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평점 :
시중에 박완서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대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책들이 대다수다. 그래서일까.
책에...
소설에...
무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도 박완서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몇몇 작가와 함께 박완서를 국민작가라 칭해도 무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그녀가 책 한 권을 독자들에게 선 보였다. 새롭게 나온 박완서의 신간을 읽으면서도 다음에 출간될 신간을 생각하고 고대하는 박완서 매니아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런 축에 속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그녀의 책을 시간이 나면 많이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에 속하는 정도이리라. 그간 박완서의 소설을 주로 읽다가 산문집 형식이 짙은 기행문을 접해보니 색다른 감흥이 밀려온다. 기행산문집이기에 여행을 떠난 곳의 이야기가 중심 테마로 자리잡고 있는데, 12편의 여행기로 촘촘하게 구성되어져 있다. 그간 출간된 내용을 일부 가져오기도 하였으며, 새롭게 다듬어 넣은 글들도 있다.
유니세프 활동으로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 소말리아 난민촌 등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진솔한 이야기도...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본 감동도...
그의 믿음인 종교에 닿아 있기도 한 교황 요한바오르 2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소감도...
티벳, 네팔의 순수한 이야기도...
섬진강, 오대산, 남도의 모습 등도 우리들에게는 선연하게 다가선다.
박완서의 글 힘은 어떨까. 그리고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생과 사가 엇갈린 전장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섬뜩한 힘은 없지만 그녀의 부드러움과 담백함은 행간 곳곳에 솔솔히 묻어난다. 이게 바로 박완서 글이 가지고 있는 힘과 매력이리라. 담백함이 톡톡 묻어 나와서 그런지 맵고 짜고 신 자극성 있는 글들 보다는 쉬이 질리지 않고 책 한 권을 다 읽는데, 전혀 부담되거나 독서에 방해받지 않는다. 그리고는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고이 모셔지며, 먼지만 뿌옇게 쌓여가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책상위나 가방, 화장실에 혹은 차에 넣고 다니면서 짬 날때마다 다시 읽게 되는 묘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생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누구나 한 번쯤은 '떠나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단순히 즐기고 마시고 놀고 오는 게 진정 여행은 아니란 사실을 이 책에서는 쉽게 발견하게 되리라. 뭔가 마음이 느끼고 몸으로 깨닫게 되는 여행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그 충분한 값어치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