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이지 첫문장. 와!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 가슴을 총으로 찌르고 고양이같은 년이라고 하면서 나를 쏘려고 한 날이 밀크맨이 죽은날이었다. 

밀크맨은 국가암살단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가 총을 맞은 일이 나에게는 전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엄청난 일인 양 법석이었고 그중에서도 ‘나와 안면은 있지만 말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닌 사람들이 나를 두고 쑥덕거렸는데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니 아마도 우리 첫째 형부가 만들어낸, 
내가 이 밀크맨이라는 사람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루머가 쫙 퍼져 있었고 나는 열여덟살이고 그는 마흔한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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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초록 -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노석미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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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지 제대로 안 보고, 제목과 작가 이름과 표지를 보고 구매했다. 

처음부터 땅 보러 다니는 이야기 나와서, 아! 서울 살다 혹하는 불혹의 나이 40대 즈음에 시골을 찾아 들어가는 이야기.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도 많고, 시골살이에 대한 괴담도 많다. 괴담들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시골살이 희망편도 있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좀 모으고 있다. 나의 시골살이는 희망편에 가깝다.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냐..고 묻는다면, 시골이긴한데, 관광지이고, 토박이들 있고, 외지인들 많은 그런 동네다. 산도 가깝고, 바다도 가깝다. 하늘이 크고, 밤은 깜깜하고, 고요하다. 


저자는 초록을 위해 강원도, 아니, 경기도와 강원도에 가까운 강원도와 사이의 경기도 양평에 들어갔고, 나는 별 생각 없이 왔지만, 파랑을 많이 본다. 하늘과 바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은 이은정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시간'도 시골살이 책이었다. 바닷가에서도 살아보고, 산에서도 살아보고. 


땅을 수배하러 다니고,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시골 살이를 시작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에게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필받아서 제주도 전도, 부동산에나 붙어있을법한 제주도 전도를 주문했는데, 이 책 덕분이다. 

그렇다고, 막 땅 사고, 집 짓는 이야기가 주도 아니고, 그냥 그랬다. 땅소개해준 공인중개사분이 특이한 이야기, 땅에 대한 이야기, 집에 대한 이야기가 노석미의 감성으로 나오고, 실용서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여자 시골살이 희망편들 모은다고 했잖아. 자연이 좋아. 라는 이유와 도시가 싫어. 라는 이유가 공존하고, 시골살이 하는 동안은 도시의 좋은 점이 눈에 보이고, 도시 사는 동안은 시골의 좋은 점이 눈에 보이는데,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기 두드려보고, 결국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 더 참을만한 곳에 살게 되는 것이지. 


다만, 언제든 선택의 여지는 있다라는 것, 시작도 전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이래서 안돼.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해 봐야지만 아는 것도 있다. 내가 여기 내려오기 전에는 시골 살이의 좋은 점을 하나도 못 떠올렸던 것처럼. 


글을 위한 과장 없이, 그곳에서의 일상과 소회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깐, 과장도 로망도 걷어내고, 그냥 써내려간 글들. 도시에 사는 누군가에겐 로망이고, 생각하는 것만 좋다면, 화가에게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마음적인 이유로 시골에서, 자연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시골살이 희망편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자기 방어의 글도, 자기 연민의 글도 없었다. 이런 것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도시에서 있는 일은 당연히 시골에서도 있을 수 있지. 


화가가 살고 있는 곳의 여름의 very green, 매우 초록과 겨울의 눈에 파묻힌 자연들, 아마도 화가가 돌보는 집고양이들, 야생고양이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별한 점. 





봄에서 여름으로 진입하게 되면 잡초들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게 된다. 물론 한숨을 쉬면서. 왜냐하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뭔가 해결해야 될 일들이 밀리고 또 밀리면 일을 더 하기 싫어져 더 미루게 되어 실지보다 일이 더 많게 느껴지고 막 그렇게 되는데 정원의 잡초가 바로 그렇다. 이른 봄에 잡초 정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지나가면 날이 더워지고 비가 자주 오고 하면서 잡초는 이제 쳐다봐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잡초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에잉, 하고 잡초를 뽑으려던 도구, 호미를 집어던지고 실내로 들어온다. 실내에 돌아와도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읽어야 할 책들도 쌓여 있다. 그려야 될 그림도 쌓여 있다. 고양이 화장실엔 똥이 쌓여 있다. 싱크대엔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다. 쌓여 있다. 정원의 잡초처럼. 안팎으로 할 일들이 쌓여 있다. - P91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주말 동안에 꽤 큰 비가 온다기에 서둘러 며칠 먹을 야채 수확을 했다. 시골생활엔 문득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거 하다가 보면, 어느새 저거 하고 있고, 일은 늘어지고 마음은 바쁘다. 휴....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니 하면서. 게다가 틈틈틈이 나는 다람쥐인가 너구리인가, 틀림없이 고양이는 아닐 거야.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 P95

봄, 여름, 가을, 여울울 어느 계절이나 다 유니크하고 아름답다. 특히 여름의 산길을 드라이브하다보면 거대한 초록색이 뚝뚝 내게로 떨어지는 것만 같다. 매우 초록. 그 쾌감은 엄청나다. 길들에는 거의 인적이 물다. 도의 접경 지역들은 대개 그런 것 같다. 지형이 험하고, 사람이 모여 사는 면내 같은 거점 지역으로부터 거리가 있다. 사람이 귀하게 보이고 그만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가까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자연도 멋지다. 작은 집들, 일하고 있는 농부들, 축사 등과 함께 인삼밭, 옥수수밭, 보리밭 등이 드럽게 펼쳐진 논과 함께 잘 어울려 있다. 거기에 작은 강, 작은 길 등이 조화를 이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길에 작은 트럭이 털털털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네모난 틀 안에 잘 넣어보려고 하지만 항상 내 세계는 그것에 비해 초라하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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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 한시간 공부하기 시간에 '미국영어회화문법'을 한두챕터씩 하고 있다. 

2020년에는 영어공부를 찐으로 열심히 할 생각인데, '리딩'에 집중한다. 영어원서 몸에 익히는거 할건데, 우리말 책에 대한 나의 욕망이 늘 넘실넘실 넘쳐나는지라 어떻게 시간관리 잘 해서 영어원서 많이 읽을지 고민중이다. 

미국영어회화문법은 바독영 강추로 사게 된건데, 사고 보니, 너무 쉬워서 당황.. 그래머 인 유즈도 중급 샀는데, 왜 이게 중급? 근데, 막상 문제 풀고, 찬찬히 보면 내가 전치사나 시제 같은거 막 틀리고 있음. ㅎㅎ 평소에 뉴요커나 이코노미스트, 포브스, 뉴욕타임즈, HBR 매일 기사 읽는데, 한글만치는 아니고, 모르는 단어들도 있지만, 한글처럼 죽죽 읽는다. 근데, 정말 쉬운 어린이 책들도 잘 안 읽히는거. 왜 이런 갭이 생기는거지? 왜인지 알 것도 같고. 

답은 내가 영어 공부를 안해서 그런다.

기사 읽는거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들 피드에 올라오면 읽는거고, 관심 있는 분야들 주구장창 읽으니 반복, 맥락, 기본 지식으로 술술 읽고, 영어를 회사영어로 제대로 하기 시작했어서, 그나마 안 한지도 오래 되었으니, 기초도 약하다. 원서가 안 읽히는건, 왤까. 글쎄, 왤까. 내가 평소에 소설을 안 읽는거도 아닌데. 같은 분량의 더 어려운 기사를 5분에 읽는다면, 원서 읽으면서 집중력 떨어져서 아주 쉬운 것도 서너배의 시간은 걸린다. 계속 읽어보면 알겠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거 같으니,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과 노력 들여서 습관으로 만들고 한글책들처럼 술술 읽어야지. 

여튼, 미국영어회화문법, 굉장히 재미있다. 위에 주절주절 떠들어놓은 이유때문에 어떤 수준의 사람들이 읽어야한다고 말은 못하겠는데,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 영어수업 받은 사람이라면 다 쉽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만 한 것이, 외우는 문법이 아니라, 회화 문법이라서. 고등학교까지의 영어 수업 받은 사람들이라도 영어로 몇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갭을 연걸해준다. 직관! 맥락! 그리고, 여기 아선생님이 재미있음. 인강이나 실제 강의 듣는 것 같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다른 문법책 많이 안 봐서, 말했듯이, 영어 공부 안 해서,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좋은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바독영 선생님이 강추했으니, 그 부분에서는 믿고 봐도 되겠지. 

내가 덧붙일 건, 책이 아주 쉬워 보였는데, (쉬운데) 여전히 도움되는 부분이 많았다. 

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에 크라셴 이야기 나온다.(마침 다른 이유로 주문해둔 책이라 반갑) 외국어 공부하는 입장에서 새겨들을만 한 이야기이다. 

"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도 있는데, 죽어라고 문법 공부하고 단어 외우고 하다 보면 어떻게 영어가 되지 않을까요?" 

스티븐 크라센 왈 'No!' 

크라센은 영어 학습의 과정을 크게 배움(learning)과 습득(Acqusition)이는 개념으로 분류했다. 
'배운다(learn)'는 개념은 의식적은 학습과정. 영어의 형태와 법칙에 초점을 맞춘 학습(문법 공식이나 단어)을 말한다. 
'습득한다(Acquire)라는 개념은 영어를 우리들의 입과 몸에 체화시켜 언어로써 사용이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습득(Acquisition)의 과정은 '메지를 주고 받는 대화'(meaningful interaction) 속에서 이루어진다. 
크라센은 자연스럽고 유창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습득된(Acquired) 언어로만으로 보았고, 배움(Lerning)의 과정에서 온 지식들은 자동으로 '습득' (Acquisition)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언어교육에 있어 배움보다는 습득의 과정을 더 강조했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의 키워드는 'meaningful interaction in the target language' 라고 한다. 
대화할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주목하며 '진짜 대화'를 해봐야만 가능. 

즉,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써봐야 사용법을 몸으로익힐 수 있다는 것. 

meaningful interation 에 하나의 조건이 더 있다. comprehensible input(이해 가능한 인풋) 인데, 
습득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선행지식이 필요하다는 거.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의 input 이 있어도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습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문해 둔 크라센의 '읽기 혁명'이 방금 도착했는데, 영어 회화문법 공부하는 책에 또 나오셔서 제가 얼른 읽어 보겠습니다.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다." 

2020년은 달리고, 읽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동생이 아마존 프라임이랑 킨들 언리미티드 하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어제는 동생이 추천해줘서 '브리트니 런스 마라톤' 봤다. 


나도 언젠가는 해외 마라톤.. 

세스와 캐서린 같은 달리기 친구 부러웠다. 


동아마라톤 나가고 싶은데, 완주하고 나서 이 기쁨을! 홀로 만끽할 생각하니, 너무 신나서 망설이고 있다. 

동생 꼬셨더니, 최소한 하프는 되어야지 돈 아깝대. 


달리기 연습할 때 십키로 나가는거랑 대회랑 또 다르다고. 대회 경험 쌓고 한 단계씩 올려야 한다구. 


여튼, 동마는 그래서 아직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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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9-12-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트니 런스 어 마라톤 섬네일만 봐도 뭔가 신나고 입꼬리 올라간다.
 
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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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은네디 오코라포르의 '빈티'를 읽고, 이어서 '기파'를 읽었다. 

제목이나 표지나 짧은 분량 외에도 우주선에 홀로 남은 주인공, 인간외 존재 같은 설정들이 나오고, SF 클리쉐에 충실해서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빈티의 등장인물, 종족들의 캐릭터들은 스쳐 지나가는 존재도 강렬하고, 주인공은 엄청나게 임팩트 있었는데, 기파의 등장인물들은 영웅 기파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를 구출하는 존재, 우주선에 홀로 남은 존재라는 흥미로울법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별 감흥이 없다. 


다 알고 읽는 이야기인건 대부분의 이야기가 마찬가지이고,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게 무난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의 뒷맛이란 차라리 싫은 것보다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아, 싫었던 장면이 한 장면 있다. 딸을 위해 그렇게까지 잔인한거라고 다 깔아줘도, 붕 뜨고, 공감 안 되는 이야기. 


향가 '찬기파랑가'와 SF를 접목시켰다는 책소개는 좀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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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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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둔해서 죄송합니다만, 말을 안 하는데 앨리샤가 어떻게 상담의 덕을 볼 수 있다는 겁니까?" 
"말하는 것만이 치료는 아니에요." 인디라가 말했다. "안정한 공간, 감정을 누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대화가 아니에요." 

잘 나가는 사진작가 남편 살해 혐의를 받지만, 침묵에 빠지고, 심신미약을 판결 받아 정신병원에 들어간 화가 앨리샤. 
세간의 화제이다가, 잊혀질 무렵, 그녀에게 강한 애착을 가진 심리삼당가 테오는 그녀가 입원에 있는 병원에 자리가 생기자 지원해서 그녀의 상담을 자처하게 된다. 

앨리샤의 일기와 테오가 앨리샤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면서 사건의 진실을, 앨리샤의 과거를, 앨리샤의 침묵을 치료하기 위한 행보가 번갈아 나온다. 화자가 앨리샤였다가, 테오였다가. 

강렬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캐릭터들이 좀 약하게 느껴졌지만, 스토리나 반전, 결말은 흥미로웠다. 캐럴 길리건의 책을 같이 읽었는데, 소년, 소녀의 억압된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전혀 다른 장르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겹쳐서 읽혔다. 2019 아마존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재미 없을 수가 없음) 

"인간의 성격은 고립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생겨난다. 리는 보이지 않고 기억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모양을 갖추고 완성된다. 말하자면 우리 부모에 의해서.
 
이 말이 무서운 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억이 형성되기도 전인 시절에 우리가 어떤 고통과 학대를 받았는지 무슨 치욕을 겪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성격은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 형성된 것이다." 

테오와 앨리샤가 어린 시절 받았던 학대. 비슷한 학대를 받고, 한 명은 상담가로, 한명은 범죄용의자이자 환자로 대면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만. 

결핍을 지닌 아이로 자란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결핍을 지니고 자라서 겨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 사랑이 주는만큼 보답받지 못하는 평범한 일에 무너져버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라는건 유구한 주제이지만, 오랜만에 잘 쓰인 작품으로 봐서 좋았다. 


"불꽃놀이요?"
"사랑 말이야. 우리가 사랑을 불꽃놀이로 자주 착각한다는 이야기를 했어. 극적이고 역기능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진짜 사랑은 아주 조용하고 아주 고요해. 긴박하게 진행되는 드라마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루하기도 하지. 사랑은 깊고 차분해. 그리고 변하지 않지. 내 생각에 너는 분명히 캐시에게 사랑을 주었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 말이야. 그런 사랑을 캐시가 되돌려줄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지." - P140

"캐시의 행동은 그녀가 상당히 망가진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있어. 공감이나 진실성 그리고 그저 평범한 친절함도 없는 거야. 너는 그런 인품으로 넘치는 사람인데 말이야."
(...)
"예측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 얻어낼 수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 불친절한 누군가를 즐겁게 하려고 애쓰는 일, 그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들의 사랑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것. 전부 예전에 겪은 일 아니야, 테오? 익숙하지 않아?"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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