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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 세상 어디에서도 중국인보다 부자인 민족은 발견되지 않았다 " - 책 속 인용문 -
그렇다. 이 책은 세계 상위 0.01%에 속하는, 미친 부를 자랑하는 중국 갑부들 이야기이다. 금융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리그를 이끌어가는 부자들.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한 자들의 이야기 답게, 책의 첫 장면부터 입이 딱 벌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항에서 걸어와, 비를 홀딱 맞고는 후줄그레한 복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켈소프 호텔로 들어선 엘리너와 그녀의 가족들. 그들을 가난한 아시아인쯤으로 생각했던 서양인 지배인이 인종차별하며 그들을 내쫓으려하자, 그녀의 올케인 펄리시티가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 한통을 돌리고, 그 즉시 게임은 종료가 되어 버린다. 호텔은 엘리너와 펄리시티 가족의 소유가 되고 그 서양인 지배인은 그 자리에서 해고가 된다. 호텔을 사버린 것이다.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은 현재까지 19개 언어로 번역 계약되어 9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존 M. 추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가 2018년 개봉하여 흥행 수익 2억 달러까지 벌어들였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이 책을 그렇게 인기가 있도록 만들었을까? 사실, 돈 많은 중국인 갑부들의 천박한 물질주의를 조롱하고 비웃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게 된달까? 설명하기 힘든데,,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케빈 콴이라는 이름의 싱가포르계 미국인이다. 그는 책 속의 주인공들 처럼 싱가포르에서 자고 나랐고 11살 때 미국으로 이주하여, 휴스턴 대학에서는 미디어 연구와 문예창작을 전공.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는 사진으로 예술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어쩐지...... 책 속 갑부들의 삶에는 생소한 패션 브랜드와 값비싼 보석들 그리고 서양 근대사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건축 양식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저자가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을 정보일 듯 하다.
어쨌든, 이 책은 주인공 니컬러스 영과 레이철 추의 굴곡많고 사연 많은 사랑을 다루고 있는 로맨스 코미디 이다. 니컬러스 영의 어머니는 엘리너 숭, 좀 전에 나왔던 호텔을 사버린 그 여성. 싱가포르 및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콧대높은 집안의 안주인답게 그녀의 눈에 차는 며느리는 별로 없다. 니컬러스 ( 이하 닉 ) 는 그런데도 아무런 대비도 없이 레이철을 싱가포르로 데려가 가족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한다. 눈에 불을 켜고,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승냥이 소굴 속으로 던져질 레이철..... 이제 레이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책을 읽는 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스릴러 장르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약간의 반전이 있을뿐.... ( 사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 이 책의 대부분은 수퍼, 아니 크레이지 리치들의 화려함을 넘어선, 미친 듯한 라이프 스타일을 묘사하는데 할애되고 있고, 그 덕에 읽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들이 누리는 안락함 - 궁궐같은 저택,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 그리고 고급스런 음식 - 과 나의 생활을 비교해 보니, 나는 토굴 속의 두더지 같지만,, 그래도 간접경험을 해보니 과히 나쁘진 않았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그나마 제정신으로 살아간다 싶은 인물들 ( 닉과 그의 사촌 아스트리드 등등 ) 은 " 부 " 라는 가치보다 더 소중한 걸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곁에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유익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제이슨 므라즈라는 가수의 노래 중에, " Love is still the answer " 라는 노래가 있다. 부유하건 부유하지 않건, 역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살짝쿵 던져주는 책인 듯 하다.
2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화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가의 글솜씨로 인해서 쉬지 않고 달렸다. 주인공 레이철이 겪는 마음고생으로 인한 닉과 레이철의 줄다리기를 보면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사랑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과 식어가는 사랑으로 인해 고민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