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시민뉴스.tv 에 게재한 글입니다.



5월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많은 날들이 있지요. 하나하나 챙길 사람을 떠올리다보면 내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래요,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더욱 버겁다가도, 힘이 들 땐 기댈 수 있단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되는 오묘한 기분이 듭니다. 어쩌거나 가정의 달, 5월을 맞으며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요?


개정판

몽실 언니

권정생(지은이)│이철수(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 언니가 새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저는 TV로 먼저 이 이야기를 접했던 터라, 몽실 언니하면 그 단발 머리만 떠올랐는데요. 다시 살펴보니 너무나 슬프고 처절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는 고전으로 자리잡았다는 책소개를 읽으면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매일매일 나름대로 힘겨운 바람과 맞서 싸우고 있는 우리이지만, 몽실 언니의 그것에 비하면 좌절할 것이 전혀 없는 것만 같아서일까요? 줄거리로만 만나려니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만, 그 맑은 몽실 언니의 삶을 살펴보면 어쩐지 답답한 마음 한 구석에 파란 싹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기타모리 고(지은이)│박정임(옮긴이)│피니스아프리카에

벚꽃도 바람에 다 날리고, 초록 잎이 무성해져 여름이다 싶은 이 뜨거운 낮에, 차분한 일본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차분하지만 스릴 있을, 추리소설이지요. 수수께끼 같은 맥주마 ‘가나리야’의 주인이 단골손님의 지친 삶에 숨은 비밀을 풀어내는 따뜻하고 맛있는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얼핏, 일본 만화 ‘심야식당’이 떠오르네요. 적적한 마음에 술을 찾는 그 마음이 맥주바로 이끌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하겠지요? 밤바람이 좋은 요즘, 세상이 어지러워 혼자 다니시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이야기를 서로 들어줄 벗과 함께 술한잔 기울이는 마음으로 펼쳐보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오영욱(지은이)│페이퍼스토리

건축 일러스트, 오기사의 명성은 이미 대단합니다. 그쪽으로 문외한인 저도 몇 번 접한 이름이니 뭐 말 다했지요. 건축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지만, 디자인을 위해서는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는 직업군이기도 하니, 일이든 뭐든 차근차근 그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끈질긴 일러스트를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오기사의 일러스트를 살짝 보고 있으려니 잘 그렸다는 생각먼저 ‘끈질김’이 생각나는 거에요. 눈알이 팽팽 돌아갈 것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그렸을 걸 생각할수록 더욱 그래요. 게다가 목차와 내용을 살펴보니 건축가의 마인드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겠더군요. 오래 일을 한 건 아니지만, 기자로 있으면서 무엇을 접하든 ‘잡지’와 연관을 시키고 있는 저를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서울이 좋다는 오기사의 사정을 찬찬히 훑어보면 그 상상이 더욱 현실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거나 건축가가 아닌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도시를 바라보는 오기사의 일러스트와 글은 책을 읽기 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해줄 겁니다.


한 주에 한 도시, 어디까지 모아볼까?

도시수집가

이명석, 박사(지은이)│궁리

와우! 저는 이렇게 반짝반짝한 조어에 약합니다. ‘도시수집가’라니요. 이건 몇 억짜리 미술품을 사모으는 콜렉터라는 말보다 훨씬 멋지게 들립니다. 내 돈 주고 사서 어딘가 모셔놓는 수집이 아닌 수집일 수밖에 없는 도시수집이 아니겠어요? 우표광의 우표책을 조심스럽게 넘겨보듯, 우리는 도시수집가의 콜렉션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도시를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모았을까? 이것만으로도 두근두근!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신나는 일이 될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더 다른 여행기를 찾다가 정말 색다른 여행기를 찾은 기분이거든요. 쓰다보니 여행, 정말 가고 싶어졌습니다.


오기사는 나에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 5월입니다. 지금이에요.


문화매거진<오늘>

원유진 기자

geeahn_@naver.com

www.cultureonu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