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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 - 신이 전한 영적 교과서
조셉 베너 지음, 신업공동체 옮김 / 빛 / 2011년 4월
평점 :
우연히 십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다. 몹시도 아팠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이, 일상이, 내 모든 것을 산산이 무너뜨리고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삶의 자질구레한 사건들이 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그동안 나를 지탱해 주던 그 알량한 신념과, 깨달음과, 지혜와, 체험과, 변형은 너무나 구체적인 삶의 고통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했다. 그때 운명처럼, 이 책이 내게로 왔다.
이 책의 저자 조셉 베너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익명으로 출판하고 3년이 지나서야 저자가 알려졌지만 그땐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었다. 20세기 초반에 씌여진 책이지만 여전히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직접 이야기 해 주는 듯한 생생한 현실감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철저히 '내 안의 나', '참자아', '초인격적인 자아', '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절대적 존재가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한 수단으로써만 쓰이고자 했던 저자는 아마도 깊은 영적 깨달음을 얻는 이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는 기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곳곳에 보이는 동양 종교의 영향(윤회, 카르마, 깨달음)은 20세기 초반의 신지학과의 연관성도 있지 않았나 의심이 된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작은 책자는 영적 깨달음, 영적 진화, 구원과 해탈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감로수와 같은 놀라운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신비주의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 저술은 진리를 찾아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적 몸부림 끝에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까지 온 구도자들을 위한 책이다.
제한된 인격과 개성의 '나'가 더이상 힘쓸 수 없느 지경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모든 지혜와 재주를 다한 뒤에도 여전히 자유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고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분별적 지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아득한 절망의 나락 속에 떨어질 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신성한 '알 수 없음', 완전히 판단이 중지된 상황 아래서 '우리 안에 이미 있는 신성'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천국에 있으면서 무지로 인해 지옥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옥을 온몸으로 통과하지 않고서는 결코 천국을 경험할 수 없다. 지옥 그대로가 천국이 되지 않고서는 달리 천국에 이를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