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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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신데렐라를 각색한 <신더>로 신고식을 치룬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후속작인 <스칼렛>이 나왔다. 너무 유명한 동화를 각색해서 식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조금 미안해질 정도로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신더>라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명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 동화 빨간 모자를 이번엔 어떻게 각색했을지 궁금해졌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던 스칼렛.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져버렸다. 할머니가 사라진지 2주가 흘렀지만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우연히 알게 된 남자 울프의 정체는 의문스럽다. 울프의 접근이 우연이 아닌 의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스칼렛은 울프를 믿을 수가 없다. 한편, 신더는 희대의 범죄자라 불리며 도망 다니기에 여념이 없고, 황제 카이토는 레바나 여왕의 협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신더> 한 권으로 끝내기엔 설명이 많이 부족해 보였던 세계관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나올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많지만 이 정도면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된 것 같다. 당차고 능력(?) 많은 여주인공들 덕에 남자 주인공들의 멋진 모습은 많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남자 주인공 치고 매력 없어 보이던 카이토와 달리 나쁜 남자 포스를 풍기는 울프의 모습은 여심을 흔들기엔 모자람이 없다.

 

겉모습은 SF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판타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생각보다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사이보그부터 늑대인간까지. 동화를 각색한 것도 모자라 상상 속의 존재들을 교묘하게 버무려 놓아 재미를 더한다. 더 이상의 진화가 가능할까 의심스러워도 여태 보여준 흥미진진한 환상의 세계 덕분에 그 의심은 무의미하다.

 

전작보다 더 탄탄해져서 돌아왔기 때문에 책장은 쉬이 넘어간다. 너무 유명한 동화들이라 뻔해 보이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긴 해도 딱딱한 장르라고만 느껴졌던 SF가 친근해질 정도이니 이만한 SF 활극도 보기 힘들지 싶다. 신더의 강력한 조력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스칼렛의 등장으로 더욱 견고해진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동화 라푼젤을 각색한 다음 이야기 <크레스>에서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부디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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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범죄 스릴러 시리즈 1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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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유럽 스릴러 소설들의 강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계절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가 스릴러 소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즐겨 읽곤 한다. 노르웨이의 스릴러 소설이 출간되었다. 게다가 시리즈물! 두툼한 두께와 역사팩션소설이란 말에 가벼운 귀가 팔랑팔랑. 역사학을 전공한 작가가 쓴 스릴러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1960년대 노르웨이 오슬로 크렙스가 25번지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아파트 주민들이 소리에 깜짝 놀라 올라간 그 곳엔 그 집에 살고 있던 하랄 올레센의 시체가 있었다. 콜비외른 크리스티안 경감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시작한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던 와중에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랑나르 보르크만 교수로부터 딸 파트리시아를 만나보라는 부탁들 받게 된다. 타고난 재능으로 천재라고 불리던 파트리시아는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하랄 올레센 살인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기발한 상상력과 명석한 추리를 통해 수사에 도움을 주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하랄 올레센. 사건을 파헤칠수록 역사 속의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 그 전쟁과 얽혀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진술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만든다.

 

책 속에서 파트리시아가 얘기하던 파리인간의 뜻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쓰레기 더미에 모여드는 파리 떼를 떠올리면 감이 잡힌다는데 그 감이 나에게는 없나보다. -_-;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다 생긴 부작용처럼 보이긴 하는데 글쎄. 전쟁은 모든 사람들을 잔인하고 아프게 만든다.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지내다 그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피하지 않을 사람이 정말 있을까?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고민하다가 포기.

 

다른 소설들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캐릭터 파트리시아와 형사치곤 조금 많이 허술해 보이는 콜비외른 크리스티안 경감의 조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추리는 온전히 파트리시아의 몫처럼 보이지만 인터뷰에 욕심내는 경감의 모습은 조금 인간적이었다고 본다. 하는 일 없어 보여도 열심히 뛰어다니고, 파트리시아의 손에 쥐락펴락 하기 바빴던 경감에겐 수고했다고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자극적인 스릴러들에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고전적 추리 형식이란 말이 제일 눈에 띄었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라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묵직한 무언가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새로운 조합의 파트리시아와 크리스티안 경감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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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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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솔깃했던 이유는 작가의 이름보다 작가가 첩보소설을 썼다는 소리였다. 전작까진 아니어도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본 경험으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문학 인생의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는 말에 호기심 폭발.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베트남 유전을 둘러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치열한 정보전에 휩쓸리게 된 AN통신의 다카노와 다오카. 의문의 살인사건 배후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된다. 그들이 3개월에 걸쳐 진행한 임무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차후 미래 에너지 사업에 대한 거대한 음모(?)를 밝힐 수 있는 정보를 입수한다.

 

줄거리를 짤막하게 요약하기 힘들다. 그만큼 거대한 스케일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동아시아를 넘나드는 지리적 배경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첩보전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전환이 빠르다. 덕분에 글을 읽는 순간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영상들로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똑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세밀한 심리를 따라가는 기존의 스타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옮긴이의 말처럼 몸동작을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 그러다보니 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오사카에서 실제로 일어난 유아아사사건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사건으로 다카노 같은 주인공이 탄생되었는데 치열한 정보전 때문에 주인공의 일화가 많이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이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매력이 넘친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첩보전을 다룬 이야기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이 뚜렷해도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는데 서로간의 지장이 없다. 개인적인 취향이 분명 작용했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느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첩보스릴러는 읽기 힘들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너무 비밀스럽고 세밀한 심리 표현에 감히 범접하기 힘든 포스를 풍기곤 하는데 이 소설을 그렇지가 않다. 작가의 내공이 어느새 이만큼 견고해졌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여러 나라들끼리 복잡하게 꼬인 정치적 상황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걸로 이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내내 후회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장 곁에 숨겨진 폭탄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을 다카노가 생각나 아련해진다. 주인공에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는 걸 보면 푹 빠져 읽은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대표작 <악인>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선과 악의 경계를 위태롭게 흔들던 그 소설과는 분명 다르지만 그에 못지않은 여운이 긴 소설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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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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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머리만 없는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다음에는 몸통, 다음에는 손이나 발만 없어진 시체들. 여섯 번의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 도시는 혼란 그 자체다. 치밀한 계획 아래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 가부라기와 동료들은 머리를 맞댄다. 발견된 몇 가지의 증거만으로 가설을 세워보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든다.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글로 <데드맨>은 시작한다. 사건 수사가 진행될수록 형사 외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으나 죽지 않았다고 하는 이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사람의 등장으로 연쇄살인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를 잘라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아조트라는 개체를 탄생시켰다. 아조트의 실현 가능성과 불가능을 떠나 독자들은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었고 작가의 트릭에 속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작가는 <데드맨>에서 아조트의 모티브를 따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책을 읽을 때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재미의 강도가 틀려진다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집중을 하느냐의 차이다. 황금 같은 주말 감기 기운으로 몽롱한 정신에 읽었던 책이었다. 그 정신에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는데 책장이 자꾸 넘어간다. 빠른 스피드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신인 작가의 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굉장히 강렬한 데뷔작이라고 할 만하다.

 

어쩌면 뻔해 보이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뻔해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도 실력이다. 거기에 재미까지 더했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할까.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가와이 간지라는 필명 외에 알려진 게 많이 없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 시키는 건 <데드맨>이 독자들의 기대만큼 결과를 충족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읽기 전에 뒤표지의 꼭지 글은 읽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스포가 있는 글은 아니지만 소설의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으니까. 감기 기운으로 몽롱했던 정신을 번쩍하게 해주었던 <데드맨>. 어쩌다 일본 소설만 주구장창 읽고 있는 요즘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본격도 아니고 사회파라고 말하기도 좀 힘들고 애매한 포지션의 소설이지만 무엇이 되었든 재미와 스피드만큼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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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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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전작들을 읽어보질 못해서 책에 대한 기대는 많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 같아 어떤 매력이 있을지 호기심이 동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빅 슬립>에서 모티브를 따온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필립 말로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보였다.

 

오랜만에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로 복귀한 사와자키. 일 년이 넘게 도쿄를 떠나 있었지만 허름한 사무실은 변함없이 그를 반겼다. 그리고 사와자키를 반겨주던 낯선 인물. 의뢰인의 전언을 전해주기 위해 사와자키를 기다리고 있던 노숙자였다. 그에게 받은 명함의 뒷면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시도하지만 의뢰인과 연락이 되질 않는다. 명함의 앞면에 쓰여 있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게 되고, 명함의 주인이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승부조작 루머로 야구를 그만두게 된 아키라는 11년 전 자살로 마무리 된 누나의 죽음을 의심한다. 그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해 사와자키에게 의뢰하게 되고 아키라의 피습으로 사건은 혼란스러워진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건들이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이걸 다 어떻게 풀어나갈까 걱정 아닌 걱정도 했었는데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는 사와자키를 보니 괜한 기우였나 보다. 사건 해결의 중요한 인물이 갑자기 등장해서(그것도 너무 우연하게) 재미가 조금 반감되기도 했지만 괜히 쓸쓸하게 만드는 사와자키의 매력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호출기도 없었던 시대 전화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곳이 존재 한다. 지금 시대와 전혀 다른 연락 수단인데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 속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담배와 더불어 쓸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 단단히 하더라.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는 알아도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 하라 료의 사와자키에게서 풍기는 고독을 크게 공감하지 못하겠다. 고독하고 쓸쓸한 탐정이란 건 알겠는데 필립 말로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모르겠단 소리다. 하드보일드에 대한 간결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다고 하는 옮긴이의 말에 깊은 공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작 작가라 필력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독자들의 한없는 기다림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읽어보질 못한 게 많이 아쉬워지기도 했지만 쓸쓸한 분위기 하나로 사로잡았던 탐정 사와자키라서 좋았다. 이런 고독한 탐정은 언제나 환영이다. 탐정소설은 고독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재미는 한층 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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