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전쟁 제3부 - 에필로그를 위한 전쟁
안정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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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것을 핑계삼아 존칭을 생략한다.)

 

나는 안정효를 사랑한다.

 

하얀전쟁이 3권짜리였다는 것을 2년전에 알게되었다. 1권을 읽은 것이 아마도 고등학교 때 쯤이었을 것이다. 이후에 영화가 나와서 보았고, 부족한 이해를 안성기의 연기력으로 메웠던 기억이다.

 

2년전 2권을 읽었다. 2권과 3권을 샀는데, 2권-전쟁의 숲을 다 읽고 3권을 읽던중에 택시에 두고 내렸다. 그래서 얼마전 3권을 다시 구입했다. 3권-에필로그를 위한 전쟁이라는 제목처럼 나에게도 에필로그가 필요했던 것이다.

 

전쟁이 남겨놓은 기나긴 고통을 담아낸 1권,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서 마치 연극과도 같은 흡입력을 보여주었던 2권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 3권은 에필로그라는 단어의 적절함에 또한번 안정효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읽어주던 단편 "혼선"의 기억은 소설에서 처럼 내 신혼과도 적잖은 기억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며, 그 부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쌍둥이네 집도... 하하하...

 

중편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사뭇 내 모습을 보는듯하다. 결혼전 크리스마스 때 24통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던 나도 나름의 낭만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소설에서 남편이 받은 충격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라면 아내 앞에 '짠'하고 나타나 아내가 서운해하는 모습과 감추고 싶어할 무언가를 들춰내어 훗날의 이야기 거리를 하나더 만들어냈을 것이다.

나도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만나기도 하면서 아내의 행동에 대한 분노는 커녕 서운함 조차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20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랬을지 모르지만... 하하하...

 

에필로그를 위한 에필로그는 마치 나를 위한 에필로그였던 것 같다.

 

어찌 안정효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안정효의 차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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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실록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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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황해도 어느 마을에 강상죄가 발생했단다.

 

강상죄란 유교국가 조선에서는 대역죄 다음가는 크나큰 죄로서, 요즘말로 하면 '하극상'이다.

 

이번 사건은 밥그릇으로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 죽인 사건이다.

 

왕은 처음에 이 죄인을 사형에 처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골치 아픈 사안이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요즘도 밥상 머리에서 말하지 말라는 말을 종종 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읽다보니 그때는 오죽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밥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아버지가 얼마나 아들의 성질을 긁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겠는가'하는 이해로 변해간다.

 

결국 왕은 사형을 철회하고, 정상을 참작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가 몇몇 있는데, 광해군이 역시 성군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임진왜란을 수습하고, 세자에서 쫒겨날 위기에서 왕이 된 광해군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핍박받는 서민들의 삶을 어느 왕보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경험이 그에게 주어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 읽고 5학년인 딸아이에게 '읽어볼래?'라고 물으니 읽으려고 꺼낸 책을 덮어놓고 희희락락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준다,

 

(경고 : 국사시험에 나올 듯한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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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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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전산쟁이다.

 

16년째 개발을 하고 있어 뼛속까지 전산쟁이다.

 

부처님이 나타나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물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롭고 영원한 계약'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가지고 살아간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학교라는 공간안에서의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이 어렵다.

 

나는 환타지도 읽지 않는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과 같은 소설은 영화가 나와도 보지 않는다.

 

'삭막한 삶'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나는 그렇다.

 

현실과 현상을 직시하는 것이 내 직업의 특징이다. 현실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덧칠하는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오히려 그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해빠진 귀신이나 좀비가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멈춰버린 학교, 8명의 학생, 그러나 이 가운데 한명은 이미 5월 축제 때 죽은 친구이다.

 

2권, 3권을 읽어보면 누구인지 알수 있겠지만, 나는 2권, 3권을 읽기를 포기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설정과 모든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대응이 새롭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일본에들은 이렇게 감정표현이 무딘가?

 

번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일본어야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 번역이 꼬일 것도 없을 것 같다.

 

물론 단어의 선택과 한국인들의 정서에 와닿는 표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 자체가 우리 입장에서는 표현이 미숙한 것 같다.

 

일본인에 대한 민족적 감정을 담아 표현하자면,

 

원숭이와 인간이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감정의 표현에 있다고 한다.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톰크루즈를 흉내내고 있는 듯한 수준의 표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미스터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역시 미스터리는 내가 읽을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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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2012년 1월

 

새해가 되어 또 다시 머나먼 광주로 내려왔다.

 

앞으로 6개월을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하면 조금 까깝해진다.

 

아내와의 멀어진 거리가 260km이다.

 

애들이야 다 큰 초등학생들 신경도 안쓰지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마트에 갔다.

 

오프라인 서점을 찾은지 얼마나 오랜지...

 

'여긴 어린이, 유아 서적만 있네'라는 생각도 하면서 이런 저런 책들을 골라 후보군을 편성했다.

 

그 가운데, 여관방에서 나의 잠을 괴롭히지 않을 것 같은 책을 골라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주말에 가지고 집으로 올라가서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아내 옆에서 책을 읽어줬다.

 

월요일에 내려오려는데, 자긴 조금만 읽으면 된다며 내어주지 않는 아내가 이뻐서 안가져가려고 했는데, 광주에 내려와 속옷 가방을 열어보니 그 안에 들어있다. 외로움 타지 말라는 아내의 사랑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과학수사 지침무원록과 살인

 

, 사형에 대한 기준들이 어찌보면 지금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죽은이를 말하게 하여 억울함을 없게 하려

 

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2012년 첫(1)번째 소설로 등록한다. 앞으로 199권을 어찌읽으련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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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의 역사
번 벌로 지음, 서석연 옮김 / 까치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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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의 역사를 읽다가...

 

사우나 기둥에 붙여져 있는 "전화 한통화면 당신도 창업주"라는 문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매춘이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른 생계 수단이 없는, 고아, 미망인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방법이라면, 저 기둥에 붙어 있는 글을 보고 전화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20대 남녀 3,40명이 혼숙을 하며 피라미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고,
방송에서는 많은 방청객들 앞에서 달라붙는 사각팬티 같은 옷을 입은 듯한 여자가 허리를 비비꼬는 춤을 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었다가 빼면서 그 침 뭍은 손가락을 입술에서 부터 문지르며 배꼽 밑까지 줄을 긋는 모습이 언젠가, 어느 매춘여성이 했었음직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나마 매춘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그녀들의 인생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보며, 매춘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같은 상황에 놓인 남성들은 도둑이 되거나, 용역깡패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또 다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매춘이 아니고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유산과 낙태, 그리고 원하지 않는 섹스를 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남성 중심 사회 안에서의 여자로서의 다행스런 삶이라 해야할 판이다.

 

자신보다 상대적인 약자를 필요로 하는 지금 이 순간의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폭행죄를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유아적인 생각도 해 보는 아침이다.

 

매춘의 역사는 인류의 아픔이다.

가지지 못한 이들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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