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 - 국선전담변호사, 조용한 감시자
손영현.박유영.이경민 지음 / 인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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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갈망이 법을 부를 때

때로는 울컥하고, 때로는 가슴이 철렁이는

‘진짜’ 국선전담 변호사들의 답신

가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국선변호사의 존재를 보긴 했으나 이 책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를 통해서야 비로소 그들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국선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를 감당하기 힘든 의뢰인을 위해서 나라에서 지정해 준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법원에서 지정한 사건만을 맡을 수 있고 그다지 높지 않은 건당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이 책에는 총 3인의 국선 변호사들의 글이 실려있는데 3인 3색 각자의 개성이 빛난다.

1장은 <어김없이 아침이 온다>라는 제목의 "손영현 변호사"의 글이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우선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국선 변호사라서 그런지 유독 그런 케이스가 더 많은 듯했다. 보육원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거친 생활을 하다가 폭력 사건에 휘말린 청년과 발달 장애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고 거리를 떠돌다가 절도 사건을 저지른 사람의 경우는 법적 처벌보다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한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53쪽 "어느 발달장애인의 3일 천하"라는 이야기에서는 절도죄로 수감 중이었던 한 노숙인의 지적 장애를 손영현 변호사가 간파해낸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그의 형량은 낮아지게 되었고 결국은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의 지원도 받게 되었다. 조금만 대화를 해봐도 알 수 있을 일인데, 수사기관의 무지가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다소 무게감이 있고 심각한 분위기가 있는 손영현 변호사의 글에 비해 2장 <한낮에 타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박유영 변호사의 글은 재치 있고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밤을 지배하는 알코올, 그 알코올로 인해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과 SNS 상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스캠 사건들은 그야말로 심각하기보다는 조금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일단 한번 박제가 되면 명예에 심각한 훼손이 오는 디지털 조리돌림과 같은 경우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3장 <담장의 이슬이 마를 때>에 나온 사건들은 조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았다.

악질적인 사기꾼들에게 걸려서 털리는 사람들 중에는 특히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사회의 약자들이 많은데, "한쪽 눈이 없어도 살 수는 있으니까"에 나오는 수연 씨나 "님아, 그 돈을 보내지 마오"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영미, 영식 씨 등이 바로 그런 케이스들이다. 돈과 일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악질적인 사기 집단들이 영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현실은 잔인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별것 아닌 일로도 소송에 걸릴 수 있고 ( 남의 운동화 신고 갔다가 소송 당함 ) 알고 보면 더 악질적인 ( 전세 사기, 차량 리스 불법 대출 사건 등 ) 사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우리는 범죄자의 편에 선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을 많이 욕하곤 하지만 국선 변호사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피의자의 편에 서긴 하지만 국선 변호사들의 경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법의 한계 앞에서 인간이 고통을 받을 때 인간의 편에 선다는 점... 여러모로 정의로운 법조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책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 국선 변호사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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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자개장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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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스티븐 킹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꿈꾸며 10년째 별 소득 없이 캥거루족으로 살아온 무명작가 박자연.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에 언제 깨어날지 모를 혼수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일생의 목표가 무너진 상황... 자연은 “아프더라도 사과하고 아프세요”라고 아버지에게 악다구니를 치지만 끝내 반응이 없는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자연은 마치 자신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로 느껴지는 집안의 유물, 자개장과 마주하게 되고 그냥 충동적으로 자개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늑함을 느낀 자연은 밀려오는 졸음에 한숨 자게 되고, 깨어난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알고 보니 자개장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문이었고, 4월 1일에 들어갔던 그녀는 3월 31일에 자개장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데....

영화 <타임머신>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강도에게 살인을 당하는 약혼녀를 살리려고 시간 여행에 뛰어든 거라면 이 책 <판타스틱 자개장>에서는 오직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일념만으로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려는 주인공의 시간 여행이 이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의 죽음을 더 빨리 앞당기는 등 그 무엇도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무나 답답한 상황...

자연의 시간 여행을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집요한 의지 덕분에 그녀는 여러 시간대를 오고 가며 정말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건달들에게 붙들려 장기가 털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심마니가 되어서 몇 백 년 된 산삼을 캐다가 곰을 만나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한 장수마을에 가서 자연 친화적인삶에 도전하기도 하는데.... 엉망진창, 얼렁뚱땅, 혹은 좌충우돌.. 박자연의 시간 여행은 그야말로 “대환장파티” 에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다. 과연 그녀는 바람대로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까?

스토리가 워낙 기발하고 재미있기에 킥킥거리면서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찡했다. 아버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시작했긴 했지만 계속된 실패로 과학 기술 분야로까지 손을 뻗는 자연을 보게 되면서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지고 볶고 미워하면서도 서로 돌보고 아껴주는 한국인들의 가족 사랑!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가족을 살린다면 무조건 시간 여행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표현에 서투르고 고지식했단 아버지... 한순간의 갈등으로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거리를 두고 지냈던 주인공 자연. 그러나 신비스러운 자개장을 통해서 아버지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진정으로 그를 이해하게 되는 딸 박자연. 그녀는 시간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멀어져있던 시간만큼 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놓쳐버린 시간들은 아쉽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됩니다”라고. 오늘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더 드리고, 주름진 손을 한 번 더 잡고 싶어지게 만드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판타스틱 자개장>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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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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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 작가의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치매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를 다루는 소설이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오히려 따뜻한 느낌으로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이었던 후베르트가 있다. 그는 이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세상을 뜬 아내 로잘 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생각해 보면 암울한 상황이 아닌가 싶지만, 후베르트 곁에는 그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 폴란드에서 온 간병인 에바는 지극한 정성과 존중으로 그를 돌보고 15살의 이웃 소녀 린다는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후베르트를 세심하게 살핀다.

린다는 수영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거나 사진첩을 함께 보는 식으로 후베르트가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한다.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소녀.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장례사 위르겐과의 연애에 몰두해서 딸을 돌볼 여유가 없다. 마치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린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 그런 린다에게 후베르트는 단순히 이웃에 사는 치매 노인이 아니라 삶을 붙들어주는 끈이다. 후베르트를 돌보는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치유한다. 아직 어리지만 매우 성숙한 자만이 보여주는 깊은 공감과 배려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가 실제로 오랫동안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녀는 간병인이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이나 환자의 소소한 변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그녀의 문체는 굉장히 균형감이 있다.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과하지 않고, 곳곳에 유머가 있어서 무거움을 덜어낸다.

치매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질병이 아닐까?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몽땅 빼앗기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파괴와 상실을 남길 수 있는 이 치매라는 질병을 둘러싸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오히려 누군가 잃어버린 삶의 의지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사랑이 고픈 한 불안한 린다와 조국을 떠난 채 고된 일에 시달리는 한 간병인 에바.. 그리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후베르트 그러나 이들은 서로 아껴주고 연대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돌봐준다. 책을 읽는 동안 삶이란 것은 결국 서로를 돌보며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상처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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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킬러
윤자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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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마! 다들 나랑 다른 김하준을 만난 거야, 뭐야!"

한 학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실게임을 다루는 소설 <몬스터 킬러>

이라 고등학교의 학생 부장 교사로서 아이들을 선도하는 책임을 맡고 있던 전조협 선생

그는 선 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탓에 괴물 교사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상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있던 문제 학생 민주영, 김기태 그리고 김하준을 덮친 전조협은 몸싸움 끝에 민주영을 그만 죽이고 마는데....

소설 <몬스터 킬러>는 대단히 속도가 빠르고 흡인력이 있는 추리 소설이다.

문제 학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발생한 의문을 해결하려는 전조협의 국선 변호사

박근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소설이다. 박근태는 전조협과의 면담에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이 김하준이라는 학생의 덫에 걸려서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한다. 진짜 범인은 김하준이라고 말하는 전조협....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소설 <몬스터 킬러>는 현재 벌어진 사건과 관련 있는 민주영, 김기태의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주인공인 순근이라는 학폭 피해자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 능력 있는 부모님을 둔 중산층 가정 출신의 순근, 원래는 모범생이지만

백상아리와 볼 커터라는 별명을 가진 문제아들의 손에 심한 학폭을 당하는 바람에

학업 성적이 추락하는 등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그 아이들에게 담배 한 갑을 갖다 바쳐야 하지만

미성년자라서 담배를 살 수 없던 순근은 편의점 근처에서 노숙 중이었던

한 노숙자 아저씨에게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여러 번 그 일이 반복된 끝에

노숙자 아저씨는 순근에게 지옥 같은 나날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법을

제안하게 되는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못 놓게 하는 미스터리가 완전 매력적인 책 <몬스터 킬러>

추리 능력이 좀 뛰어나거나 촉이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트릭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진실로 향하는 퍼즐 맞추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 재미 외에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또 학폭의 형태가 나날이 발전 (?) 혹은 진화한다는 사실.

학생 부장 전조협은 아이들을 품어주는 마음으로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꿈틀대고 있는 "가학성" 혹은 "공격성"을 풀어내기 위해서 민주영을

비롯한 문제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고 ( 하지만 악역이 필요하긴 함 )

또 다른 주인공 순근은 노숙자 아저씨의 "시클리드" 이론을 듣고는

내면에 잠들어있던 자신의 폭력적인 본성을 재발견하게 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학폭 문제를 다루고 있는 <몬스터 킬러>

아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들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양아치 같은 민주영의 아버지와 무조건 자식을 억압하고 훈계만 하려는

순근의 아버지를 보면서 학폭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김하준의 꾀임에 속아서 민주영을 죽이게 되었다는

전조협의 주장에 따라 김하준 학생을 아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박근태는 김하준에 대한 너무나 상반된 의견들 - 불량 학생, 상냥한 학생

등교 거부 학생 등등 - 앞에서 강한 혼란을 느끼게 된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박근태는 이 사건에 숨겨져

있는 비밀과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심각한 단면인 "학폭"을 소재로 대단히 빠르고 강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몬스터 킬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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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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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가?

굉장히 낯익은 얼굴의 변호사 "서혜진" 저자의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을 읽었다.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자가 맡았던 여러 사건들을 겉핥기로 들었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녀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서혜진 변호사는 주로 법률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자연스레 마음이 향했고 특히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 폭력 피해자들, 아동과 청소년과 함께 하며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왔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을 조금 살펴보자면 크게 4부로 구성된다. 각 챕터의 내용은 평소에 서혜진 변호사가 법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원칙과 그녀가 다루었던 실제 사례 등이다. 그녀는 "법이 정말로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가?"라는 주제 아래 여러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고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침묵해야 했던 사례들이 나온다. 67쪽 "가짜니까 괜찮아"에서는 얼마 전만 해도 딥페이크 성범죄가 합성된 사진이라는 이유로 아예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던 과거가 나온다. 진짜 기가 막힐 노릇. 2024년이 되어서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니 법은 참으로 느리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들었던 사례 외에 특히 분노를 일으키는 대목이 있었는데, 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 중에서 95쪽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에서는 1964년 19살이었던 최말자씨가 겪어야 했던 분통터지는 사연이 소개된다. 그녀는 길을 걷다가 어떤 남자에 의해서 강제로 키스를 당하게 되는데 저항 끝에 최말자씨는 그의 혀를 깨물어서 1.5센티를 끊어낸다. 법원에서는 이를 정당방위로 인식하기보다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했다. 수십 년이 지나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녀에 대한 재심과 무죄 구형이 이루어졌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 지금 이 사회가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하며 좀 더 정의가 실천되길 바란다.

위에 나왔던 사례 외에도 서혜진 변호사는 실로 다양한 사건을 맡아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변호를 해준다. "재판은 끝나도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고 변호사는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 때로 피해자들은 침묵하고 큰 고통을 겪는다. 저자는 변호사라는 위치에 서서 단순 법률적 행위를 하기보다는 사회가 피해자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회복이라는 것이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진정한 회복이라는 것은 사회와 제도가 피해자의 언어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그 존재를 지우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말하는 저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여성, 아동, 노인 등 특히 사회의 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은 사례를 볼 수 있었다.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피해를 겪은 이들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노력한 저자가 정말로 고마웠다. 이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은 법이 언제나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시작할 책임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느 쪽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정의가 사회 곳곳에 미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 <법정 밖의 이름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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