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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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시리즈로 유명세를 탔던 디앤씨미디어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았다.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진 싱글대디의 일상 미스터리물이라는데 얇은 귀가 팔랑팔랑 거리는 건 당연한 얘기. 일상 미스터리는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에 생기를 주는 이야기라 가끔씩 챙겨보곤 하니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항복하고 말았다.

 

사람은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의 오감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타비토는 시각 외에 다른 감각이 없다. 그게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으니 탐정일 외에는 많이 서툰 편이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자란 여섯 살 테이는 왠지 모를 책임감에 어른스러워졌다. 그 나이의 아이답지 않은 모습이 짠해 보이기도 하고. 이들이 혈연으로 엮이지 않았는데도 가족이 된 사연은 무엇인지도 시원하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타비토의 모습도 너무 의미심장하고.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을 무지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릴 적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간직하게 된 열쇠고리를 잃어버린 요코는 테이의 아빠 타비토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타비토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탐정이 직업이다. 테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인 요코는 아이답지 않은 테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타비토에게도 그에 못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시각으로만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언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각만으로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면 능력이겠지.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능력인데 시각 외에는 다른 감각이 없으니 마냥 부러워하지도 못하겠다. 아무튼 시각만을 가지고 물건을 찾아내는 타비토의 실력은 탁월하다. 상당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같고. 애초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눈치가 좀 없긴 하다. ^.^;;

 

타비토의 눈을 보고 누구는 깨끗하다 했고 누구는 슬프다 했다. 눈으로 모든 감각을 느끼는 타비토니까 보는 사람마다 틀리긴 할 거다. 순정만화 느낌이 물씬 나는 타비토와 테이의 관계는 흥미롭다. 어떤 것이든지 속 시원한 해설 없이 끝나버려 아쉽다. 재미가 있어서 속편이 기다려지기 보다는 궁금증 해소가 더 급해졌다. 타비토와 테이가 가족으로 엮인 사연과 타비토가 찾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게 더 궁금해. 속편을 얼른, 속히,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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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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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세계문학상은 두 편의 장편 소설이 받았다. 현직 판사 출신의 작가가 쓴 보헤미안 랩소디와 군대 의문사를 다룬 살고 싶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최근에 일어난 총기난사사건 때문에 시끄러운 이 때에 이런 책을 읽으려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말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이 너무 서러워 보여 그냥 지나치기 어렵더라.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기도 했고.

 

훈련 중에 다친 무릎의 통증으로 제대로 된 군대 생활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고 있는 병장 이필립. 병원과 군대를 오가면서 지내다 보니 동기나 후임들과의 관계도 얕기만 하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광통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광통에서 만나 친구가 된 선한이의 자살 소식을 알게 된 필립은 광통에서 선한의 죽음을 따라가며 생기는 의문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그에 엮인 인물들의 궤적을 추적하기도 하고. 선한이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군인이어도 같은 군인 신분이 아니었던 그의 위태롭고 고독했던 날들이 서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많고 많은 선택지 중에 왜 하필 그것이었는지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의 고독과 외로움이 생각보다 진한 밀도로 다가온다. 친구의 죽음을 두고 진실을 마주하기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선한이의 죽음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느꼈던 필립은 그래서 숱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대라는 곳은 낯익으면서도 굉장히 낯설다. 지니고 있는 특수성도 굉장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기무대가 뭔지 잘 몰라서 찾아보기도 했다. 헌병만 들어봤지 기무대가 무어냐. 국군병원이 주요 무대다. 군대 내무반의 실정도 잘 모르는데 거기라고 알 턱이 있을까. 그것만 아니었다면 무척이나 공감되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살짝 힘 빠지는 후반부도 그렇고. 하지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믿어볼 만하다. 그 믿음과 신뢰는 견고하게 쌓아 올려 무너질 줄 모르는 돌탑과도 비슷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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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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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사람도 기가 쏙 빨리는데 그걸 쓴 작가라고 멀쩡할 리가 없겠지. <28>을 끝내놓고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결정된 생애 첫 해외여행인데 히말라야에서 트래킹을 한다는 작가.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그 히말라야? 작가님, 통도 어마어마하게 크시다. 히말라야로 떠나기로 했지만 처음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제리>의 김혜나 작가를 섭외하고, 지리산을 동네 앞산 드나들 듯이 드나들며 체력을 키우고, 어찌어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네팔행 비행기에 오른다.

 

안나푸르나를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것도 모자라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를 통과해야하는 트레킹 코스.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이 2,000미터가 조금 모자라는데 쏘롱라패스는 한라산의 두 개 높이보다 더 높은 곳이다. 한라산도 높이 가늠하기 힘든데 쏘롱라패스는 어떠할까. 그저 입이 떠-억 벌어지고 놀랍기만 하다.

 

소설만 놓고 보면 한없이 진지하고 묵직한 성격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았는데 국제도서전에서 뵈었던 모습에는 웃음도 많고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었다. 여행에세이이다 보니 개인의 성격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큭큭대며 깔깔대며 시종일관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끌어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울컥하게 한다. 소설도 아닌데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마성의 글빨은 소설이나 여행에세이나 변함이 없네.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이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알고 있다. 고난의 연속, 고산병의 위협, 마살라의 그악스러운 냄새, 천 길 낭떠러지의 아찔함, 그러지 않아도 고되고 고된 여정인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구석이 없다. 하지만 참 진솔해서 좋더라.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에 좀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기도 했고.

 

이런 여행에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서가 아니라 여행에세이가 이렇게 진솔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묵직하고 빠르게 뛰어대는 맥박처럼 그녀의 글은 항상 그렇다. 그래서 좋다.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는 박동소리가 내내 함께 한다. 힘차게 걷고, 고되게 걷고, 악착같이 걷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녀가 열심히 걸었던 히말라야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두근대는 심장은 오랫동안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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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너 가져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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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이었던 할매가 돌아왔다를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가 유산 60억을 물려준다며 식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유쾌한 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해학이라고 해야 하나. 사회문제를 툭툭 건드려도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에 푹 빠져 읽었으니 작가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높기만 했다.

 

2의 여학생 김별. 외국에서 살다온 별이는 남다른 영어 발음과 아이돌 그룹 틴탑의 니엘을 조금 닮은 상급생에서 고백을 받은 이후 왕따를 당하고 있는 별이. 학교 짱인 백도혜와 그 무리들에 찍혀 괴롭힘을 당하던 어느 날, 백도혜가 끝장을 보자며 동네 당산다리 밑에서 만나자며 결투(?) 신청을 한다. 겁을 집어 먹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그 때 별이의 앞에 노숙자처럼 보이는, 희한한 패션의 중년 아저씨가 나타난다.

 

별이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지방대학의 조교수로 있는 아빠는 개똥같은 세상을 욕하다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친구 순영은 당산다리의 사건 이후 일진이이 되겠다며 또 다른 일진 장덕화와 싸움을 벌인다. 몰래 좋아하던 교회 오빠 우현의 소식도 심상치 않고, 갑작스레 등장한 개간지라 불리는 아저씨는 별이가 위급한 상황에 몰릴 때마다 슈퍼맨같이 나타나 위기에서 구해준다. 알고 봐도(스포 당해도), 모르고 봐도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 사내는 왜 자꾸 별이를 구해주는지 모르겠다.

 

알약 하나를 먹으면 천재가 되는 영화 리미트리스생각이 나게 하는 개간지의 신비한(?) 능력은 참 탐나더라.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개간지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못해 생경스럽기도 하지만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고 있는 따뜻한 마음은 절실히 느껴진다. 여러 개의 별명이 붙은 개간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사회적인 문제들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면으로 끌어와 돌직구를 날린다. 근데 그게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작가 특유의 필체로 유쾌하고 생동감 있게 풀어내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등장인물이나 글 속에 담긴 이야기는 청소년소설을 지향하고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다. 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없는 이 땅에 작게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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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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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요즘 종종 들을 수 있는 셰어하우스에 관한 책이다. 다만 일본에서 나온 책의 번역서라는 것. 무엇이 되었든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셰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건 사실이다. ‘share'의 사전에 나온 뜻은 나누다, 공유하다 뭐 그쯤인데 집을 공유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기숙사나 고시원 같은 곳을 떠올리면 쉽다. 내가 보기엔 고시원 보다는 기숙사가 더 가까워 보인다. 개인적인 공간을 보장하면서 기타 공간을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것이니까.

 

사람이 사는 곳 어디든 여러 가지의 주거 형태가 존재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주거 형태가 많이 생겼다. 셰어하우스도 그 중의 하나인데 책 속에서는 여러 가지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고 책에서는 같이 사는 사람과의 돈독한 친목 도모로 외롭지 않다는 걸 크게 꼽았다.

 

그저 일상형 셰어하우스만이 아닌 그 속에서 또 다른 주거 형태를 보여주는 콘셉트형 셰어하우스나 컬렉티브 하우스, 가족이 모여 살고 코먼 하우스로 이어진 타운 하우스 형태의 셰어하우스도 흥미로웠다. 보다 발전된 셰어하우스의 모습으로서 새로운 또 하나의 주거 형태를 제시한다. 여러 가족이 사는데도 생활에 필요한 공간들이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걸 보니 굳이 혼자 사는 것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생활이 아니라서 서로 마음이 얼마나 잘 맞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예전에 기숙사에서 2년 살아본 경험자로서 이건 필수불가결인 요소이다. 정말 백배 천배 공감되는 말이었다. 타인과의 즐겁고 쾌적한 삶을 위해 서로 피곤하지 않으려면 조금의 무신경함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꼭 필요한 성격이라고 본다. 저렴한 비용은 장점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은 조금 버려야 넉넉하고 따뜻한 셰어하우스 생활이 될 것이다. 국내 사정과는 조금 틀려 보여도 셰어하우스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작은 지침서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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