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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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9.11에 아빠를 잃은 아홉살 소년 오스카 셸이다.
그의 명함을 보자면
,
오스카 셸

발명가, 보석 디자이너, 보석세공사, 아마추어 역학자, 친프랑스주의자, 절대 채식주의자, 종이접기 작가, 평화주의자, 타악기 연주자, 아마추어 천문학자, 컴퓨터 컨설턴트, 아마추어 고고학자, 수집가 : 희귀 동전, 자연사한 나비, 소형 선인장, 비틀스 기념품, 준보석, 기타물건 수집

 

이야기는 오스카가 떠올리는 끊임없이 발명의 아이디어들 중 하나로 시작된다. '이런 찻주전자가 있다면 어떨까? 김이 나올 때마다 주둥이를 여닫는 주전자가 있다면? 그러면 주둥이가 입이 돼서 휘파람으로 멋진 가락을 불어제친다든가, 셰익스피어를 읊는다든가,'

오스카는 엄마와 할머니와 리무진을 타고 아빠의 장례식장으로 간다.

 

그 날 일어난 일 때문에 오스카는 일찍 하교한다. 집으로 오니 아무도 없고, 자동응답기의 메세지를 확인한다. '첫 번째 메시지. 화요일 오전 8시52분. 누구 있니? 여보세요? 아빠다. 있으면 받으렴. 방금 사무실에도 전화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구나. 잘 듣거라. 일이 좀 생겼어. 난 괜찮다. 꼼짝 말고 소방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래. 아무 일 없을 거다. 상황을 좀 더 알게 되면 다시 전화하마. 그냥 아빠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전화했어. 곧 다시 걸게.

 

아빠로부터 네 개의 메시지가 더 와 있었다. 9시 12분, 9시 31분, 9시 46분, 10시 4분에. 나는 그것들을 듣고 또 들었다. 무엇을 해야할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떤 기분이 들어야 할지 미처 알 겨를도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10시 22분 27초였다.
발신자 번호를 봤다. 아빠였다.

 

이야기는 아빠가 남긴 수수께끼를 찾는 오스카의 뉴욕방랑.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만남. 사랑. 결혼. 이별.의 이야기.



이 소설은 실험적.이라고 해야할까. 시각적.이다.
소설을 시각적.이라고 할 때는 뭔가, 묘사를 많이 하는것이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시각적'은 소설 속에 간간히 나오는 흑백사진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상태를 드러내는 '글자들' 이다.

 






상처를 입은 남은 사람들은 어이없이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파적이라거나, 눈물 짜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읽다보면, 사건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에 가슴 덜컹하고, 섬세한 감정의 흐름들에 아슬아슬하게 튠되어,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야말로 빨아들인다.

 

오스카는 아빠가 남긴 열쇠.와 BLACK이라는 힌트.를 가지고, 뉴욕시의 모든 블랙을 찾아가서 아빠의 이야기와 열쇠를 아는지를 물어보기로 한다.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났다. 오래전에
오스카의 할머니는 아주아주아주 긴 전기를 썼다.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스카도, 오스카의 아버지인 토머스 쉘도 태어나기 전
만났던 이야기. 가 오스카의 열쇠찾기와 번갈아, 때로는 겹쳐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지만,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어.
우리의 찻잔들이 비워졌어.
하루가 비워졌지.
그렇게 사무치게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     이제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했어.    달리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랐지.
  시간이 늦었어요, 내가 말했어.
  그는 왼손을 내게 보여주었어.   손바닥 위에는 예, 라고 문신이 새겨져 있었단다.



이 소설, 뭐라고, 한마디로 말하기도 힘들고, 백마디로 리뷰쓰기도 힘들다.
한가지 분명한건 이 소설에는 '재미'와 '충격'과 '슬픔'과 '외로움'과 '연민' 등등등이
아주 섬세하게,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

 

5년전 이맘때 BBC 뉴스를 보고 있었다. 라이브.로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이 나왔다.
내가 보고 있는 채널이 BBC 인지, OCN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기분. 지금, 그 화면을 본들 그것이 실제상황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나와 같은 나이에 그 모든 것을 가까이서 보았을 작가.
가장 기발하고 가장 독창적인 아홉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아픔의 근원은
전쟁 이다. 9.11 , 그리고 조금 더 전 세계제2차대전.
세상의 어느 전쟁이 쓸모 있을 것이며, 전쟁을 겪은 세상의 어느 민초들이 그 아픔 사는 내내 잊을 수 있을까.



간만에 아무리 추천해도 부족한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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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9-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설가 김연수씨도 "지난 5년 동안 출판된 소설 중에서 (아마도) 제일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추천했더군요. 일단 보관함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저 빨간 동그라미들은 하이드님께서 치신 건가요? 순간 흠칫했다는 -_-;

하이드 2006-09-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니구요. 컬러풀한 페이지.들이 몇장 끼워있지요. 뛰어쓰기.라던가, 겹쳐쓰기( 보셔야 알아요) 라던가, 글과 여백과 그 모냥이 이렇게나 와닿을지는 몰랐지요. 번역도 훌륭해요.
근데,5년. 이란 기간은 어디서 나온걸까요? 5년 1개월 전에는 혹시 그마만큼 멋진 소설이 있었을까나요? (뜬금없네;;요 )

Koni 2006-09-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본문 서체가 달라 보여요. 예전에 신문기사에서 한 번 보고 흘렸는데, 이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