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말 걸기 알렉 그레븐의 말 걸기
알렉 그레븐 지음, 케이 에이스데라 그림, 이근애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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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남자아이들의 여자친구 사귀기 대작전에 관한 지침서가 나왔으니 말이다. ㅋㅋ 난 딸 아이 둘이 있기에 어쩜 이런 방법서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자친구들의 행동이 이러하면 너를 좋아하는 거야'하고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를 알게 되었으니 좋은 엄마가 되기위한 필독서이기까지 할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작가인 알렉 그레븐은 이 책을 8세에 썼다고 한다. 처음엔 18세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보니 8세.. 솜씨도 정말좋지.. 얼마나 여자친구 사귀기에 집중을 했으면 그 어린나이에 책을 쓰게 되었을까? 더군다가 어렵게 확보했을 그 노하우들을 친구들을 위해서 책까지 펴내다니 능력도 좋지만 마음 씀씀이까지 이쁘지 않을 수가 없다.

 

 



 

 

 

 목차를 살펴보자니 1장부터 7장의 목차만 보더라도 어른으로써 귀여움에 웃음이 피식난다. 그런데 고민에서부터 고백하는 방법까지 안들어 있는게 없잖아?? 요거 정말 또래의 아이들이 보면 흥분을 하면서 보고보고 또 볼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사실 처음엔 책 내용은 컬러가 없고 글과 씸플한 그림밖에 없어서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선호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잠시 생각하니 뭐 그런것 보다 내용이 중요한거 아닌가? 아이들은 여친을 사귀고 싶어서 그 방법을 알려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테니!

 

내가 어릴적엔 초등학생 사이에 '사귄다'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사용하지 않을 때인데, 요즘 아이들은 어찌나 성숙이 빠른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결혼하자고 고백하는 카드를 친구에게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게 10년전 일이었으니 그 사이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그 아이의 편지에는 고백과 함께 지금은 어리니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이 되면 결혼하자는 아주 구체적인 내용까지 등장했었는데,, 귀여운 모습에 웃으면서도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니 이런류의 책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아니지... 하긴 우리 아이는 5살에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부터 '남편'을 만들어서 결혼한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직도 그 친구와 커서 결혼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는...ㅠㅠ

 

 




  
 
책을 보니 아이이건 어른이건 연애를 함에 있어서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비슷한 것 같다. 같은 사람이니 그럴 수 밖에. 여자애한테 반했을때 행동 법, 자신을 계속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초보자를 위한 <데이트>에 대한 귀여운 정의까지!! 더불어 책의 하단에 꼭 등장하는 [이건 꼭 기억해!]란엔 여러가지 통계수치가 나온다. <평범한 여자애들의 약 73퍼센트가 남자를 차 버리고, 예쁜 여자애들의 98퍼센트가 남자를 차 버려>,<대부분의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반한 여자애에게 매달리는 기간은 겨우 30일이야>같은 귀여운 과학적 근거(?)를 가진 조언들 말이다. 어떻게 8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이런 이야기가 탄생했을까? 아들이 있다면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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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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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책을 읽기전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나에게 낯익은 작가도 아니었고 뜻을 알 수 없는 제목에 당연히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수 많은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이렇게 소설스러운 표지와 제목을 가진 에세이는 처음이었으니. 작가의 이름도 강렬하지만 온통 주황빛을 발산하고 있는 책의 표지도 강렬하다. 더불어 작가의 이름이 외자에 '리'이다보니 자꾸 '북한'이 떠오르기까지 한다. 동갑내기 작가와 통했다고 해야하나? 서른 셋의 나이에 45개국을 여행했다는 그녀가 가보고 싶은 나라는 '북한'이라고 한다.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출신이라고 하니 내가 낯을 심하게 가리는 '수상작가' 출신의 그녀가 풀어놓는 여행담은 어떨까?(분명 그녀는 여행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다.
 
 

1979년. 나와 동갑내기 작가의 글.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서른 셋의 나. 그녀는 내가 가지지 못 한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음이 부럽기도 하고 어린 나이부터 홀로 떠나는 여행을 감행했던 그녀의 용기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분명 작가는 여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과 뒤섞여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해외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등 수 많은 위험속에서 여행을 지속했다. 정말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신변의 위험은 생각지 않는 대담함이 그녀가 얼마나 당찬 사람인지를 보여주었다. 자로 재듯이 계산하는 여행이 아닌 단순함. 그것 또한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첫장을 펴는 순간 이건 철학서인지 문학분류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정말 에세이가 맞는 것일까? 그 흔한 여행사진 한장 나오지 않는다. 에세이나 여행서에는 글에 딱딱 맞아 떨어지는 멋진 사진이 함께 있음을 어쩜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늘어놓는 방대한 문학적 지식이란~ 동갑내기 동성 작가의 이야기다보니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질투가 날법도 했는데, 그러기 보다는 '참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야,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토론이 벌어져도 괜찮다. p268
 
 

 

글을 쓰면서 의도했던 것일까? 작가의 말처럼 과연 이 책을 '에세이'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세계 곳곳의 여행담을 기록한 이 책은 어쩜 그녀의 일기장과도 같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좋은 곳의 꼭 가봐야하는 명소'에 대한 언급도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활과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와중에 겪는 수 많은 일들로 인한 그녀의 생각들... 더불어 앞서 말했듯이 많은 문학작품에 대한 언급까지.. 어쩌면 그때그때 생각하고 느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맞을 것 같다. 그런 느낌때문인지 남의 오래된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가 친구를 마주보고 쉴새없이 릴레이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든다.

 

조금은 냉소적인 그녀의 문체에 처음엔 적응이 안되어 여성작가라는 것을 몇차례나 확인하며 글을 읽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철학적인 내용들과 잘 알지 못하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가의 입담과 유머감각 때문에 그녀의 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매력을 가진 친구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작가에 대한 검색까지 해보았는데 그녀의 첫 인상은 글에서 처럼 '배짱이 두둑해 보였다'는 것. 인물검색 결과 그녀는 '소설가'로 되어있지만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어쩜 더 어울릴 것 같다. 오랜만에 너무 괜찮은 책, 정말 괜찮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권리'라는 사람이 더더욱 궁금해진다. 내 평생에 걸쳐서 그녀와 같이 '무모한'여행의 경험은 오지 않을 것임이 확실하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한번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여행이란 삶의 장기적인 계획에서 옆으로 빗겨 나온 일부이다. 다시 말해 여행은 계획되지 않은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중에 내가 무언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면, 그 여행은 이미 여행이 아닌 삶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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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2
박동선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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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닐때 가끔 메일로 돌던 재미있는 글에서 요... 캐릭터를 본 기억이 있다. 씸플하면서도 귀여웠던 캐릭터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가끔은 혈액형에 관한 재미있는 이 만화를 교육시간에 보여주어 환기를 시키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오~ 그런데 책이 나와 벌써 2권이 맞이 했다니...^0^ 그만큼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인기가 있었을 테지만 재미있는 만화가 한권으로 묶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펴기도 전에 웃음이 절로 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그 당시엔 국민학교였지만..) 혈액형은 A형이었다. 지금도 혈액형 검사 결과가 기록되어 있던 선생님의 노트가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한반에 6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명단이 노트 한쪽에 아주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고 그 줄의 맨 오른쪽에 해당 학생의 혈액형을 적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다. 몇학년때의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학년때로 생각이 든다. 분명 나의 혈액형은 A형이었고 선생님 또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중요한 것은 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나의 혈액형이 A형이라고 생각했고 흔히들 말하는 혈액형별 성격유형도 딱 A형과 동일했다. 그런데 취업을 앞두고 신체검사를 했는데 세상에나!! 나의 혈액형이 B형이 아닌가?? 어찌 혈액형이 바뀔수가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그 당시에는 이런식으로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좋아하는 A형에서 B형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2'를 펴기전에 과연 나는 어떤 혈액형 성격을 가지고 있을지 매우 궁금했다. 여전히 A형스러운 모습이 많이 있을지 B형 스러운 모습이 많이 있을지 말이다.. 혈액형을 따지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아무 의미없고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내용을 100%로 믿는다는게 아니고 그냥 재미있잖아!?!?!?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뭐가 있을까?

 

 

 



 

 

혈액형 유치원으로 시작하는 만화는 학교, 회사, 사생활로 이어진다. 그런데 처음부터 빵 터지는 것이!!! 캐릭터의 아동화도 너무 앙증맞고 귀엽지만 유치원에서 보여주는 혈액형별 특성이 너무나도 웃겨서 한참 배꼽을 잡고 웃었다. 덕분에 자고 있던 둘째가 몇 차례나 깨고 말았다는 ㅠㅠ

특히 소풍놀이를 하는 혈액형별 반응은 O형과 AB형이 압권이었는데 ㅋㅋㅋ 즐겁게 보면서도 우리는 쉽게 보고 웃고 즐기는 만화지만 이런 예리한 부분까지 알고 있으려면 혈액형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겠구나~ 만화가 결코 쉬운거은 아니겠다~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나는 웃고 즐기면서 만화를 보면서도 아무리 봐도 A형 타입이란 말이지.. B형의 모습은 나에겐 거의 없는데,,, ㅋ 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아님 내가 오랜 세월을 A형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서 그렇게 변한 것일까? 나의 A형 스러운 면을 보여주는 몇 편이 있어서 골라봤다. ㅋㅋ

 

 

 



 

A형 : 10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계획을 세워 스티커도 붙이고 스탬프도 찍으며 꼼꼼하게 기록한다.

 

B형 : 운 좋게 다이어리가 하나 생겼다면 필기용, 낙서용으로 그때그때 용도가 바뀐다.

 

O형 :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쓰다가 점점 간단해진다. 그리고 어느새 잃어버린다.

 

AB형 :  그다지 중요한 건 안 적는다... '허경영을 불러봐 롸잇 나우!' ㅋㅋㅋㅋ

 

 

 

 




 

 

A형 : 최고급 케이스와 긁힘 방지 보호 필름으로 스마트폰을 항상 새것과 같은 상태로 유지한다.

분류의 달인인 A형은 어플도 용도와 목적에 맞게 폴더별로 분류한다.

 

B형 : 재미를 추구하는 B형에게 스마트폰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상자!

단,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충동적으로 어플을 구매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한다.

 

O형 : 개성 넘치는 O형에게는 스마트폰도 개성 표현의 수단!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선호한ㄴ 어플의 신봉자가 되어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다닌다.

 

AB형 : 시니컬한 AB형... 스마트폰도 역시 전화기일 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삼아 볼 만한 책. 그리고 머릿속을 식히고 싶을때 특히 화장실에 갈때 유용하게 읽힐 책.

하지만 혈액형별 특성을 잘 파악해서 주변인이나 아이의 교육에 접목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웃음 속에서도 지식이 있는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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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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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후에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면서도 딱히 재미있다.. 생각할 만큼의 작품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심심한 가운데에서도 중독성을 일으키는 것. 그게 그녀의 매력일까? 지난해에 읽었던 '빨간 장화'가 너무나도 나의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 '소란한 보통날'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소란한 보통날이라... 소란한 것이 일상이라면 얼마나 시끄러운 가족의 이야기일까?

 

 

 

 

에쿠니 가오리가 들려주는 유쾌하고 잔잔한 가족의 일상!


 

아빠와 엄마, 딸 셋과 아들의 대가족 미야자카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이 책은 엉뚱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잔잔한 무언가도 담겨있는 가족 소설이다.

항상 말이 없지만 언제나 가족의 편이 되어주는 아빠, 나이가 들었음에도 소녀같은 감성을 잃지 않는 엄마, 가족에게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임신중에 이혼을 감행하는 큰딸 소요, 자살을 두번이나 감행한 사차원 둘째 시마코, 소설의 화자이자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셋째 고토코, 특별한 취미 생활로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막내아들 리쓰. 등장인물의 성격만 보더라도 특이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차분함과 담백한 글솜씨 덕분인지 수 많은 '꺼리'를 가지고 있는 그들의 일상은 어쩜 무미건조해 보이기까지 한다.

 

책을 다 읽고 머릿속에 정리를 해보니 이렇게 많은 사건에 노출되어 있는 가족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서로를 믿고 큰 힘이 되어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질 무언의 규칙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고 그 누구도 그 룰에 대해 언급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 그런 덕분인지 문밖에서 바라보는 고토코 가족의 일상은 말 그대로 매일이 '보통날'처럼 느껴진다.

 

 

 

 

비 오는 날은 쓸쓸하다.

왜인지는 모른다. 아니, 나는 그것이 진짜 쓸쓸함인지조차 잘 모른다. 처음 시작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수업 중이었다. 내 자리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뚝 떨어져나간 듯한 느낌, 아랫도리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한없이 허무한 느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싸했다'였다.   P25

 

 

 

표지의 분홍 빛이 봄을 맞은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도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하고 담백한 표현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 덕분에 간만에 제대로 된 그녀의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과 함께 흠뻑 내용과 글에 취해서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죽음. 시마코 언니는 무슨 심정으로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 혼자 가려 했던 것일까. p21> <겨울의 좋은 점 하나는 창문에 김이 서리는 것이다. 바깥이 추우면 추울수록 유리가 뽀얗고 차갑게 흐려진다. 물방울이 맺혀 흐르기도 한다. 공기는 나빠도 방 안은 따뜻하고 고요하고 고립되어 있다. p68>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에 대한 표현이 마치 쓰디쓴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가득부터 부드럽게 만든 것 처럼 느껴졌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장면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전에 나와있는 단어만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한번 놀라면서 그 덕에 내가 고토코가 된 것 같은 착각으로, 그래서 그들의 소란한 보통날이 나의 것인냥 착각하면서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없이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족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이 깊은 스무살의 고토코가 되어 있었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 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대개는 낮에 인생을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날씨가 좋은 낮. 싸늘한 부엌에서. 전철 안에서. 교실에서. 아빠를 따라간 탓에 혼자서만 심심한 책방에서. 그런 때, 내게 인생은 비스코에 그려진 오동통한 남자애의 발그레한 얼굴처럼 미지의 세계이며 친근한 것이었다. 내 인생. 아빠 것도 엄마 것도 언니들 것도 아닌, 나만의 인생.   P188


 

 

분수 옆 벤치에 앉아 마지막 전철을 보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모두들 아주 어른스러워 보인다.

나이를 먹으면 먹는 만큼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주변도 훨씬 질서 정연해 질 것이라고.  P 194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소란함의 연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 삼자의 눈으로 남의 가정을 살피면 타인의 가족은 조용하고 수월하고 아무일도 없을 것 같이 생각이 들지만, 막상 깊이 들여다보면 그 가족 나름대로의 문제나 고민, 행복과 규칙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매일 반복되어 지루할 것 같은 삶 속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로 채워지는 것이 또 다른 하루 이니까.. <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계단의 삐걱거림도 다릅니다. 비상약상자에 담긴 약의 종류나, 곧잘 입에 담는 농담, 금기 사항이나 추억도. 그것만으로도 저는 흥분하고 만답니다.>  이런 이유로 색다른 가족 이야기를 썼다는 에쿠니 가오리...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멀다는 말이 백배 공감이 가는 그런 책이었다.  셋째 딸 고토코의 시점으로 잔잔하게 가족에 대해 풀어주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마치 그들의 집을 몰래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기에 몰래 훔펴보는 재미와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과 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비록 고토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목표없는 20대였지만 가족안에서 누구보다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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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유태인을 세계 최강의 부자로 만든 '부의 법칙'을 34가지 키워드로 꼼꼼하게 소개한 책이다. 저절로 돈이 모이는 유태인 사고법과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드는 비즈니스룰, 유태인 부호들의 실전 투자 노하우, 수입의 10분의 1을 기부하는 문화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살펴보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취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준다.>> 

아이비리그의 절반을 차지하고 미국의 경제를 실제로 손에 쥐고 있으며 기부를 일상처럼 하는 사람들.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3%를 차지하는 유태인들에 대한 궁금증을 알면 알 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유태인의 공부법에 관한 책을 보면서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유태인들만 알고 있는 부의 법칙이라니..'실생활에 적용하고 취할 수 있는 부분'을 알려준다는 문구가 매력적이다. 조금더 돈을 모으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또 다른 유태인의 문화를 접함으로써 여러면에서 성공한 유태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 우리의 뇌는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굳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훈련하는지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기억력도 예외가 아니다. 책에는 방 기억법, 점 트레이닝, 신체기억법, 핵심단어법 등 기억력을 높여 줄 두뇌 트레이닝법을 제시하여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기억력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기억력이 좋은 편인나는 열심히 외우는 암기과목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수학이나 물리등 공식을 적용하는 과목은 꽝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억력이 조금은 감퇴하고 있단 생각을 하니, 치매등의 병도 기억력과 관련된 질병의 일종이기에 조금씩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2009년 방송된 프로그램을 토대로 책으로 만들어진 '기억력의 비밀'을 통해서 잠자는 뇌를 깨우고 싶다. 더불어 우리의 생활습관이 기억력과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다니 두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꼭 읽고 자녀 양육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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