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레네 - 홀로코스트에 맞선 용기와 희생의 기록
이레네 구트 옵다이크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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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너무도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위로하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낯이 뜨거운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본문 152쪽) 목숨을 걸고 한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류를 위하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과 자괴감으로 낯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이레네는 폴란드 사람이다. 그녀는 흔히 생각할 수 있듯 유태인이 아니다. 그녀는 오히려 독일의 접경 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고, 외모 또한 완벽한 독일인처럼 생겼다. 사실 이레네는 유태인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이런 점을 잘 이용하기도 했다. 다섯 자매의 맏이인 그녀는 “에너지를 유익한 - 재미는 없더라도- 곳에 사용하라”(본문 26쪽)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녀는 부모님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가 행한 모든 자선 행위에서 부모님은 우리의 모범이 되었다. 두 분은 모든 이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했다. 마을 외곽의 숲에서 천막 생활을 하며 이질적인 옷차림과 언어로 주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집시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상처 받은 동물들과 불행한 일을 당한 이웃들, 병든 이방인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셨다.”(본문 26쪽-27쪽) 이런 부모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그녀는 병든 이들에게 헌신하는 수녀가 되고 싶었고, 아버지는 그녀에게 간호사 학교를 먼저 다닌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전쟁은 그녀의 학창 시절을 앗아갔다. 간호학교가 있는 폴란드의 라돔에서 전쟁을 처음 만난 그녀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군대를 따라가다가 코브노에서 폴란드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한 무리의 군인들과 로보프로 향하던 중 러시아 군인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러시아 포로가 되어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게 된다. 곧 이은 병원에서의 탈출과 은둔 생활,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라돔까지 돌아가면서 그녀는 러시아군에 체포를 당하고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레네는 특유의 기지와 재치 그리고 영리함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 전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오면서 유태인들의 고통과 참극을 목격하면서 가슴 아파한다. 불행 중 다행히 독일군들의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식당의 바로 옆이 게토의 담장이었다. 독일인들의 무자비한 탄압 속에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이 가슴 아파서 이레네는 음식을 게토의 담장 아래에 갖다 놓게 된다. 그것이 이레네의 모든 삶의 시작이었다. 식당이 이동함에 따라 다시 로보프로 간 이레네는 거기서 유태인들과 함께 일하게 되고 그들을 조금씩 돕는다. 처음엔 음식과 담요 정도였지만, 나중엔 장교 식당에서 들은 정보로 그들을 수용소에서 빼내기로 한다.

  이레네는 그녀에게 닥친 어려움 속에서도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하고자 노력을 하고 희망을 찾는다. 장교 클럽에서 서빙을 하던 그녀에게 뤼게머 소령이 가정부 일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도 그 집의 지하에 넓은 생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더욱 기뻐한다. 많은 유태인들을 그 지하실에서 살리고, 숲에 숨어있는 이들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면서 그녀는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에 떨지만 또 언제나 누군가가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돕는다. 식당 주인 슐츠씨가 그렇고, 숲 근처 작은 성당의 신부가 그렇다. 심지어 독일군 장교인 뤼게머 소령까지도 일부지만, 그녀를 돕게 된다. 그녀를 러시아 진영에서 빼오는 일조차 감수했던 뤼게머 소령은 이레네를 정말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그녀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가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그의 말년이 가슴 아프다.

  이레네는 그 후로도 목숨을 건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독일의 횡포에 저항한다. 그녀의 이런 지치지 않는 신념과 용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교육이었을까? 아니면 타고난 심성의 고귀함일까? 동정심보다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측은함과 사랑이 그녀에겐 충만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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