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 - 입사부터 퇴사까지
권정임 지음 / 생각비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법대로 하자”는 말 때문인지, 법 얘기를 들먹이면, 으레 어디 한 번 제대로 싸워보자는 말처럼 들린다. 어쩌면 ‘노동법’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 자체가 직장에서는 제대로 싸우기 위한 전초전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

노동법 자체가 불리할 수 있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최저의 기준을 세워놓은 것이라서 노동법을 제대로 알아놓고 회사에 조금이나마 어깨에 힘 주고 다닐 수 있도록, 쫄지 않도록 화력을 불어넣어줄 책은 아닌가, 기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회사에 맞서 잘 싸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입사에서부터 퇴사까지,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고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한 근로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법조항과 판례까지 알려주며 되도록이면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편하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을’일 수밖에 없는 근로자에게 법을 잘 이용하여 백전백승하길 바란다기 보다는,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잘 해결해서 되도록이면 노무사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할까. 노무사가 자기 일감 떨어지는 글을 왜 쓰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쩌면, 굳이 싸우려 들지 않아도 노무사가 필요한 상황은 지금 이시간에도 엄청나게 일어나기 때문은 아닐까? 

 

근로자도 근로자지만, 노동을 사용하는 사용자(그러니까 회사)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라 모르고 지나간 일이 알고보면 불법이라는 걸 알게 되어 이래저래 민망한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 그렇다. 사용자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불법도 무지도 아니었다고 해야하니까 더욱 힘써 법을 알려들테고, 그럴수록 근로자는 모르고 당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까.  

 

책을 한 번 읽은 걸 가지고, 노동법을 정복했다고 말할 순 없고. 책을 다시 펼치지 않더라도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마음 먹은 것, 새로 배운 것이 있다.

하나, 그게 무엇이든 문서로 남길 것. 대부분이 큰 사고 없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들이밀 수 있는 건 문서밖에 없다.

둘, 어떻게든 원만하게 합의를 보기 위해 노력할 것. 싸우자고 달려들어봤자, 손해는 언제나 '을'이 더 본다. '을'을 벗어나고 싶은가? 다시 태어나라. ㅠㅠ

셋, 관대한 사용자를 기대하지 말 것. 기대했단 발등 찍혀도 아무도 불쌍히 여겨주지 않는다. 항상 원만한(사이 좋은) 긴장상태를 유지할 것. 특히나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만 같은 상사라고 해서 무장해제 상태로 대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 '사용자'로 변신할 지 모른다. 또한, 회사가 내 사정을 봐줄 거라는 기대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퇴직이든 이직이든 그게 뭐가 되었든, 회사가 먼저 신경쓰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넷, 결국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나’밖에 없으므로,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나’들이 뭉쳐야만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잘 꾸려져야 하고, 잘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법대로 하자’인 걸 생각하면, ‘(노동)법’을 들먹이는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질 걸 떠올리면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모르는 게 약'과 '아는 게 힘' 사이에서 지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안다'는 건 그런 거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