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보기의 거금도 연가
최보기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나에겐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고향도 없고, 풋사랑도 없고, 추억도 나에게는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성남에서 자라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성남을 거닐어 본 기억조차 거의 없다.
학창시절 여자친구도 없고, 단짝 친구도 없다. 중학교 3학년 때 단짝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추억이라고 말 할 것도 없다. '거금도 연가'는 "추억이란 함께 기억해 줄 사람이 있어야 진짜 추억이 된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아내의 고향이 바로 거금도다.
아내가 학창시절 남자 후배가 몰고온 CT100(오토바이)에 친구 둘과 함께 넷이서 타고가다 논두렁에 '꼴아박은' 이야기를 할 때면, 그 남자 후배 바로뒤에 누가 탔을지가 궁금해진다. 아내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내는 아니었을 것 같다. 선아씨나, 미금씨였을 것이다.
순라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얘기를 들으면,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 들이냐?'는 핀잔을 하기도 한다.
아내의 보디가드 서현씨나, 지금도 "너무나 보고싶다"는 문자를 밤 11시에 보내곤 하는 옛 애인 상륜씨 얘기를 하다보면 아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된다.
나는 추억이 없지만, 아내는 추억이 많이 있다. 집이 물에 잠겨 어릴 때 사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추억은 더욱 간절한 것 같다. 그리고, 7남매인 아내의 형제들이 기억해내는 추억은 아내에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아내가 알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아내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한번도 만난적 없는 작가 최보기 형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내도 모르는 거금도의 모습을 아내에게 들려주며, 즐겁게 웃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웃는 아내의 모습 속에서 '남의 추억가지고 많이도 즐거워 하네'라는 핀잔의 모습도 보게되지만, 그렇게 추억은 깊어지는 것 같다.
아내의 추억을 훔칠 수 있게 해 준 최보기 형님(큰처형보다 한 살 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혹시, 내게도 나누어 줄 추억 한자락 가지고 계시리라 기대해 본다.
여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거금도에 한번 가 봐야겠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엄마집에 들러 엄마의 추억을 들어야겠다. 듣는 것 보다는 엄마가 엄마의 추억을 이야기 하시도록 추임새를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