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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12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나온 신의 물방울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지 싶다.
"저, 부장님. 김치를 먹기 전에 말씀해 주지 그러셨어요? 혀가 아릿아릿해서 와인의 섬세한 아로마를 느낄 수 없잖아요."
"맞아요. 마늘냄새도 강렬해서 적어도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요리의 임팩트에 밀려 골격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한국 음식에는 한국 소주가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도 맞다. 와인을 잘 못고르겠으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이탈리아 와인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 와인을 고르는 것도 와인을 고르는 좋은 한 방법이다. 와인은 마리아쥬만 잘 찾는다면! 어느 나라 음식에나 어울리지만, 챠이니즈 레스토랑에서는 이과도주를 일식집에서는 정종을 마시고 싶은 법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한국음식과 와인은 꽤 잘 맞아서, 예를 들자면, 삼겹살과 메를로나 까쇼, 요즘은 삼겹살 집에서 와인을 파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곱창처럼 와인하고 잘 어울리는 음식도 드물어.라던가, 개고기와 와인의 마리아쥬를 예찬한다던가. 하는 와인 매니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치...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와인까지 들고 가서 마실정도의 음식점에서 '김치'를 주로 먹을리는 없기에, 한국음식과 와인을 잘 어울린다. 라고 말하지만, 반찬으로 먹는다고 하더라도 와인맛이 죽을 것임은 분명하다. 만화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요리된 김치라면 (볶거나, 굽거나, 끓이거나) 웬만한 레드와인과는 죽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김치'만 놓고 봤을때, 마리아쥬를 찾는 것이라면 미션 임파서블까지는 아니라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김치는 한국음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흰쌀밥과도 어우릴고, 국과 전골, 볶음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도 쓰여요. 김치가 없으면 한국음식도 없습니다. 들어봐요. 그리고 당신들이 가져온 그 론을 마셔보기 바랍니다."
"으아 매워!"
"와인 맛이 거의 실종됐어. 오히려 김치의 매운맛이 더 강조돼 혀가 타들어가는 것 같아."
"영 아닌걸. 마리아주는 고사하고 치고받고 난리가 났어."
"이래가지고는 음식에게나 와인에게나 불행이에요."
<신의 물방울>은 일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만화에 등장한 와인들이 죄다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우리나라에도 이상열풍을 일으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부작용을 남겼지만, 다음권에 나올 와인이 무엇일지, 다들 엄청 주목하고 있지 싶다. 어딘가에선,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 찾기'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짐작을 내놓아 본다면, '샤또 디켐' 정도는 어떨까 싶다.
사실, 이 추측은 나의 추측이라기보다, 와인매니아인 귀화한국인 이한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빌린 것이다.
이한씨 왈, 한국의 매운 낚지를 먹으면서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 고심했는데, 드디어 찾은 와인이 바로 샤또 디켐이였다고 한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숨과 (속으로)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왜? 샤또 디켐은 음.. 7-8십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는 스위트 와인의 최고봉이다.)
마늘과 고추 팍팍 들어간 무교동 낙지와 달디달은 샤또 디켐이 궁금하긴 하다.
그런 이유로, 김치와 귀부와인의 궁합도 나쁘지 않을듯한데 말이지. 말 나온김에 쏘떼른 지방 와인 사러 한번 나가볼까 싶기도 하지만, 디켐까지는 아니래도 대충 가격대들이 안 착하니깐, 상상만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