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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평점 :
엄마를 죽인 범인의 시체가, 내 눈앞에 있다.
그리고 남겨진 메시지
피비린내가 나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도무지 머릿속을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사람들... 소설 [돼지의 피]는 아무도 없는 컴컴한 골목을 혼자 걷는 듯한 공포를 안겨주는 소설이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뒤를 덮칠 듯한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숨통을 옥죄는 서스펜스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상황 묘사도 뛰어나다. 영화를 보는 듯, 장면 하나하나가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섬뜩한 분위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최고인 소설 [돼지의 피]
일찍이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 광욱과 준우는 함께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질병으로 하나하나 쓰러져간 돼지들,, 돈을 벌기보다는 땅을 파서 돼지를 묻기 바쁜 나날들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준우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펜션을 운영하던 엄마가 안치호라는 남자의 손에 살해된 것. 준우는 장례식장에서 배다른 누나 준서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치호를 붙잡은 박한서라는 형사가 장례식을 찾아와서 준서에게 명함을 건네주는데, 이것은 훗날 준서가 경찰이 되는 계기가 된다.
준서도 그랬겠지만 준우는 일편단심 안치호가 석방되기만을 기다렸다. 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안치호가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준우는 그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그에게 공격을 가한다. 하지만 노련한 범죄자인 안치호에게 도로 약 공격을 받아 기절하는 준우. 한참이 흐른 뒤 깨어난 준우는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과 안치호가 죽었다는 더 믿기 어려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모든 상황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미지의 인물은 준우의 핸드폰 일정에 사체 처리를 하라는 말까지 남겨놓았고, 이후에도 여러 인간쓰레기들을 처단한 후 준우에게 사체 처리를 맡기게 되는데...
일종의 "처단자"와 같은 인물인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돼지의 피]는 한마디로 "죽여주는" 소설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소설 자체가 엄청 재미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소설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죽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질병이 퍼지는 족족 죽어나간 돼지를 땅속에 묻는 준우의 아버지 사광욱,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반려동물을 위한 화장장을 운영하게 된 사준우, 펜션을 운영하다 살해당하는 엄마와 준우가 기절한 사이 발목이 잘린 채 죽어버린 안치호.... 그리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을 차지하는,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수많은 시신들과 그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 음울한 죽음의 분위기가 내내 맴도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두 개의 다른 사건들을 잘 엮어서 보여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숨 막히는 살인과 시체 처리가 펼쳐진다. 그런데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독자들을 이야기로 강렬하게 끌어들인다. 하필이면 인간쓰레기들만 죽어나가는 상황...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또 아라뱃길에서 발견되는 장기가 그대로 있는 몸통 시신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소설의 중간쯤 다다르게 되면 아라뱃길 사건의 범인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괴물 같은 자를 누가 어떻게 발견하고 잡을 수 있을까? 인간의 심리를 꿰고 있으면서 동시에 잔인함마저 갖추고 있는 이 귀신같은 자를... 그리고 그는 준서, 준우 남매와 어떤 운명으로 얽혀있는 것일까?
서스펜스 그 자체에 섬뜩한 스토리라인까지.. 그리고 시종일관 음울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소설 [돼지의 피]. 스릴러와 미스터리 둘 다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