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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15쪽
말이란 대개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갖는다. 세상과 관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expression, 상대가 나를 인정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하고confirmation, 때로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influence 변화하기도 하고change,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수행하기 위해work, 창조를 위해crration 소통하는 것이다.
언행을 통해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만들어간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바로 말이 곧 자기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말과 말이 만나는 대화를 통해 사람은 서로 만나고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21쪽
요즘 흔히 말하는 ‘스몰토크(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가 이러한 관계 맺음의 시작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윤활유가 될 텐데, 이 스몰토크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허다하다.
사람을 만날 때에는 소소한 만남도 있고 중요하고 큰 만남도 있다. 자신이 말을 잘 못한다고 여기면 우선 스콜토크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몰토크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다.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도 그 모임의 성격을 보고 화제를 골라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러한 스몰토크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그럴 것이다.
27쪽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이 편치 않다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한번 자유롭게 써보자.
그런 사람들을 위해 유경아씨는 글을 권한다. 나 자신을 대부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소개서 한 장 채우기도 우리의 뇌는 버거워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 자신을 위해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한 번 써보자.
36쪽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소통은 불순한 목적을 배제한, 진심이 담긴 말하기로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는 나 자신과와의 대화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과 진심이 담긴 대화를 할 수 없는 이는 자기 자신과도 마찬가지이다. 진심을 담아 말을 한다는 것은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바로 내 언행과 마음을 모두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41쪽
소통의 구성 요소 분류는 박기순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참고했다.
42쪽
인디언 부족 라코타는 말의 앞과 뒤에 오는 침묵을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들의 삶을 관찰한 오글라라 시욱스 부족의 추장 ‘서 있는 곰’은 이렇게 썼다.
“대화는 결코 즉시 시작되지 않았고 서두르는 법도 없었다.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도 아무도 질문을 해대지 않았고 답변이 강요되지도 않았다. 생각을 위한 고요는 진정으로 예의 바른 대화의 시작이었다. 라코타족에게 침묵은 의미가 큰 것이었으며, 화자의 말이 시작되기 전의 침묵의 공간에 대한 기다림은 말하는 자에 대한 존중과 정중함의 표현이었다.”
진심이 담긴 말은 어렵다. 그러므로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이 더 값진 것일 수 있다. 인디언의 삶은 창조 그 자체이다. 창조는 거꾸로 보는 것인데, 대화의 가장 큰 의미를 침묵으로 보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43-44쪽
제대로 듣지 못하는 자,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지 않는 인터뷰어는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자신이 준비한 말들만 머릿속에 가득한 연사는 청중들의 즉시적인 요구를 센스있게 파악해 스피치의 물꼬를 바꿔갈 수 없다. 국민의 말을 듣지 못하는 리더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없고 그렇게 만든 정책에 대한 언사는 허공을 맴돌 뿐이다. 예전엔 기업에서 경영학 석사 출신의 수학적 학식이 풍부한 이들을 우대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았고, 요즘은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같은 회의 자리에서 같은 말을 듣고 나서 사람들이 부서로 돌아가 하는 일들이란 게 다 제각각이더란 것이다. 그만큼 말을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몹시 귀하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가까운 이 중에 회의에 참석하면 언제나 본질을 꿰뚫고 정리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관찰해본 결과 타인의 말에 집중하는 능력과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난 데서 얻어진 결과였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틀림없이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란 사실 진정한 리더가 기본으로 갖춰야 할 미덕이지 팔로워만의 덕목이 아니다.
따라서 제대로 듣지 못하는 자, 제대로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른 이의 말에서 진심을 못찾는 다면, 대화는 길을 잃고 만다.
63쪽
의사소통 능력은 문학적 역량, 운동 능력, 노래나 그림 그리기 같은 특기 등과 달리,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유지시켜주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최소한의 조건이 잘 충족되면 긍정적인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77쪽
음가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할 때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확실하게 발음하는 습관을 갖자.
79쪽
서울에서 태어나 표준어를 배운 사람이면 누구나 자연스레 구사하는 강세가 있는 것이다. 그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한 말토막 안에서 맨 처음 오는 무거운 음절에 강세
2) 한 말토막 안에 무거운 음절이 없으면 그 다음에 오는 가벼운 음절에 강세
3) 선행 음절이 단모음으로 끝나도 뒤에 오는 음절이 격음이나 경음으로 시작되면 그 앞 음절에 강세
83쪽
하나, 문장의 주성분과 어간은 잘 들리게 말한다.
둘, 중요한 부분 앞에서는 공백을 두어 듣는 사람이 집중하게 한다.
셋, 어구마다 높낮이를 달리하여 멜로디를 부여한다.
넷, 감정을 실어 내용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98쪽
고대 그리스의 정치인 페리클레스는 2500년 전 말하길, “판단을 했으되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주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더 이상 말과 생각이 다르다고 핑계를 만들지 말고, 정확히 생각하여 정확히 발음하는 습관을 들이자.
100족
*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적 표현의 다섯 가지 기술
고안적 단계. 어떤 것들을 말할 것인지 브레인스토밍한다.
배열의 단계. 아이디어를 논리적 흐름에 맞게 구성한다.
스타일을 정하는 단계. 담담하거나 격하게, 유머러스하거나 비장하게, 간결하거나 장황하게, 주제와 청중을 고려해 선택한다.
암기의 단계. 원고를 구어체로 작성해 키워드만 들고 말해보는 연습을 한다.
전달의 단계. 발음을 정확히 하고 잘 들리게 발성하고 속도와 퍼즈를 적절히 조정하면서 강약을 조절하고 군말을 자제한다.
104쪽
* 자기소개 스피치 핵심 노하우
첫쩨, 출신과 성장 배경은 간략하되 재미있고 뼈대가 잘 부각되게 말한다.
둘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까지 준비한 것, 앞으로 노력할 것들을 말한다.
셋째, 삶의 목표와 지원한 회사의 일을 수행하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넷째, 일과 관련한 단점 중 치명적이지 않은 부분을 밝히고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188쪽-190쪽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중 불멸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장밋빛 인생> 마지막 부분 쯤에 인상적인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명민한 눈빛의 젊은 잡지사 여기자가 바닷가 뜨개질을 하고 있는 늙고 병든 피아프를 찾아가 고요하고도 예의 바르게 인터뷰를 한다. 여기에 그 장면을 옮겨 본다.
-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고맙죠.
- 질문 목록을 가져왔지만 생각나는 대로 질문드릴게요.
(끄덕끄덕)
- 가장 좋아하는 색은 어떤 색이에요?
푸른 색이오.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쇠고기 정식.
- 현명한 삶을 살고 싶은가요?
이미 그런걸요.
- 가장 믿을 만한 친구들은?
진정한 친구들은 다 믿음직해요.
- 노래를 못하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더 이상 사는 게 아니지요.
- 죽음이 두려우세요?
외로움이 더 두려워요.
- 기도하세요?
그럼요. 전 사랑을 믿어요.
-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매번 무대에 막이 오르는 그 순간.
- 여자로서 가장 좋지 않았던 기억은?
첫 입맞춤이요.
- 밤을 좋아하세요?
네. 봄빛이 찬란한 밤을요.
- 새벽을 좋아하세요?
피아노와 친구들이 있다면.
- 저녁은요?
우리에게는 저녁이 새벽이죠.
- 여성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으세요?
사랑하라.
- 젊은 여성들에게는요?
사랑하라.
- 아이에게는요?
사랑하라.
- 누구 옷을 뜨고 계세요?
누구든 이걸 입어줄 사람이요.
- (......) 감사합니다. 오래 괴롭히지 않았길 바랍니다.
213쪽
지금도 귀에 생생한, 믿을 수 없지만 분명히 그 분이 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유정아씨는 나이 어린 여성 기자들이 사쓰마와리(신입 기자들이 기자로 훈련받기 위해 매일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날의 사건, 사고를 체크하고 기삿거리를 취재하는 일을 가리키는 기자들 사이의 은어)를 돌다가 선배나 경찰들로부터 따먹힌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없나요?”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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