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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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음악을 들으면 감정에 휩싸일까?

현재 우리는 음악을 개인적으로만 소비하는 편이다. k-pop의 선율은 우리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해 주지만 세계적인 k-pop을 이용해서 종교의식을 치른다거나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 반면에 종이도 없고 역사도 글로 기록되기보다는 구전되는 편이었던 아주 옛날, 음악은 그저 사회적인 의식 – 장례식, 종교 의식, 전쟁 준비 –을 잘 치르기 위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책 <음악의 역사>는 음악 그 자체를 조명하기보다는 인류의 긴 역사와 더불어 함께 진화하고 발전해 온 음악이라는 면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로버트 필립은 음악가이자 작가이며 BBC 예술 프로듀서 그리고 오랜 시간 음악사를 가르쳐온 학자답게 이 책 <음악의 역사>를 통해서 방대한 음악사의 흐름을 담아낸다. 벽화나 유물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의식에 쓰인 음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춤, 악기 연주, 입으로 내는 소리가 구분되지 않은 형태였다. 여기서 출발한 음악은 유럽 중세 시대의 성가,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 현대 대중음악 그리고 지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pop까지, 한마디로 이 책은 나무를 보기보다는 음악사의 전체 숲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 가장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역시 자료의 방대함과 저자의 정리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총 합해서 40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챕터는 chapter 1 <음악의 ‘무엇’과 ‘왜’>처럼 특정 제목이 붙어있는데 5개의 대륙과 수천 년에 걸친 음악의 역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음악의 종류가 소개되는데 예를 들자면 3000년 전 인도에서 불렀던 명상 음악 “라가” 나 6세기 일본 악기 “샤미센” 과 14세기 이후 음악극인 노와 가부키와 같은 형태가 유행한 상황도 다루고 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 책은 감정을 움직이는 도구로서의 음악이라는 관점보다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진화하고 정치와 종교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지고 재해석되는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9세기 프랑스의 수도승으로부터 발전한 중세의 “네우마” 기보법부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의 정치적 기능, 그리고 힙합의 사회적 맥락까지... 이 책은 각 시대의 음악이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친절하게 풀어낸다. 책을 읽으며 음악의 발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교 개혁, 산업혁명, 제국주의, 여성의 지위 변화, 전쟁과 저항의 흐름까지 함께 읽게 된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솔직히 줄거리는 다소 빈약했지만 그래픽의 완성도나 사운드트랙이 너무 멋져서 이 애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K-pop이 현재 빌보드 차트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에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 <음악의 역사>는 그러한 흐름을 짚어낸다. 음악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음악은 혼례, 제례, 등 인간의 크고 작은 행사를 담당했고 종교적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음악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라고 할 수 있고 이 책이 정말 그런 면을 잘 보여준다. 언제나 우리와 음악이 함께 했음을 보여주는 책 <음악의 역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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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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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단일한 문명이 아닌 해석과 권력에 의해 구성된 결과물이다”

서양은 실제로 존재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서양과 서양 문명에 대해서 처음으로 배웠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하여 중세 기독교 문명을 지나 르네상스, 계몽주의, 근대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줄기로서 서사되는 바로 그것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영국의 고고학자 “니샤 맥 스위니”는 “서양이란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를 파헤친다. 그녀의 주장은 바로 이것이다. “서양은 언제나 존재했다기보다는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신화였다”

우선 이 책은 14명의 인물을 통해서 “서양”이라는 신화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우선 고대의 헤로도토스와 로마의 귀족 리빌라가 있었다. 저서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는 고대 그리스인을 순수한 유럽 백인 문명의 기원으로 보는 거대 서사와 대립했고 리빌라 서사로 미루어보아 당시 로마인은 지금의 튀르키에 땅인 트로이가 로마의 어머니 도시로 여긴 듯 하다. 이들 외에 중세를 대표하는 비잔틴 황제 라스카리스, 아랍 사상가 알 킨디, 르네상스의 대표자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성 노동자 툴리아 다라고나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14인은 주류의 시선을 벗어나 서양이라는 개념이 조합되고 구성된 해석임을 보여줬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자신들을 ‘서구’ 혹은 ‘유럽’이라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아시아의 트로이(현재의 튀르키예)에서 기원을 찾았고, 이 지역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다문화적 제국이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서구 문명이 그리스 고전을 지켜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스 철학의 보존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아랍 문명이었다. 플라톤을 번역한 보에티우스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알 킨디 같은 아랍 사상가들이 헬레니즘 유산을 이어갔다. 그는 철학이란 어떤 혈통이나 문명권에 국한되어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공유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양”이라는 개념과 틀이 만들어져야 했던 이유는? 근대 유럽은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양이라는 문명의 연속성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였고, 이 거대 서사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우선 기독교를 중심에 둔 채, 비서양인에 속하는 타자들은 모두 이교도로 규정,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차별적인 질서를 정당화,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을 두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였다. 앙골라 출신의 여왕 은징가는 본국에서는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과 민족적 투쟁의 아이콘이지만 그녀를 <타자>로 규정하는 서양에서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이 책 <만들어진 서양>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나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철저히 학술적 근거를 두고 쓰인 글이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서 독자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역사란 기록하는 자의 관점에 의해서 언제나 달라질 수 있긴 해도, 이 책은 “서양”이라는, 실존하는 개념과 실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허구일 수 있고,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목표로 꾸며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서양 문명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제 필요하다고 느끼는 독자들, 혹은 세계사의 허구와 진실을 똑바로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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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어떤 순애의 기록
김지원(편안한제이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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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서 자꾸만 그렇게

사랑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거야?”

덕질 보고서 혹은 덕질을 주제로 한 에세이인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라는 저자 김지원 님이 평생에 걸쳐서 추구해온 “최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최애"를 향한 특별한 사랑으로 몸살을 앓아본 적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란 것이다. 나의 경우는 학창 시절에는 덕질을 모르고 살았는데 나이가 한참 들은 후 한 성악가에게 빠져서 소위 덕질이란 것을 해본 케이스이다. 물론 돈, 시간 등등 많이 썼지만 그 당시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렸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강력한 저자의 덕후력(?) 때문에 주로 깜짝 놀라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뉜다. <1장 : 덕후로 사는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아서>에서는 덕후로 살면서 저자가 겪은 어려움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회사에서는 덕질을 알리지 않는 이유, 최애의 시련은 곧 나의 시련, 덕질 메이트들과의 강한 연대감 등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42쪽 "공백기를 버티는 덕후의 심정" 을 읽으면서 최애의 음반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면 전전긍긍했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덕질이라고 했을 때 보통은 아이돌 가수나 한국 배우를 떠올리겠지만, 2장 <나의 덕질 연대기, 아이돌부터 프로게이머까지>에는 실로 다양한 계통과 존재에 대한 저자의 덕질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구체관절인형”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었다. 눈, 헤어, 메이크업, 패션까지 모든 것을 소유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이 인형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꽤 컸으나 결국 간절히 원하던 일본 A사 인형 헤드를 손에 넣고 난 뒤 이 덕질은 그만 시들해져 버린다. 원하던 궁극의 인형이 손에 들어온 순간,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사랑의 마음....

“갈망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는 순간,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은 본성인 걸까?”

3장 <덕질 비하인드 스토리>와 4장 <지나가는 덕후의 개똥철학>은 각각 덕질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 다양한 우여곡절과 아름다운 덕질 생활을 하기 위한 우리의 철학 등을 다루고 있다. 148쪽 “비행기 격납고에서 울어 보셨는지요?”에서는 한 프로게임단을 덕질하던 저자가 후원사인 대한항공 비행기 격납고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게임단의 우승을 지켜보며 오열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저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게 인생이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인생은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이어만든 패치워크 같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적적으로 역전해서 우승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정말 행복했던 날이었다.”

4장을 통해서 들여다본 저자의 덕질은 그야말로 “최애를 통한 에너지 얻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일상을 회피하고 싶을 때, 고독이 밀려올 때, 저자는 최애를 향한 애정과 다른 덕질 메이트들과의 교류 등으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에 돈 쓰고 감정 쏟는 빠순이들”이라며 비난하는 순간에도 저자는 덕질 생활이야말로 그녀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가꾸어 준 것이라고 고백한다. 어쨌든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달려나간 너와 나를 기억한다면 덕질 생활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명약이 아닐지.....

덕질이야말로 인간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만들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과거 덕질 생활을 떠올리게 해준 재미있는 에세이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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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남 - 그는 왜 괴물이 되었는가
서린 / 잇스토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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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은 서사나 이미지 면에서 매우 충격적인 책이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광남. 그가 수십년 간 차곡차곡 쌓아뒀던 분노와 절망이 마치 표지를 뚫고 나올 듯 강렬했다. 이 책 <광남>은 마치 인간의 “악”을 탐구하는 듯 한데 태어날 때부터 악한 자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 전체가 사악한 기운으로 똘똘 뭉쳤던 시기도 있었다.

누군가의 신고로 살인 사건이 접수가 되어서 경찰이 출동한다. 살인 현장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반면 정신줄을 놓은 듯 실실 웃는 살인자 광남 그리고 파란 비닐이 덮힌 고무 대야에 담겨 있는 정체 모를 그것... 알고 보니 대야 속에는 장기와 살점이 거의 사라진 사람의 시신이 담겨 있었는데...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이고 주인공 광남은 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되었던 것일까?

1960년대, 젊은 광남은 말을 더듬고 정신 연령이 낮지만 정미소를 운영하는 부잣집의 아들이었다. 사실 광남은 정미소에서 일하던 혜숙을 몰래 짝사랑했으나, 혜숙은 비행기 승무원의 꿈을 꾸고 있었기에 정미소 사장님의 광남과의 결혼 권유를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혜숙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버리게 되는데.....

빗방울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물이 바닷물로 흘러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듯... 오늘날 광남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비극은 수십년간 그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한 일들 – 아내의 학대 진정한 사랑의 실종 – 이 차곡차곡 쌓여서 그의 내면에 마치 시한 폭탄처럼 남아 있다가 드디어 터졌기 때문.

이 책은 1960년대 젊은 광남의 이야기와 2025년 현재의 시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보여준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 매우 독한 광남의 아버지와 그보다 더 독했던 광남의 아내 미선, 이들은 불행한 광남의 인생을 만든 하나의 요소이다.

그러나 역사적 차원, 시대적 차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이 책에 등장하는 “서산개척단” 이라는 타이틀로 대표되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거대한 학대와 폭력이 난무했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어쩌면 주인공 “광남”이라는 캐릭터는 악마같은 아내 미선 뿐만 아니라 60년대 인간성을 짓밟은 그 시대에 대한 복수를 했던 것은 아닐지...

솔직히 말해서 어떤 장면들은 진짜 끝까지 읽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끔찍하고 폭력적이었다.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기에 특히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부분을 참을 수 없는데 이 책은 그러한 장면들도 필터 없이 고스란히, 아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그래서 그런지 “광남”이라는 캐릭터가 왜, 어떻게 악마에 가까운 살인자도 변모했는지 설득력이 더 있었다고 봐야겠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적 사건을 또 한번 알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왜 “서산 개척단” 관련 이야기를 가르치치 않았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권력이 개인에게 가한 말도 안되는 가학적 폭력이 우리나라에 있었음을 지금에라도 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누가 “광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학대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 동네 사람들... 아버지의 불행을 그냥 방임했던 아들 상희... 눈을 감아버린 사람들 모두가 죄인이다. 결국엔 살인자가 되어버렸지만 악한 시대가 낳은 불행한 인간 이야기 <광남>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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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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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사는 곳에선 반드시 누군가 살해당한다"

"만약 당신의 아버지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책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이 충격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이 책을 통해서 살인범이었던 아버지를 고발하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자녀로써 그녀가 느꼈던 사랑과 공포, 분노와 용서, 그리고 진실과 자기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사이코패스였던 아버지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 그는 외부에서는 매력적이고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가정에서는 매우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다. 어렸을 적에 동물들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막연히 그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저자. 집은 더이상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아이였던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에드워즈의 경우 어린 시절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고 보육원 등을 전전하는 동안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그가 이룬 가정은 결국 그의 소유욕과 약간의 책임감 그리고 가족들을 향한 학대와 무책임이 얽히고 설킨 공간이 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수십 번 이사를 다니면서 전국을 떠돌게 되는데, 이는 결국 아버지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자라는 동안 저자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은 아버지에 의해서 육체적인 폭력에 시달리게 되는데, 아버지의 괴롭힘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 아이들을 숲속으로 달리게 하고 뒤에서 총을 쏘는 것도 장난? 정말 어이 없는 사례가 많음 ) 선물했던 동물을 팔아버리거나 죽이거나 하는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공포와 혼란을 주입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가는 "고백" 때문이다. 그녀는 자녀로서 느꼈던 사랑과 증오, 혼란스러운 기억들을 아주 솔직하게 꺼내놓는데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되었다. 사실 범죄자의 가족도 피해자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범죄를 알 수 없고, 혹시나 알아채더라도 이 책의 저자인 에이프릴처럼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했을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가난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 부모의 사랑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라야할 아이들의 고통이 이야기 너머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꺼내놓기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은 저자의 용기에 감탄했다.

사실 아무리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기록하고 증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법. 그러한 용기가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있기에.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술술 읽어내려간 불편하지만 감동적이었던 이야기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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