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김신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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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책 [레클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말이다. 예전에 남겨진 사진들을 통해서 전쟁 중 군인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 - 고양이, 개, 혹은 곰 - 등을 본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실질적인 공헌을 이룩한 경우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때는 경주마로 트랙을 달렸으나 한국 전쟁이 터진 이후에 포탄을 나르고 케이블을 옮기는 등 미군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은 영웅 말 "레클리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안정은 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가면서 나라를 지켰던 과거의 영웅들 덕분이고 그 영웅들 속에는 레클리스도 포함된다.

이 이야기는 말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소년 김혁문은 먼발치에서 경마장을 구경하다가 그만 어떤 말에게 마음을 뺏겨 버린다. 이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첫눈에 반해버린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을 눈앞에서 보는 일. 무척이나 가난한 집 출신인 혁문이 말을 소유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어느 날 경마장을 방문했던 혁문은 경마장에서 일하는 일본인들 눈에 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 수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훈련사 다케오를 통해서 말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말들의 경주를 지켜볼 수 있는 하루하루가 혁문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다. 혁문을 가르치고 돌봐줬던 일본인들이 전쟁 참여 등을 이유로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경주마들도 전장에 보내는 쌀을 운반하는 군마로 전락하게 된다. 비록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혁문은 "불꽃"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 ) 을 계속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러던 와중에 불꽃이 새끼 말, 즉 이 책의 주인공 아침해 ( 혹은 레클리스 )를 출산한다. 그러나 출산이 힘들었던 탓인지 불꽃이 새끼를 낳은 후 생명을 잃게 되고, 혁문은 잠시 슬픔에 빠지지만 엄마를 많이 닮은 아침해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정성스럽게 아침해를 돌본다.

2장은 6.25 전쟁이 발발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반에는 한반도 대부분이 북한에게 함락이 되지만 이후에 미군과 유엔군 그리고 특히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 해병대가 참전하게 되면서 북한군이 퇴각한다. 그러나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게 되면서 소모전에 접어들게 된 한국 전쟁. 해병대 소속의 페더슨 중위는 중공군을 물리치기 위해서 치명적인 공격력을 가진 무반동총, 즉 '레클리스 건'을 전쟁에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운 포탄을 옮기는 역할을 할 존재가 필요했고 마침 누나 정순이 지뢰 파편 때문에 다리를 절단하는 바람에 의족이 필요했던 혁문은 눈물을 머금고 불꽃의 새끼인 "아침해"를 페더슨 중위에게 팔게 된다.

3장은 미군들의 세심한 돌봄을 받는 레클리스 (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으나 미군에게 속하게 되면서 레클리스로 바뀜 )가 어떻게 훈련을 받고 해병대 일원이 되는지가 소개된다. 레이섬 병장은 본격적으로 레클리스를 훈련시키는데, 엄폐물이 없는 곳에서 포격을 피하는 법, 트레일러에 오르고 내리는 법,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철조망을 통과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점점 레클리스는 진짜 해병이 되어간다. 4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든 레클리스의 활약이 멋지게 등장한다. 무거운 포탄을 나르고 부상을 당하는 등 레클리스가 기여한 덕분에 결국 중공군이 퇴각하고 미 해병대는 승리를 거둔다. 이후 전쟁의 종식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는 레클리스는 가장 명예로운 해병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케이크를 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는데....

우리는 현재도 한국전쟁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나라는 3.8선으로 나누어져 있고 휴전 상태이긴 하나 언제 전쟁이 또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평화와 번영은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조상님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어떤 영웅은 동상으로 만들면서까지 그들의 업적을 기리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레클리스]의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적들에게서 날아오는 포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채 언덕을 오르내리며 포탄을 나른 영웅 레클리스. 그리고 레클리스를 그냥 말이 아니라 같은 전우로 받아들인 미군들. 우리 한국인들 모두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 그런지 정말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던 책 [레클리스]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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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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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떠올리려 애써도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기사가 나오는

동화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소설인 [장난감 괴물]. 특별한 한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그리고 우주까지 아우르는 실로 엄청난 스케일의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스토리 구성이 다소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꽤나 많은 편이다. 그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가 정말 숨 가쁘게 펼쳐진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청난 흡인력이 있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소설인 [장난감 괴물]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천재 소년이라 불리며 각종 매스컴에 등장해온 소년 서이준. 그는 현재 과학 영재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 중이다.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준은 세상의 관심이 너무 귀찮아졌다. 일부러 시험을 망침으로써 천재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했으나 충격적이게도 이준은 만점자로 발표가 된다. 집에 돌아온 후 이준의 의도를 알아차린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난 후 가출하기로 결심한 이준. 그런데 마침 돈을 노리고 자신을 납치하려 시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 이준은 그를 따라가게 되는데...

한편 민성후 형사에게 아들 민준의 생일이자 그들의 결혼기념일인 9월 17일은 평범한 날이 아닌 "모두의 날"이다. 저녁 7시 30분에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로 한 성후.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내 정희는 병원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고 하필이면 그 시간 그 장소에 아들 민준이가 있었다. 급발진에 걸린 듯 미친 듯 가속도가 붙은 차는 그만 아들 민준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만다. 그런데 그녀가 차로 아들을 치었던 시간은 7시 23분이었고, 바로 그 시각 지구 곳곳에는 지진과 해일 등등 동시다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천재 소년 서이준의 엄마인 정하진이 그 시간에 자택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장난감 괴물]은 우리가 흔히 "카더라 통신"에서 듣게 되는 많은 음모이론들을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마치 자연재해처럼 인간들에게 닥치는 비극이 사실은 어떤 조직이나 단체 혹은 나라에 의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것은 약을 팔기 위한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둥, 혹은 국제적인 비밀 단체가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둥, 인터넷상으로 퍼진 이야기들이 많다. 소설 [장난감 괴물]도 결국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그리고 기후 위기 등 위기에 빠진 지구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가 음모 이론에서 마주치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장난감 괴물]은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스릴 있으면서도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나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의 주인이 과연 인간일까? 감정을 느끼는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당연히 인간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겠지만, 이성이 주로 발달하고 엄청나게 효율적인 사고를 하는 천재 소년 서이준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세상이 단 한 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소위 천재적인 사고를 하면서 세계적인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마치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기는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우리나라도 누군가의 계획 속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소 정신없는 전개가 펼쳐지긴 했지만 실로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흥미진진한 책 [장난감 괴물]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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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가 처음 만나는 법 - 계약, 직장 생활, 결혼과 이혼, 인플루언서 활동까지 나를 지키는 현실밀착 법률
장영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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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요한 상황에서 당당한 대처를 하기 위한 핵심 실전 법률 상식

조용할만하면 터지는 전세사기로 인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특히 이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겪게 되는 사건이므로 그 과정을 지키 보는 게 굉장히 안타까웠다. 나도 젊은 시절 혼자 살 때 전셋집 계약을 해봤는데 워낙 목돈이라서 보험에 가입하는 등 돈을 잃지 않기 위해 2중, 3중 장치를 설정했었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서 이런 사건이 더 많이 터지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스럽고 평소에 계약과 관련된 법률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두지 않으면 큰일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실용적인 법률 사항을 다루는 이 책 [사회에 나가 처음 만나는 법] 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을 쓴 장영인 변호사는 현재 최앤리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AI 기반 마케팅 / 개발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접하는 법률 지식은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서 상담을 위해서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이미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상황에 휘말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러한 경우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총 4부로 나누어져 있고, 1부~ 3부까지는 우리 삶의 큰 축을 담당하는 영역 - 직장 생활, 집 구하기, 결혼과 이혼 - 등을 다룬다면, 4부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인플루언서들이 주의해야 할 일을 다룬다.

책의 제목이 [사회에 나가 처음 만나는 법]인 만큼, 사실 이 책은 뭐든지 처음 접해보는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쓰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굉장히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고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들을 다루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는 그동안 몰랐던 법 지식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예를 들어서 회사일에 큰 차질이 가지 않는 한 투잡은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과 내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제3자들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그리고 회사 비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일종의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 이 와중에 유독 회사 비품을 마음대로 쓰던 상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직장 생활과 관련된 법률 지식 외에도 집을 구할 때는 계약자가 실소유자가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 (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를 열람 ) 과 부동산 시세가 적정한지 알아봐야 한다는 점 ( 가끔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은 경우가 있다고 함, 이런 경우 전세금을 다 받을 수 없음 ) 을 알 수 있었고, 집주인의 평판을 알아보기 위해서 재산, 신용, 평판을 알아보는 것은 불법이고 5000만 원의 과태표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항을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본인의 동의를 얻은 후에야 비로소 개인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 평소에 설득의 기술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결혼과 이혼" 부분이었는데, 사실혼과 동거가 같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마디로 사실혼이 계약서에 서명만 안 했지 결혼과 거의 흡사하고 동거는 말 그대로 그냥 룸메이트 개념이라는 것.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헤어지기 위해서 혼인 신고를 좀 늦게 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대목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4부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참고해야 할 법률 사항들이 소개되는데, 인공지능 콘텐츠 무료 사용이나 엄마가 운영하는 인스타에서 아이의 초상권은 문제가 되는지의 여부와 같은 요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지식들이 나와서 굉장히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실제 법률의 적용이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이런 기본적인 법률 지식은 챙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흔히들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사례를 예시로 들고 있고 뭔가 어렵게 다가오는 법규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좋은 책 [사회에 나가 처음 만나는 법]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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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해방 - 불안 과잉 시대,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멘탈 수업
폴커 부슈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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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 뇌가 상상하는 것보다 언제나 덜 드라마틱 하다."


현대인들은 살아가는 동안 몸의 건강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다.  갈수록 인간관계는 소원해지고 직장에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뉴스에서는 온통 사고나 사건 등 어두운 소식들만 전달되고 나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심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나머지 불안장애라는 진단까지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걱정 해방]은 나의 삶을 좀먹는 그러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저자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저자 폴커 부슈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을 회복하여 마음의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정산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저자가 신경과학자라 그런지 이 책은 "뇌"의 본질과 "뇌"의 각 영역의 활동으로 인한 감정 변화 그리고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대한 해결책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굉장히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다.  참고할 자료와 사례들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며 곳곳에 유머러스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너무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겪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 다음 뚜렷한 해결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1장 [더 유연해지기]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안정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는 "선조체"라는 영역이 있고, 특정 상황에서 확률을 예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부분이 너무 큰 자극을 받게 되고 우리가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특히 불확실성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은 알레르기 반응에까지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뇌가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우리는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끼고, 주의 집중이나 창조성도 늘어난다고 하니 불안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살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이 책 [걱정 해방]이 굉장히 좋았던 이유는 인간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제시하고 분석하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하기 매우 쉽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2장 [좋은 것에 집중하기]를 통해서 저자는 온라인의 발달 등으로 인해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다량의 부정적인 뉴스 - 예를 들자면 우크라이나 전쟁,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 등등 -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유독 부정적인 뉴스에 취약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부정적인 사고의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 소비시간제한하기, 통신 불가능 영역 설정, 나쁜 정보 공유하지 않기 등등과 같은 간단한 솔루션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이 정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3장 [생각 스위치를 끄기]에서는 생각 중독을 막기 위해서 벽에 붙은 파리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라는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고, 4장 [유쾌함을 유지하기]에서는 심리적 상처 나 과도한 부정적 정보와 같은 우리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으로부터 대처하기 위해서 유머를 장착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장 [자신감을 갖기]에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가꾸는 법이 나오는데, 미래에 대한 지나친 예측이 오히려 우리의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부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일어난 여러 비극적 사건과 사고로 인해서 내 마음도 다소 불안에 휩싸여 있었는데, 이 책 [걱정 해방]을 읽으니 내 마음 상태에서부터 어떻게 좀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기를 함께 겪고 있는 모든 평범한 한국인들이 읽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 [걱정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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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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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그니타스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겐 커다란 슬픔이자 고통이다. 그러나 죽음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고 결국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책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 딸의 이야기이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지는 바람에 매일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던 작가의 어머니... 생전 밝고 긍정적이었던 엄마는 결국 참을 수 없는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된다. 이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길을, 외롭지 않게 배웅했던 딸의 아련하고도 슬픈 사모곡이다.

작가의 이름이 되게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SF 호러소설 [부디 너의 세상에도]를 지은 분이셨다. 기발하기도 하고 현대인에게 강렬한 메시지 전달도 하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책이 참 흥미진진하구나라는 생각만 했지, 작가에게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만약에 그녀와 같은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별로 효녀도 아니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모녀관계이지만 엄마라는 특별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결코 냉정하거나 침착할 수 없을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디그니타스로 떠나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라는 짐작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작가의 엄마 조순복씨는 회갑 잔치 이후 5년이 지난 어느 날 유방암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 씩씩했던 그녀는 힘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모두 묵묵하게 잘 견뎌낸다. 수술도 잘 되고 치료도 순조로웠기 때문에 암으로부터 해방된 줄 알았던 어느 날, 가족들은 유방암이 뼈로 전이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뼈로 전이된 암세포는 온몸을 갈아내는 듯한 심한 통증을 불러일으키고 밤에 잠도 못 자는 등 고통에 시달리던 작가의 엄마는 여러 번 딸의 감시를 피해 자살 시도를 하게 되고, 엄마의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스위스에 가서 조력자살을 하겠다는 엄마의 결정에 동의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묵직한 슬픔 때문에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 죽기 직전까지도 딸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려는 듯 농담까지 하는 엄마의 심정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멘토인 엄마가 곧 이 땅에 없게 될 거라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자꾸 눈앞이 흐려지는 딸... 독서하는 내내 나는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그만 쉬쉬하고 본격적으로 조력자살 혹은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인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불길함을 불러온다고 해서 무조건 억누르고 존엄사나 조력자살에 대한 논의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잠들 듯 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죽기 전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견뎌야 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고통은 그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나 가족들도 같이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무조건적으로 삶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 더 나쁜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고, 가치 있는 삶, 살만한 삶, 스스로 선택하는 삶 등을 위해서 반드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본다. 그런 논의를 함에 있어서 이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엄마를 지켜보고 돌보고 죽음을 선택한 길에 함께 했던 딸이 쓴 생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삶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렸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 - 죽을 수 있을 권리 - 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과 성찰이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 좋은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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