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직원을 찾아 헤매는 고객들



소매업과 고객 서비스에서도 직원이 사라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대형 매장이 성행하는 이 시대에 월마트나 타겟, 스테이플스에서 프린터를 구입하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보라. 일단 행운을 빈다. 당신은 바쁘지 않은 직원을 찾느라 홀로 통로를 배회하게 될 것이다. 대형 매장에서 판매 담당 직원을 찾아내는 일은 캐나다의 황량한 유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이 사는 촌락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혹여 운이 좋아 누군가를 찾더라도 그 사람은 당신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 소매업에는 매장 감독floorwalker이라는 직무가 있었다. 매장 감독은 20세기 중반까지 백화점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에 번창했다. 매장 감독은 대개 양복에 넥타이를 맨 남자였는데, 직함이 암시하듯이 소매업체의 매장을 걸어다녔다. 그들은 판매 직원들을 감독하고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자유롭게 매장을 돌아다녔다. 매장 감독은 소매업체들이 고객의 쇼핑을 돕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던 과거 시대에 번창했다.


오늘날의 대형 매장에서는 고객이 매장 감독이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직원을 감독하지 않고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상품의 특징과 한계, 필요조건, 경쟁 우위와 경쟁 열위, 보증 기간 등에 대해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일부 소비자는 집에서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이 일을 한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들(84퍼센트)은 매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끝마친다. 2012년에 구글쇼퍼카운슬Google Shopper Council이 스마트폰 소유자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3분의 1이 매장 직원에게 묻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는다. 매장에서 스마트폰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며, 응답자의 82퍼센트가 이렇게 답했다.


판매 직원이 줄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축소되는 반면, 고객이 거대한 매장을 돌아다니는 시간은 늘기도 한다. 매사추세츠 주 노샘프턴에 사는 심리 치료사 브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스테이플스에 갈 때마다 나는 살 생각도 없던 물건을 두세 개씩 사고 맙니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통로 주위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물건이 눈에 띄는 겁니다. 지난번에는 크로스워드 퍼즐할 때 딱 좋은 지워지는 펜 한 박스와 빈 DVD 한 팩을 샀습니다.” 일부 슈퍼마켓은 제품을 놓는 선반 위치를 계속 바꾸는 듯하다. 그 결과로 고객은 원하는 물건을 찾느라 돌아다니게 되고, 결국 매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창고형 회원제 매장의 비밀도 탈중개화이다. 고전적으로 유통은 제조업체로부터 도매업자, 다시 소매업자로 이루어진 3단계의 상품 흐름을 의미했다. 코스트코나 샘스클럽, 비제이스 같은 대형 ‘회원제 클럽’ 매장들은 창고형 매장에서 소매가격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이 흐름에서 한 단계를 없애 버렸다. 덕분에 이들 매장은 가격을 크게 인하할 수 있다. 그리고 편의 시설을 줄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 창고형 매장은 최소한의 인건비로 가격을 인하하는 데 도움을 받는 온라인 판매업자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된다.


고객 입장에서 창고형 회원제 매장은 저렴한 물건과 그림자 노동을 의미한다. 창고형 매장은 쇼핑 카트와 계산원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다. 물건을 담아 갈 가방도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가장 힘든 그림자 노동은 고객이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갖고 집에 돌아갔을 때 발생한다. 고객은 12롤짜리 키친타월 한 꾸러미와 대용량 병에 든 케첩과 플럼 토마토, 피클을 보관할 공간을 찾아야 한다. 달리 말하면 고객의 집이 제품 창고가 된다는 얘기다. 코스트코는 재고품을 쌓아 둘 공간을 빌리는 대신, 재고품을 판매하기 전이 아니라 후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고객의 지하실에 재고품을 저장해 둔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사 직원과 고객 간의 대화를 막으려고 한다. 웹 사이트의 자주 묻는 질문(FAQ) 목록이 대표적인 예다. 그림자 노동을 하는 소비자는 직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화면을 내려서 자신의 질문을 찾아내고 운이 좋으면 표준 답안을 찾는다. 일부 기업들은 기업의 자동 기계 장치보다는 직원과 거래를 원하는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2000년에 퍼스트 시카고 뱅크 앤드 트러스트는 ATM 대신 은행 직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3달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3년 뒤에 노스웨스트 항공은 마일리지로 마련한 표를 항공사 직원을 통해 변경하면 수수료 50달러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웹 사이트나 키오스크를 통해 처리하는 경우에 내야 하는 요금의 두 배였다.


PC 제조업체들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PC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술 사용법에 관해 고객을 교육시켜야 하는 만만찮은 임무에 직면했다. 사용자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쓸 줄 몰랐기 때문에 궁금한 게 많았다.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들은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로 ‘기술 지원’을 제공했다. 기술에 능통한 직원들은 소비자의 전화를 받고 고객의 질문을 처리했는데, 고객과 장시간 통화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러 해 동안 판매업체들은 무료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 작업은 노동 집약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몇 년 뒤, 기업들은 그러한 집중적인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갔다. 그들은 전화를 없애는 대신 고객을 웹 사이트로 안내했다. 사용자들은 웹 사이트에서 FAQ 목록을 찾아보고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드물기는 했지만 직원과 ‘실시간 채팅’을 할 수도 있었다. 회사 직원들을 통화 업무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고객의 컴퓨터로 기술적인 문제를 되돌려 보내자는 게 제조업체들의 기본 생각이었다.


제조업체들은 더 나아가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다른 사용자들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애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다양한 매킨토시 데스크톱 컴퓨터 같은 애플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아이튠스나 애플 페이 같은 대부분의 애플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을 위한 포럼이 있다. 사용자들은 그러한 포럼에 가입하여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은 어려운 문제들을 물어볼 수 있다. 동료 사용자들은 발 벗고 나서서 해답을 찾아주려고 하는데, 물론 돈은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포럼 의장도 직원이 아닌 고급 사용자에 불과한 경우가 흔하다. 이 사용자 참가자들은 상당한 양의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돈도 받지 않고 그림자 노동을 하는 고객들이 기술 지원 임무를 떠맡은 상황이니 횡재인 게 분명하다.





- 『그림자 노동의 역습』 출간 전 연재 5회에서 계속



<민음사 출간 전 연재 안내>


①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 목/ 토 <민음사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②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③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2016년 10월 21일 출간 예정입니다.

 

★ 출간 전 연재 EV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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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6-10-1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정말 궁금한것의 대부분을 우리 스스로 찾아보고 있네요.
여러분야의 다양한 그림자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점점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letitgo 2016-10-19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글에서는 애플 고객이 ˝그림자 노동˝을 한여 애플에 이득이라지만 그 애플 직원은 그림자 노동을 과연 안할까요? ˝그림자 노동˝이라는 그게 사회의 흐름인데 이제 그만 저자님의 주장을 듣고 싶어요

Chloe 2016-10-20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민음사 사랑이 커서 우연히 이 책을
본건데요. 뭔가 민음사답지않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 나쁜 의미아니구요. 새로움? 이랄까요.
그림자 노동이라는걸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거같단 생각이 듭니다.

비단향 2016-10-20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저도 그림자노동에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네쇼

레피 2016-10-29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뮤니티에 관한부분은 조금 소름이 돋네요

계란 2016-10-3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묻는 질문 소오름~~ 하 공부하는 고객을 만들었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