔 ' 이라는 곳을 자주 찾았던 주인공이 미처리 시신 치다꺼리 대원으로 등장하고, 중고책방 ' 솔 ' 의 주인장이었던 김사장님도 왠일인지 이 저승 책방에 미리 와 있다. 그러고보니 김사장님도 소리소문없이 죽어버린 미처리 시신이었던 것!!!
김사장님은 주인공에게 [ 치다꺼리 지침서 ] 라는 책을 던져주면서 책을 먹으라고 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페이지 한장, 두장 뜯어서 먹어야 되는 주인공. 그는 치다꺼리에 나서기 전에 2권의 책을 먹어야 한다. 일단 [ 치다꺼리 지침서 ]. 여기에 어떻게 미처리 시신을 수습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인데, 이 책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 속에 주인공이 수습할 첫번째 미처리 시신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치다꺼리에 나서야 하는 첫번째 시신은 바로 S032-3905696-허 08 이다. 배움도 짧고 변변한 직업도 없없으며 늘 형과 형수에게 무시당했던 허 08 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을 복권으로 여기고 맹신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강연을 쫓아다니고 강연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부를 쌓는 법을 배우고자 했던 허 08은, 그러나, 차갑게 돌아온 저자의 반응 때문에 실망하고,, 결국은 실망을 넘어선 절망 때문에 저자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그런데 사실 막상 그 책을 쓴 사람은 미처리 시신인 허08 의 치다꺼리를 해야하는 우리의 주인공 저승사자였으니, 그 유명인사에게서 배울 게 없었음은 당연한 것.
책방이 저승,, 미처리 시신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 열 여덟시간,, 치다꺼리를 담당하는 저승사자는 생전에 남의 글을 대필해주던 고스트라이터,, 저승사자는 사연도 기구한 미처리 시신들의 열 여덟시간 동안 그들이 이승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봐야 자신의 시신이 발견될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정도? 이지만.. 그런데 알고 보니 저승사자 본인이 가장 기구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본인 또한 미처리 시신 상태가 되어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 갇혀 있는 상태. 그에게 일어난 일은 도대체 뭘까?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일종의 추리 + 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그리고 시신은 왜 발견되지 않는지,, 사연들은 매우 기구하고 슬프기조차 하다. 불안한 우리 시대가 낳은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 이후의 세상이나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