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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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문제에서 영토 전쟁과 권력.

요리법과 도구, 소울푸드, 대형마트의 등장까지...

시대와 나라를 가로지르는 음식에 관한 새로운 탐구

하루 3끼, 매일 먹는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 그리고 역사가 녹아있다. 정작 식사를 할 때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먹지는 않지만 가끔씩 문득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들이 있긴 하다. 미역국은 언제부터 끓어먹기 시작했을까? 김치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기 시작했을까? 왕들의 음식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릿고개, 즉 음식이 부족하던 시절에 서민들은 쌀 대신에 과연 어떤 대체 음식을 먹어야만 했을까? 등등... 예전에는 우리나라 음식이 세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한류가 대세가 되면서 김치를 찾는 세계인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시대와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음식. 책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인류 역사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이 음식 문화를 탐험하고 성찰한다.

우선 저자에 대해서 살펴보면, 메리 I. 화이트 교수는 보스턴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인데, 주로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 인류학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욕망과 호기심, 무모함으로 점철된 인류의 삶 속에서 음식이 과연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녔는지를 문화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공동저자인 벤저민 A. 워개프트는 메리 교수의 아들인데, 어머니의 영향으로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학자인 벤저민 저자는 주로 농업의 기원을 시작으로, 음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고 있고, 시대별로 나라에 따라 탄생한 음식을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 : 농업의 기원으로 보는 자연과 문화에서 시작하여 9장 : 다른 방식을 먹기에서 끝맺음이 된다. 마치 인류의 역사를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장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설명이 시작되는 점 때문이었다. 2장 : 고대 세계의 주요 제국들에서는 일찍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지배하고 큰 영향력을 끼쳤던 3개의 제국들 - 페르시아, 로마, 그리고 중국 한나라 -의 관점에서 펼쳐진 식문화를 다루고 있다. 페르시아인들의 음식에는 단맛이 빠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는 그리스인들의 식습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점 등등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3장 : 중세의 맛에서는 유럽에서 특히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는 가족들이 먹을 맥주를 직접 만드는 "에일와이프"라는 여성들이 있었으나 맥주 제조가 가톨릭교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서 산업화가 되고 맥주의 질 자체도 높아졌다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4장 : 콜럼버스의 교환인가, 세계의 재창조 인가에서는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 향신료를 찾기 위해서 신대륙에 도달한 여러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때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나던 식재료들이 유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이 가지고 온 바이러스나 질병으로 많은 원주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과 노예로 팔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쌀 관련 지식과 아프리카 양념으로 여러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지역 식문화를 연결시켜 주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5장 : 음료, 사교모임, 그리고 근대에서는 사람들의 사교생활을 뒷받침해 주었던 커피, 차, 디저트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식품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6장 : 식민지와 카레에서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적인 식민지를 구축해나갔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음식 문화에 스며든 식민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7장 : 음식 산업혁명과 8장 : 20세기 식습관, 또는 불만족스러운 대용량 식품에서는 각각 산업화 시대의 노동 분화로 인한 요리 문화의 변화와 대형 마트와 패스트푸드점의 탄생으로 보다 자본화되고 표준화된 음식에 대해서 다룬다. 9장 : 다른 방식으로 먹기에서는 저자가 일본에 거주하여서 그런지 요리에 사용되는 다양한 일본 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결국엔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음식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과 요리법 등을 다루는 책인 [다른 방식으로 먹기]를 다 읽고 나니 단 한 접시의 요리에도 얼마나 많은 지식과 요리법이 들어가 있나 싶어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폭넓은 음식 역사와 음식 인류학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다면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되는 너무나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 먹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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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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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벌레가 필요하듯

삶에도 부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저자 크리스타 토마슨은 우리의 마음을 정원에 비유한다. 아무리 성실하게 정원을 가꾸더라도 잡초는 생길 수밖에 없는데, 바로 분노, 시기, 질투와 같은 나쁜 감정을 잡초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입장에서는 잡초란 제거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은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안한다. 나쁜 감정을 '지렁이'라고 생각하자는 것. 지렁이를 역겹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지렁이, 즉, 부정적인 감정은 아름다운 정원, 즉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의 일부분에 속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그동안 우리의 사회나 문화에서 어떤 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종교와 학파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나쁜 감정들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되도록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 부정적인 감정은 억압하거나 통제하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향을 이끈 대표적인 학파로 스토아학파가 있는데, 이 학파에 속한 사람들은 대표적인 감정 통제형 성인이고 그들은 부정적인 감정이야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무관심 혹은 부동심이라고 하는, 감정이 없는 상태야말로 최고의 경지라고 여겼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부정적인 감정의 존재를 무시하고 무조건 억압하려 한 감정 통제형 성인이 있었다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되도록 수양하거나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삶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한다. 매일 감사하며 잠드는 사람들, 스스로의 감정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사람들, 그리고 명상 등을 통해서 감정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그들인데, 서양에서 콘푸키우스라 불리는 "공자" 이러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인자, 즉 수양을 통해서 온전한 사람으로 변모한 자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느끼기는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진정성 있게 느껴야 한다. 말하자면 단련을 통해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 통제형과 감정 수양형 모두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로 좋은 삶일까? 감정을 억제하여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간답게 사는 길일까? 우리는 한낱 인간일 뿐이고, 자기애를 가진 존재이기에 당연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나쁜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부터 오는 혼란과 불안도 최대한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듯한 저자. 2부 : 악마와 함께 춤을 에서는,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우리가 왜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삶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고, 누군가가 우리를 억압한다면 그건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니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 갑작스레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

이 책 [악마와 함께 춤을]이 좋은 책인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나쁘게 그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왜 그런 감정들이 솟아오르는지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분노"는 우리가 소중하게 대접받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감정이고, "질투"는 사랑하는사람에게 언제 배신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의 "취약함"에 대한 두려움의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누르고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고 분노, 불안, 두려움 등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듯하다. 이럴 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지를 제대로 짚어주는 이런 책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감정 지능을 좀 더 높여줄 만한 좋은 책 [악마와 함께 춤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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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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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문학 세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작년 10월 10일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이 되면서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었다. 그전에 인터넷 서점에서는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젊었던 시절부터 계속 좋아해온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를 점찍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한강 작가의 작품의 우수함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과연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작가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수상이 결정되고 언론을 통해 발표된 순간, 나는 진짜 너무 기뻤고 이제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겠다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이라는 책은 매우 시기적절한 출간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게 된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면 책 내용 전체가 한강 작가와 그녀의 작품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폭넓게 주제를 다루는데, 크게 1부 ~ 4부로 나누어져 있고, 1부에는 "노벨문학상이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노벨문학상" 그 자체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스웨덴 출생인 알프레드 노벨에 의해 만들어진 상이기에 주로 유럽 출신의 작가들이 그동안 상을 받아왔다는 점, 그리고 몇 안 되는 아시아의 노벨 문학상 작가에는 누가 있는지, 노벨상을 받기 전 한강 작가가 받은 맨 부커 상이란 게 어떤 상인지 등등에 대한 내용이 간략하게 실려있다.

2부 : 한국의 현대 문학에서는 아마도 한강 작가라는 거목을 탄생시켰을 만한 한국 문학이라는 "토양"과 그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라는 "뿌리"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강수연 배우가 열연하여 상까지 받았던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한승원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역시 유전자의 힘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부에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게 실려있는데, 예전에 읽고 큰 감동을 느꼈던 책들이 소개되어서 굉장히 반가웠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최인훈 작가의 [광장], 그때는 잘 이해 못 했기에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이외에도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도 울어가면서 읽었던 책이라서 다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장르소설에 미쳐서 한국 문학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반성도 뼈저리게 하게 되었다.

3부 : 한강 작가 작품 리뷰에서 본격적으로 그녀의 여러 작품들을 다룬다. 최근에 그녀의 작품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은 구매를 해놓은 상황이었는데,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자 이봉호 씨는 한강 작가의 초기작인 소설 [붉은 닻]에서부터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와 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까지, 한강 작가가 발표한 거의 모든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을 담아 놓았다. 인간의 연약함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이라는 역사를 다룬 이야기까지, 한강 작가의 문학 세계는 넓고 깊고 풍요로운 바다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4부에는 8인 8색 심층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여덟 명의 사람들에게 노벨문학상, 한국문학, 그리고 한강문학 3가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진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바로 오쿠다 나오라는 일본 번역가인데, 그녀는 아이돌 그룹에 빠진 후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일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강원도에서 유학도 했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를 배출한 국가가 일본이기에 일본의 출판계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이 참 아쉬웠다. 사실은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더욱더 안타까운 대답이었다. 이 책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은 한강이라는 작가와 그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친절한 해설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그녀의 작품 중에서 나에게 맞을 만한 몇 권의 단편 소설의 제목을 알 수 있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도서관에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한국의 작가 "한강"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우선 읽어봐야 할 책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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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 한비자 - 현실의 정치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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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성인이 나타나 우리를 다스려주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범상한 지도자로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한비자는 기원전 298년경 한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당시 한나라는 다른 나라의 틈바구니에 끼인 채 전쟁의 요충지로 늘 위험을 안고 있었고, 특히 진나라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고 한다. ( 마치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듯 ) 한비자는 한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여러 번 왕에게 글을 올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적국인 진나라의 시황제가 한비자가 쓴 글을 보고 감탄하여 그와 대화를 나누기를 청하였다고 한다. 한비자는 주로 현실적인 정치를 강조하였고, 임금의 권세를 강조하는 "세", 신하의 능력을 평가하는 "술", 그리고 모든 사람이 법을 따르게 하는 "법"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 한비자]는 독자들이 동양 철학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 채지충은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만화가로 제자백가를 비롯한 다양한 동양 사상, 중국 설화와 기담을 재창작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1999년에 "만화를 통한 동양 전통 철학과 문학의 전례 없는 재창조"를 인정받아 프린스 클라우스상을 수상했다고 하고, 물리와 수학 등에 관한 만화도 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그린 만화는 단순한 선으로 인물과 사물의 특징을 잘 그려낼 뿐 아니라 동양 철학 사상을 정교하게 잘 담아내고 곳곳에 유머를 담아서 독자들이 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만화들은 마치 신문에 있는 네 컷짜리 만화처럼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짧은 편이다. 각 페이지에는 한비자가 남긴 주옥같은 문장이 먼저 소개가 되고, 그 문장에 담긴 뜻이 만화로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하고 명료한 그림체 덕분에 내용이 아주 이해가 잘 된다. 예를 들어서 29쪽에는 "한 번의 울음소리로 사람을 놀래키다" 라는 문장이 만화로 소개된다. 초나라 장왕은 즉위한 지 삼 년이 지나도록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우사마가 이유를 묻자, 장왕은 이런 대답을 한다. "그 새가 비록 날지 않는다 해도 한번 날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를 것이고, 한번 울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장왕은 조용히 능력을 갈고닦아서 훗날 천하를 다스리는 패왕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를 이끄는 리더라는 사람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한비자는 강력한 법과 권력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사회질서를 굳건히 세워야만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엘리트 집단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좋은 문장와 내용들이 정말 많았다. 19쪽 "발톱과 이빨"에서는 권세 없는 임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마찬가지이고 신하와 심복이 위세가 당당하면 임금이 제대로 나라를 이끌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 무속인들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현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반영하는 듯 ) 42쪽 "먼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라는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실제적인 효용과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양철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삶에 있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을 가르치는 책이라도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면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체와 핵심을 짚어낸 문장으로 한비자의 철학을 잘 전달하고 있다. 유머와 해학이 담긴 그림들이기에 언뜻 딱딱할 수 있는 내용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한비자는 일찍이 강력한 왕권과 법에 근거한 정치를 강조한 학자였다. 현재 정치적 혼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와 좋은 뜻을 재미있게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 한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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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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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급습해 30억 유로 상속녀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범인이 온다.

인간의 의식은 깊이와 너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의학계와 과학계가 아무리 연구해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기 마련이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는 미로.. 그 속에 갇혀버린 아이. 아무리 소리치고 외쳐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혀버린 외로운 아이의 간절한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소설 [미로 속 아이]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게 된다.

어떤 거대한 사건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해야 할까? 이탈리아 출신의 대부호의 딸 오리아나도 그러했다. 종군기자로 세계 각지를 종횡무진하던 오리아나는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드리앙 들로네와 결혼한 후 아이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죽음의 사신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데....

이탈리아 대부호의 상속녀 오리아나 디페아트로가 자신이 소유한 요트에서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서 혼수상태가 된 채 발견된다. 니스 경찰서 강력반 소속 쥐스틴 팀장은 곧 조사에 착수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리아나는 더 버티지 못하고 끝내 사망하게 된다. 피해자는 사망하고 단서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은 상태로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제보로 오리아나의 남편인 재즈 피아니스트 아드리앙의 저택에 범행에 쓰인 듯한 부지깽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DNA 감식 결과 부지깽이에 남아있던 혈흔과 머리카락이 바로 오리아나의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오게 되면서, 쥐스틴 팀장은 본격적으로 아드리앙을 취조하게 된다. 자신을 버리고 젊은 여자를 택한 남편 때문에 안 그래도 절망과 우울에 빠져있던 쥐스틴. 그녀의 눈에 비친 아드리앙은 영락없는 살인자, 어떤 뚜렷한 목적 때문에 아내를 살인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살인자에 불과한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 [미로 속 아이]는 유력한 증거를 쥔 채 아드리앙에게 질문을 던지는 쥐스틴 팀장의 송곳 같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현재의 상황과 피해자 오리아나가 어릴 때 경험했던 교통사고, 그리고 병원에서 들은 충격적인 검진 결과 등과 같은 과거 시간대로 끊임없이 오고 가면서 독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그런데, 피해자의 DNA가 묻은 부지깽이라는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독자들은 이상하게 찜찜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과연 그가 진범이 맞을까? 사실, 저자 기욤 뮈소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라는 기법을 이용하여 독자들의 눈을 완벽하게 속이고, 결말의 복선이 될 만한 떡밥들을 아주 영리하게 구석구석에 배치해 놓았다. 처음부터 이미 결말을 열어놓은 듯한 스토리에 대해 단순하게 접근했던 독자들은 자꾸만 "변화구"를 던지는 작가의 의도에 아마 어질어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정말 엄청난 비밀을 감춰두고 끝까지 밝히지 않는 늙은 노파처럼 교활한 소설 [미로 속 아이]. 작가와의 두뇌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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