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힘들 때 나를 지켜 주는 내 손안의 작은 상담소
김호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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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처 입은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어른이 된 당신에게

16년 차 심리 상담사가 알려주는 치유와 성장 프로세스

언젠가부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다거나 반대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과연 어땠을까 떠올려보게 된다.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몸만 어른이 된 것 같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자신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 남을 괴롭히거나 너무 착해서 거절을 못 하면서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책 <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는 본인의 "내면의 아이"에 대한 점검을 한번 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굉장히 좋은 안내서이다.

이 책에 다른 제목을 붙여본다면 아마도 " 어른이들 마음 안내서 "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쓴 김호성 저자는 현재 휴앤 마음 디자인 센터의 원장인데, 사람들의 얼굴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분이다. 일상이 힘들 정도로 마음이 망가져서 자신을 치유하고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역시 깨우친 사람들은 남을 돕는 게 당연한 듯.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뉘는데, 우선 첫 번째 '뇌'라는 미로 속 '마음 아이'찾기에서는 우리 마음속 울고 있는 아이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을 시작하라고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남들의 공감보다는 자신의 가슴으로부터의 '공명' 즉, 우리 자신에게 받는 공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은 유진 씨 이야기로 시작된다.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접과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려온 유진 씨. 그녀는 어느 날 커피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자신만 없어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놀라 상담소를 찾아오게 된다. 저자는 유진 씨에게 어린 시절을 돌이켜봐라는 과제를 내어주게 되고, 그녀는 술 먹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 자신보다 남의 편을 드는 무감각한 어머니 등에게서 상처받은 마음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움츠려든 채 울고 있는 아이를 찾아내어 공감을 넘어서는 진정한 공감, 즉 공명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어렸을 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어른이 된 자신이 직접 주면서 내면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어른의 감정 일기장>이라는 작은 책이 추가로 동봉되어 있어서 이쪽에 매일 느끼는 감정 변화를 적으면서 아이 찾기를 해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편도체 반응과 생존을 위한 뇌 구조 이해하기 그리고 부정적 감정을 역으로 이용하기와 같은 내용이 펼쳐진다. 이번에도 현우 씨와 지연 씨라는 피상담인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뇌는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토대로 현우 씨는 자신에게 공황장애를 일으키게 만든 폭군 같은 아버지에게서 머릿속으로 사과를 받아내면서 치유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이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악화된 부부관계 때문에 상담소를 찾은 지연 씨는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비난만 하던 어머니와의 갈등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상처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 지연 씨는 어머니 용서 그리고 마음속 상처 치유 이후 결국 이혼까지 갈 뻔했던 부부관계가 훨씬 더 좋아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책의 마지막 파트에는 <실전 : 사례로 연습하기>라는 대목이 있는데, 말 그대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가졌던 사람들의 사례와 치유 방법 등이 소개된다. 어릴 적 아버지의 폭력으로 대인관계 문제를 겪은 어떤 사람은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불러낸 이후 치유 단계를 밟게 되고 결국은 회사에서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인 관계를 맺는 사람이 된다. 독자들 중에서도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겪은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고 내면의 상처 입은 아이를 치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 삶이 왜 이렇게 힘든가?를 느낄 때 굳이 종교의 힘을 빌리거나 타인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어쩌면 모든 것은 내가 보는 세상, 내가 만든 감옥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뚝 성장한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너무나 알차고 좋은 내용으로 가득한 심리 서적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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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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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좋은 문장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는 모두를 위해

그냥 읽고 돌아서는 게 아쉬워서 나는 서평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내 글이 함량 미달일까 봐 조금 걱정이다.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분들의 책을 자꾸 읽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책 <연중 마감, 오늘도 씁니다>는 그래서 더욱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남는 부분은 결국 글은 남에게 읽히기 위한 것, 미사여구가 많은 것보다는 읽기 쉬운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라는 내용이었다.

저자 김현정 씨는 2003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이라는 프로를 위해 10년간 새벽 5시 반에 출근하여 생방송 원고를 작성하고 글감을 찾고 출연자 섭외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 무려 5시 반!! ) 2014년에 JTBC <뉴스룸>에서 앵커 브리핑을 맡아서 일을 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사회적으로 울림이 컸던 그 앵커 브리핑을 맡았던 분이 바로 저자였다는 놀라운 사실! 이 책의 부제는 "밑줄 긋는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인데, 거의 20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방송 작가의 프로의식과 노련함이 한꺼번에 담긴 부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균형감각과 더불어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작가의 여러 경험담 덕분이었다.

나는 우선 작가가 함께 일했던 앵커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 그냥 나의 뇌피셜 ) 차가운 느낌의 손석희 앵커에게 최종 원고를 보내는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메일을 클릭하며 덜덜덜 떨리는 손을 기억하는 작가의 멘트가 재미있었다. 앵커는 단답형 " 보냈다 / 고쳤다 / 다 고쳤다 "로 된 답장을 주로 보냈다고 하는데, 그 안에 담긴 속뜻이 너무 재미있었다. (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으시길 ) 작가는 JTBC 방송국 다음으로 일하게 된 KBS 방송국에서 만난 이소정 앵커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한다. 축구팀 소속에 밥도 고봉밥으로 먹는 쎈 언니이지만 스태프들에게 그렇게 공손할 수가 없다고. 역시 직장 생활의 백미는 좋은 직장동료와의 케미이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 생활 동안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다. 나에게도 충격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쓰레기 만두 파동"인데, 작가가 2004년 <손석희의 시선집중> 막내 작가를 하던 시절 썩은 무로 만두소를 만든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영세 만두 공장이나 업체가 한꺼번에 망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작가는 다음 날 6시 15분 생방송 프로를 위해 전날 밤 한 만두 업체 사장과 통화를 했는데, 통화는 영 찝찝했고 사장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도 엉망진창이었던 것. 결국 쓰레기 오명을 뒤집어쓴 사장이 억울한 심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날 밤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작가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시의 스스로를 반성한다. 방송국에 있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 가지일까? 이런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도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켜온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는 글 속 에서 작가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감동을 받았다. 69쪽 " 글쓰기는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 하지만 매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 좀 못 썼다고, 주눅 들지 않아야 내일도 쓸 수 있다. (...) 그래도 정 안 되겠으면 원고료를 떠올린다. (...) 하루치 원고를 견디면서 오늘도 마라톤 하듯 달리기를, 아니 글쓰기를 이어간다." 옛 말에 머리 좋은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시기를 다 극복하고 20년간 꾸준하게 방송 작가의 길을 걸어온 저자가 바로 "즐기는 사람"이 아닐지. 잭표지에 남긴 작가의 말에 "글은 손이 아니라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란 표현도 정말 감동 그 자체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진심어린 자세가 이 문장에서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재미도 있었지만 감동도 그에 못지 않았던 에세이 <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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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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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꿈은 정신과 의사였다. 사실 남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많이 무뎌졌지만 젊었을 때는 정신적인 고통이 좀 심각했다. 겉으로는 밝은 척했지만 내면적으로 매우 불안했고 예민 초조...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도 심했다. 그때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 이렇게 사는가 보다 하면서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 책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를 읽어보니 힘들었을 때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긍정적인 힘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필 스터츠씨는 무려 4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해왔다. 미국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인지, 자신의 이름을 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 있다고 한다. ( 책을 읽고 나니 당장 보고 싶다는 느낌 ) 이 분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심리치료사인 배리 미첼스라는 분과 독자적인 심리 치료법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궁금하다. 총 6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저자의 이론뿐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치료해온 환자들의 사례가 아주 풍부하게 제시된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 본인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 / 항상 분노로 가득 찬 사람 / 욕망에 쉽게 굴복하는 사람 등등 - 이 소개되면서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해결 방법이 아주 흥미롭게 제시된다.

저자의 통찰력 가운데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그는 우리가 머리로는 ( 이성이나 논리로는 )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고차원적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가 치료했던 한 영화감독은 "자신의 평가"로 어떤 영화사 임원을 깔보지만 후에 그 임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공동체를 만드는 문제로 얽힌 50대 남자 해럴드가 정식으로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평가 절하했으나 그의 행동력 덕분에 결국에는 "웰니스 커뮤니티"라 이름 붙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말하자면 우리가 세계를 "인식" 하고 "평가" 하는 것은 그냥 우리의 생각일 뿐, 세상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고차원적인 지혜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피하고 싶은 고통이나 역경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깨달음을 주는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나 모든 것이 이어진 우주에서 개인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내"가 특별한 존재이며 개체로서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이 갔다. 이와 이어지는 그의 이론 중에 "X 영역"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 즉 "내면의 적"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내면의 악마라고 불러도 좋을 이 "X 영역"은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끝내는 완전한 외톨이가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체의 힘에 연결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습관으로 들이는 것이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 내면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주변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 순간이 바로 고차원적인 힘과 자신이 연결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저자가 굉장히 유명하고 사회적으로 알려진 분이신 건지, 아니면 할리우드 근방에서 병원 운영을 하고 계시는 건지, 하여간 환자의 사례 중에 영화감독, 여배우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원래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기 때문에 더욱더 정신적 문제에 취약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잘나가는 자신의 친구를 질투했던 한 여배우의 사례는 "질투"라는 마음은 본인의 삶보다 남의 삶을 더욱더 욕망하게 만든다는 점에도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부유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결핍을 느끼고 남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산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류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고 부정적인 마음을 멀리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위대한 지혜를 가진 구루나 스승처럼 느껴지는 책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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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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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있다는 남자, 그런 남자를 믿는 여자

그 믿음은 기적일까, 아니면 위험한 착각일까

나는 원래 TV를 잘 안 보고, 보더라도 뉴스나 다큐멘터리 위주로 본다. 드라마는 거의 안 보는 편인데, 특히 연애가 주제인 드라마는 질색이다. 워낙 추리나 스릴러 등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소설도 연애소설은 절대로 읽지 않는다. 손가락 오글거리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거절이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드라마도 "뭔 재미로 보나?" 싶은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읽은 이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은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결혼 이후에 말라비틀어져있던 내 심장이 그야말로 사랑의 기운으로 촉촉해진 느낌이랄까? 주인공들의 밀당에 과몰입한 내가 보인다.

주인공 서지영은 시골에 있는 제과 공장에서 과자 포장지를 검수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일을 상징하는 소리가 바로 '위잉 위잉 착착 쿵쿵'이다. 그녀는 반복 노동에 시달리는 자신을 찰리 채플린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모던 타임스>의 주인공에 비유한다. ( 여기서 주인공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 ) 자신이 없으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치매 걸린 할아버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골에 남아있긴 하지만 지영은 아직도 서울에 가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시골쥐와 서울쥐 이야기 (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 주제 )를 가장 싫어하고 시골에서의 안분지족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순응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비유한다. ( 서지영의 비판의식과 똑똑함이 드러남 )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된다. 슬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눈물까지 말라버릴 정도로 너무도 급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런데 장례식을 치르던 중 서울에서 어쩐지 낯익은 남자가 내려와서 할아버지의 조문을 한다. 그의 이름은 서은우. 알고 보니 어릴 적에 할아버지의 중재로 잠시 시골에서 살다간 꼬마 남자아이였다. 서은우는 지영에게 "사람 저널"이라는 명칭이 적힌 회사 명함을 내밀며 서울로 올라올 것을 권유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던 것을 갚기 위해서 지영에게 취직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선뜻 제안을 하는 서은우... 과연 그의 손을 잡은 지영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은 뭐랄까, 아주 재치 있고 과하지 않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주인공 서지영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우선 서지영은 다소 드라이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매우 지적으로 날카롭다. 비록 공장에서 단순 반복 노동을 하고 있으나 책을 정말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는 캐릭터도 묘사된다. 신문사 대표인 서은우가 그래서 그녀를 단번에 스카우트한 게 아니겠는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끝까지 시골에 남아있던 의리도 그렇고 스스로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까지... 인간적으로 참 끌리는 여자가 아닌가... 싶었다. 보통 로맨스 소설은 남자 캐릭터에 아우라가 드리워지는 경우가 많고,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자 주인공이 매력이 넘치는 게 설득력이 있다. 남녀가 서로 끌리는 이유가 강력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듯!

소설 속에서 "저는 마인드컨트롤 초능력자예요. 말을 하면, 말하는 대로 이뤄지거든요."라면서 너스레를 떠는 신문사 대표 서은우. 얼굴도 잘생겼지만 정말 초능력 덕분인가? 싶을 정도로 광고 영업 능력이라든가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분명 매우 잘난 인물이지만 겉으로 젠체하지 않고 속 깊은 인간성도 두드러진다. 분명히 내 주위에는 없는 남자이지만 ( 소설 캐릭터니까 당연한가? ) 여성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훈남인 것은 당연하다!! 서은우를 별로 마음에 두지 않던 지영은 이윤경이라는 은우의 과거 연인이 갑자기 등장하면서부터 조금씩 그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뭔가 시트콤 같은 분위기에 ( 주위 인물들이라던가 회사 환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재치가 빛난다! ) 주인공 서은우가 약간 장난스럽게 묘사되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 눈에서 꿀 떨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맞다!! 초능력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나와서 유치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재미있었던 연애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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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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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학자의 눈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바다의 진짜 모습!

우리가 다 알 순 없지만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작정하고 찾아보지 않는 한, 특정 직업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책 <바다 위의 과학자>는 대단히 좋은 책이다. 과학자들의 이야기인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직접 배를 타고 먼 바다에서 나아가서 기후와 생물을 연구하는 해양 과학자들의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다는 해변가에 불과했던 것! 엄청나게 넓고 예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는 바다에서의 탐험이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 남성현 씨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부 교수이다. 놀랍게도 어렸을 적 꿈이 해양 과학자는 아니었다고 한다. 아직 어렸을 때는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으나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해양 과학자로 우뚝 서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 <파도 위의 과학자>는 지은이가 바다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된 여러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관측 활동을 위해 바다에 띄운 장비에 걸린 상어, 남극 기지에서 우연히 사진으로 담은 펭귄 등 동물 이야기도 있지만 바다를 마치 물개처럼 누빈 C형이나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독일어 과외를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은 S 씨 등 좋은 사람들과의 경험을 다룬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뭐니 뭐니 해도 바다 그 자체에서 느낀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52쪽에는 소위 "물가쿠"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저자가 포함된 연구팀이 해상 실험을 계획하다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장비를 설치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타고 있던 배, 하나 호의 선장님이 그때 해수면에 떠 있는 물질들이 띠의 형태로 길게 늘어지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그것이 "물가쿠"이고 내부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말해준다. 연구팀은 물가쿠의 이동 속도를 고려해 아주 적절히 실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도양 일부 해역에서 발견되는 우윳빛 바다에 대한 이야기도 아름다웠다.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서 발생되는 이 현상은 해양, 대기, 생물 이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2부 <바다 위의 실험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저자와 같은 해양학자들이 바다에서 하는 일과 발견하는 새로운 사실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해양 과학자를 바다의 탐정 혹은 프로파일러라 부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해에서 그동안 어떤 환경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하나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수집한 데이터로부터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마치 용의자의 알리바이와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몇몇 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는 탐정이나 프로파일러 같기도 하다 " 이외에도 바다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웨이브, 태풍과 바다가 서로 주고받는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 위험천만하고 힘든 남극 조사 이야기도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저자 남성현 교수님은 해양학자가 되고 나서 자신이 뱃멀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해양학자로서의 최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평소에는 수줍고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지만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진정한 학자의 모습을 이 책 <바다 위의 과학자>를 통해서 오늘 발견하게 되었다. 파도가 치면 너무 흔들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기상 악화로 인해서 언제 어떻게 조난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 그 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채 가끔은 여유도 가지는 멋진 과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좋은 책 <바다 위의 과학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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