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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추는 소설 - 개와 고양이와 새와 그리고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금희 외 지음,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평점 :
우리 인간에게 “동물”이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는 가족 이상으로 소중한 반려동물일 수 있고
길냥이를 싫어하거나 가축의 질병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에겐
귀찮은 존재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 책 < 눈 맞추는 소설 >은 이렇듯 “동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다루는데, 각 단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때로는 울컥하는 감동을 느꼈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마주하기도 했다. 재미도 있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단편들 속으로 뿅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 김금희 작가의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 와 임선우 작가의 <초록 고래가 있는 방 > 아마도 두 작품 다 “상실감에서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았다.
김금희 작가의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에서 주인공 세미는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마치 정글과도 같았던 회사 생활로 인해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달래줬던 반려견 설기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엄청난 상실감에 시달린다.
예비(?) 남자친구의 권고로 과거 인연들과 그들의 반려견들을 만나
껴안거나 대화를 하는 등 소통을 하면서 서서히 늪과 같은 상실감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세미... 내가 집사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읽었던 이야기.
임선우 작가의 <초록 고래가 있는 방 >에서 시나리오 작가였던 도연은
<초록 고래>라는 영화의 연출을 처음으로 맡게 된다.
그러나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후 트라우마를 겪게 된
도연은 이후 매일을 술에 의존하면서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위층에서 누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도연은
위층에 올라갔다가 말하는 낙타를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그 집 주인인데, 남편이 죽고 나서 여러 번 자살 시도 끝에
어느 날 낙타로 변해있었다고.... 낙타가 된 유미 씨의 글을 읽고
그녀의 “다정한 감시” (?) 를 받는 와중에 어느덧 도경은 마음속에 스며드는
깊고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되는데...
이 두 편 외에 다른 작품들도 너무 좋았다. 특히 서이제 작가의 작품
<두개골의 안과 밖>은 오직 이익의 관점에서만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잔혹함을
다루는 듯. 굉장히 섬뜩하게 잘 표현했다. 장은진 작가의 <파수꾼>은
가끔은 동물이 인간을 지켜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단순하지만
명료한 어조로 전달한다.
김종광 작가의 <산후조리>는 끝까지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황정은 작가의 <묘씨생>은 거리를 떠돌며 사는 존재의 슬픔을..,
천선란 작가의 <바키타>는 인간이 자연과의 끈을 잃어버릴 때 발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각 단편들을 읽는 동안 정말 너무 좋았다. 글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며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으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소설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단편 소설집은 독서 경험이 충만함 그 자체였다.
내가 동물을 좋아해서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의 뛰어난 필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눈 맞추는 소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