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졸립다 하여 산책하고 왔다. 두시간째 코 골고 계시던 분은 밖에 나와 앉아 있다.

˝남송의 우무는 이렇게 말했다.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로 삼고, 추울 때는 책을 읽으며 가죽옷으로 삼고, 쓸쓸할 때는 책을 읽으며 친구로 삼고, 울분이 쌓였을 때는 책을 읽으며 악기로 삼는다.˝

엊그제 위로해달라며 찾아온 친구가 연애도 일도 잘 안풀리니 낙이 없다 하길래 `책 있잖아. 책 읽어라.` 그랬다. 나도 그녀도 `독서인간`

위로는 커녕 염장만 지른것 같지만, 연애 이야기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다. ㅎㅎ

˝타이완의 애서가 양자오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했다.

책은 애인보다 충성스럽고, 친구보다 재미있으며, 술,담배,복권보다 심오하고, 종교보다 장난스럽고, 굿판보다 엄숙하다. 책은 우리를 인간 세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천당과 지옥을 맛보게 한다.˝

애인 덕분에 집정리할 힘을 얻었고, (집에 부를 수가 없음 ㅡㅜ 말로와 리처로도 커버 안되는 청소와 정리가 모두 필요한 집구석) 그러자니 내 가장 큰 짐인 책을 정리하고 있긴하지만, 여전히 데이트 장소는 도서관이 가장 좋고,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책이 내 옆에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책의 아름다움
˝북디자이너 잔웨이슝은 <시각번영시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제시했다.

북디자이너는 `표지 디자인`이나 `내지 디자인`으로 수수께끼를 만들고, 독자는 인생에서 축적한 지식으로 이 수수께끼를 푼다.˝

뤄징런은 이런말을 한 적 있다.

˝나 역시 북디자인의 독자 유도 기능을 강조한다. 독자를 영원토록 낮은 수준의 미적 층위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가장 아름다운 책은 내용과 형식이 통일을 이루고 심미와 기능이 통일을 이룬 책이다. 책은 고정된 장식물이 아니다. 독자는 독서 과정에서 책과 소통하며 서로 작용을 주고받는다.˝


*책의 냄새

˝책 냄새를 중국에서는 전문용어로 `서향`이라고 부른다. 옛사람들은 좀벌레가 책을 파먹는 걸 방지하기 위해 늘 책 속에 운향초를 넣어두었다. 운초라고도 불렀는데 맑은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약초다. 이 향초를 끼워둔 책을 펼치면 맑은 향기가 났기 때문에 `서향`이라고 했다. (...) 책 향기가 종이,잉크,접착제와 장정 과정에서 녹아드는 화학성분의 냄새만 가리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에 더하여 책 향기는 책 속에 스며 있는 문화적 의미까지 포함한다. 포송령은 <요재지이> 사문랑에 이런 이야기를 기록해놓았다.

어떤 눈먼 승려가 종이 위의 글자 냄새만 맡으면 바로 그 글에 담긴 내용의 좋고 나쁨과 수준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서향`에 대한 가장 엄밀하고 오묘한 설명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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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good 2016-01-0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doctorgood 2016-01-0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입니다

clavis 2016-01-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인간도 되고싶고
좋은인간도 되고파요

지인 중 한분이 똑같은 대사를 날리셨어요

책 있잖아.책 읽어라

그렇게 좋은게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