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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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이브 거니 형사 첫번째 시리즈였던  <658, 우연히>를 그닥 재미있게 보진 못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주었던 것도 아니었고, 658이라는 숫자가 주는 우연함이 좀 억지스러웠었고 그저 그냥 그런 스릴러 소설들의 하나였었다. 중박은 했지만 그 이상은 나에게 무리였던... 하지만 두번째 시리즈 <악녀를 위한 밤>은 우선 표지에 혹했고, 자극적인 제목에 끌렸고, 벽돌마냥 두꺼운 책이기에 두말 없이 펼쳐 들었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던 데이브 거니. 동료였던 잭에게서 의문의 살인사건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난 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어느새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복잡한 경찰서 사정내로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2주간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유명한 정신과의사의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목이 잘려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 증거도 부족하고 범인의 흔적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 유일한 용의자로 지명된 정원사는 이웃의 유부녀와 함께 행방불명인 상태다.

 

보통 평범한 여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살해당한 여자가 그저 평범한 신부인줄 알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그녀의 악행들은 상상을 초월했고 살인 사건 뒤에 숨겨져있던 진실을 밝히게 된다. 피해자가 여성 성범죄자였던 소설이 있었을까? 조금은 자극적인 소재로 내 눈을 번쩍 뜨게 했지만 데이브 거니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 이야기들은 불만이었다. 이럴때는 온전히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솔로 형사들이 나오는 소설이 좋더라.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뒤에 숨어 있던 진실들은 생각보다 몸집이 커지면서 결말을 대충 수습하며 끝나는거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생겼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마무리인 것 같다. 확실히 전편보다는 스토리의 힘이 더 강해진 것 같긴 하다. 600페이지정도의 책을 짬짬히 삼일만에 다 읽었으니 말이다. 물론 전작보다는 조금 더 자극적인 사건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노년의 나이에 이 정도 분량의 소설을 쓰기엔 힘이 많이 부칠텐데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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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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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어거스트 폴먼.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눈, 코, 입, 귀가 멀쩡하게 붙어 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보통의 사람들에 눈이 있고 입은 구개열때문에 음식 먹기도 힘들고.. 모든 기형을 나열하기엔 너무 복잡한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런 어거스트가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안면 기형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너무 싫어하는 어거스트지만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친구들 덕에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학교에 적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고 어거스트의 외모때문에 학교 친구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소설은 어거스트와 어거스트 주변인물들의 시점에서 쓰여져 있다. 어거스트의 누나 비아, 어거스트의 친구 서머와 잭, 비아의 남자친구 저스틴, 비아의 절친 미란다 이렇게 어거스트 외에 다섯명의 시점에서도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틀려진다. 본인이 아닌 타인들이 생각하는 어거스트에 관한 생각도 엿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도 준다. 처음에는 어거스트의 외모에 다들 놀라 쉽게 다가갈 수 없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어거스트도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같다는걸 알게 되고는 허물없이 지내게 된다.

 

학교에서도, 집밖에서도 어거스트는 외모때문에 늘 특별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외모만 특별할뿐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받고 주눅드는 어거스트가 짠하기도 했다. 이 소설이 만약 어른들의 시선에서 쓰여졌던 소설이었다면 자기를 이렇게 낳아준 부모와 외모만으로 판단하려는 세상을 원망만 하다 끝났을텐데 어린 아이의 시선이다 보니 원망보다는 투정 비슷한 것들만 보였다. 복잡한 어른의 내면보다는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어거스트 또래의 아이들 내면이 이해하기 더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외모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단지 눈에 보여지는걸로 모든걸 판단하려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우리네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으로 경계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운 일이지만 우리네 현실을 탓하기보단 편협한 시선을 가진 나 자신부터 반성해보고 좀 더 넓은 시선을 가져야겠다. 

 

 

 

p. 316

어느 방향에 놓든지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모두의 눈이 나침반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북극인 셈이다.

 

p. 474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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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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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영수는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백수이다. 정리 해고를 당하고 가장 처지에 놀고만 있을 순 없어 닥치는대로 부업을 하지만 수입은 변변치 못하다. 게다가 인형 눈을 붙힐때 쓰는 본드를 마셔 환각 속에 빠져 산다. 그러던중 부업 알선을 해주던 돼지 엄마를 통해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을 하게 되고 동물원에서 여러 동물들의 모습으로 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어쩜 세상에 저런 동물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행동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동물원. 처음에는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동물원에 반감을 가질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일거다.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리는 동물의 탈을 쓰고 연기를 하고 있는 '세렝게티 동물원'뿐이니까. 하지만 그 동물원에서도 경쟁사회의 희생자로 내몰리며 12m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버저 누르기 바쁘다. (버저를 누른 횟수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영수와 같이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같이 일하게 된 만딩고, 조풍년, 앤. 이들의 살아온 이야기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울컥해진다. 최후에는 슬아슬한 절벽 끝에 서게 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상황들이 지금의 현실을 비유하고 비꼬아 보는 내내 우울하게 만든다. 그것도 우리네 현실의 단면이라는 생각에 답답해진다.

 

우울한 날에는 마늘을 깐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울고 싶지만 울 수 없으니 마늘을 까는 영수의 마음이 나에게도 닿아서 슬퍼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현실을 작가가 풀어내는 방식은 유쾌하지만 씁쓸했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소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블랙 유머가 가득하고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모든게 해피 엔딩이다. 현실을 무조건 외면하고 비난하기에는 영수에게 남은 날들이 너무나 많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page. 159

“마늘이 맵네.”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page. 214

"동물원에 잇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 게 코미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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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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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화려한 활약을 펼치며 내 머리 깊숙히 박혀버린 리스베트 살린데르와 미카엘 블롬비스크!! 올해 초 추운 겨울날 나를 이불 속에서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던 밀레니엄 시리즈 1편을 읽고 아끼고 아끼다가 2편을 꺼내들었다.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늦게 읽어나하는 후회도 해보았지만 이제 남은건 마지막 '벌집을 발로 찬 소녀'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울 뿐이다.

 

하리에트 사건을 해결해 준 댓가로 방예르 총수에게 부패 재벌 웨네스트롬에 대한 자료를 제공 받은 미카엘. 그 자료를 토대로 책을 내고 미카엘은 슈퍼 블롬비스크라 불리우며 스웨덴의 스타 기자로 거듭난다. 밀레니엄 잡지사도 때아닌 흥행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특집호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여성 성매매에 관한 특집호 기사를 조사중이었던 범죄학자인 미아 베리만과 그녀의 연인이자 기자인 다그 스벤손이 살해당한다. 두 사람의 살인에 리스베트가 용의자로 몰리며 어두웠던 과거가 공개되기 시작한다.

 

소설의 초반 리스베트의 소소한 주변 이야기는 조금 지루하다. 워낙 폐쇄적인 인물에다 혼자인게 너무 익숙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미카엘과도 연락을 끊어 너무 늘어지는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리스베트가 용의자로 쫓기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든 악'으로 불리웠던 리스베트의 과거는 생각보다 더 암울하고 강렬했다. 마지막 부분은 다른 책으로 한 눈을 팔 수 없게끔 끝나버려서 3편을 펼쳤지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잠시 덮어두고 데이빗 핀처가 감독했던 헐리우드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봤다. 생략된 부분이 많아 원작을 읽지 않고는 이해하긴 조금 난해해 보였지만 영화도 재미있더라. 특히 미카엘 블롬비스크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는 싱크로율 100%! 스웨덴판 미카엘보다 훨씬 좋았다.

 

아무튼 마지막 편을 남겨두고 이 섭섭한 마음을 뭘로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허무하게 요절한 작가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 하지만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준 밀레니엄 시리즈는 정말 고맙다. 북유럽 특유의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때문에 더욱 푹 빠져 읽은 것 같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밀레니엄 후유증을 앓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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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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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나 하나같이 비호감이었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의 제일 첫번째 이야기가 새로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염매라는 단어와 신들린다라는 조합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호러 미스터리라는걸 제목에서도 한 번에 느낄 수가 있다.

 

청바지가 귀하던 시절 도조 겐야는 조상 대대로 무당의 집안이었던 흑의 '가가치'가와 팽팽하게 대립하는 백의 '가미구시'가가 있는 산골 마을을 방문한다. 사위스럽고 기이한 분위기의 마을에 여러 괴사 사건이 터지면서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 잡힌다. 폐쇄적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다. 그저 정황증거만 가지고 수사를 시작하는 도조 겐야. 지역의 민속 신앙과 팽팽하게 대립되는 두 집안의 이야기가 맞물리지만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생소한 단어 염매가 자주 등장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자 그 어떤 마물보다 가장 꺼림칙한 존재라는 뜻이 소설과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같은 동양권의 나라라는 것과 비슷한 민속 괴담이 존재 하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이기때문에 이게 무엇이다 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섭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존재라는건 알겠는데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태생이 다를지라도 무서운건 매한가지다. 

 

가가치가에 여섯명의 사기리와 두 집안의 복잡한 가계도만 극복한다면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앞부분의 지루함은 이 소설의 백미인 결말 부분을 위한 장치에 불구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질질 끌고 오던 범인을 추려내는데 독자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 갈긴다. 어떻게 이런 추리가 나올 수 있었는지 대략적인 설명도 붙긴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추리를 하며 논리 정연한 설명을 하는 도조 겐야에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예전에 혼자서도 잘 보던 공포 영화를 이제는 혼자 못 보게 되었는데 소설도 그런가보다. 읽는 내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소설때문에 밤에 혼자 앉아 읽기도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서늘하고 오싹한 맛에 호러 미스터리를 보는게 아니겠는가. 국내에도 일본 못지 않게 다양한 민속 신앙과 괴담들이 존재할텐데 그것을 토대로 멋진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우리네 정서와 더 잘 맞는 소설이니 그 오싹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page. 459

"허수아비님은 사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실뿐 살인 따위는 아니 하십니다. 그 벌로 인해 목숨을 잃는 자가 있어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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