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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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도 있고,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편견이든, 선입견이든 개인적으로 독일 스릴러에 좋지 못한 감정이 있다. 동서남북 유럽 어디라도 나와 이렇게 맞지 않는 나라의 소설은 없었는데 유독 독일만 그런다. 나와 맞지 않아,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해 이쪽 나라 스릴러 소설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게 정답일 거다.

 

사실 <눈알사냥꾼>의 전작인 <눈알수집가>를 읽었다. ‘사이코스릴러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홀려 읽었지만 생각보다, 기대보다는 별로였나 보다. 강렬했던 표지 이미지만 기억 속에 남은걸 보면. 기대치가 한참이나 내려간 상태에서 시작해보니.... 웬걸. 전작을 띄엄띄엄 읽은 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친절한 출판사의 배려로 시작 부분에 <눈알수집가>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어서 금방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는 것조차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전작에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초르바흐. 미래를 볼 줄 아는 시각장애인 알리나. 그리고 안과의사 차린 주커 박사. 신뢰하기 힘든 이들의 관계로 점점 악의 그늘은 드리워진다.

 

쉴 틈 없이 독자를 들었다 놨다, 정신없게 만든다. 계속되는 반전으로 머리가 멍할 정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의도처럼 보이기도 하는 조금 산만한 편집은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대단하다. 자극적인 사이코스릴러라는 문구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잔인하지만 눈 감고도 보게 만드는 공포영화처럼 뒤가 궁금하게 만든다. 애초에 동기 없는 살인이 목적인 사이코패스 소설이니 그럴 만도하다.

 

아무리 잔인한 장면에 면역이 되었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눈을 범죄에 이용하는 것들인데 이건 아무리 봐도 오소소 돋는 소름은 피할 수 없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가급적이면 서평이나 출판사 보도 자료는 보지 말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반감될 것 같으니까. 독일 스릴러에 대한 편견을 조금 옅어지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 앞으로 출간될 작가의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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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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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차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고 다니는 차에 욕심이 없다 하면 누가 믿을까. 도로 주행중 눈에 띄는 작고 귀여운 미니에 대한 로망은 차고 넘친다. 가지고 싶지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다 보면 로망은 로망일 뿐 내 차가 될 운명은 아닌가보다 하고 포기하게 된다. 어쨌든!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덥썩!!

 

미니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작고 깜찍한 겉모습일 거다. 겉모습만큼이나 독특한 광고들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책 속에는 광고 이야기가 없네. 하지만 광고 빼고 다 있다. ‘미니의 역사를 시작으로 종류, ‘미니의 커뮤니티 등, ‘미니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미니정비 방법까지. 미니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탐날만한 책이다.

 

미니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미니들이 다 똑같은 종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컨트리맨이나 쿠페 사양은 타 본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니가 경주대회에서 활약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에 경주대회는 무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힘 쎈 녀석(?)이었다. 작고, 귀엽고, 힘도 쎄고! 남녀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로망이 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앞으로도 미니의 종류가 계속 추가된다고 하는데 어떠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1959년 처음 출시되고 미니는 참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자동차다. 특정 부류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매력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얼마 전에 폭스바겐 콤비 버스가 단종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추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는 사람이 편한 삶을 누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콤비 버스의 추모영상을 본 뒤에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종족, 연령, 국적, 세대, 모든 것을 초월하게 만드는 자동차는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미니도 충분히 그럴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랑 받아왔고, 앞으로도 우리들 곁에 어떤 모습으로라도 있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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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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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장르가 바로 SF. 국내 작가들이 쓴 책은 찾기 힘들고 외국의 작가들 것만 여러 권 읽어 봤는데 생각처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전작들에서 보았던 화려한 액션들이 보고파서 작가의 이름에 끌렸던 게 하나, 국내 SF 장르라는 점에 반가운 마음이 둘. 이리저리 관심 끌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멀지만은 않은 미래.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가 되었다. 일명 ‘ONS’(장기 괴사 증후군)라는 심각한 질병이 발병하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장기 이식이 활성화 된다. 그로 인해 주된 재료인 난자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주인공 레이는 난생 처음으로 난자 채취를 하기로 결심하고 센터를 방문한다. 난자 채취 후 레이는 친하게 지내던 아노미아에게 난자 거래를 위한 경매를 일임한다. 평소 거래되는 가격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레이의 난자. 이에 레이는 불안함을 느끼고 파워슈트를 구입하기에 이른다.

 

제일 기본적인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SF소설이 다 그렇듯 처음엔 낯선 환경이 주는 생소함은 어리둥절하다. 생활의 편리를 위한 도구들은 낯설어도 어디선가 한 번씩은 본 듯해서 익숙해지기에는 수월했다. 생소한 미래적 설정과 적당한 현재의 설정들이 맞물려 생각보다 몰입하기는 쉬웠다. SF 장르의 진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데 다른 SF 소설들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건 장점처럼 보인다.

 

난자 채취 후 레이의 행보가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은 난자를 둘러싼 비밀 들추기가 주된 내용일 거다. 기본 설정이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만 결국엔 출생의 비밀로 귀결되는 급한 마무리는 많이 아쉽다. 난자의 숨겨진 비밀이 기대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좀 작은 것도 그렇고.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긴박하고 스릴 있는 액션은 여기서도 발휘되지만 별로 능력(?) 없는 주인공이라 매력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만한 세계관을 구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비톨의 충돌씬이나 전자기장인 펄스로 공격하는 등 고난이도의 액션이 즐비한 2권은 눈요기하기에 더없이 좋다. 조금 부족한 개연성을 차치할 수 있을 정도. SF에 깊이 발 담근 사람이 보면 코웃음 치겠지만 SF를 처음 만나거나, 머리 아픈 SF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시각적으로 충분히 즐기기엔 이만한 소설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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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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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리노 하나의 결혼식 준비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일에 싸여있는 양아버지 준고와의 관계, 그 사이 간극으로 존재하는 살인사건. 범죄소설이라 하기에는 그 부분이 너무 미미하다. 비 냄새가 나는 남자, 준고와 내면에 뜨거움을 숨기고 있는 하나의 위험하고 지독한 갈망을 이야기한다.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이야기에 이토록 절절해지는 마음이란 다 분위기 탓이고, 작가의 문장 탓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강렬한 만큼 여운도 많이 남아서 복잡한 머릿속은 정리하기 힘들어진다. 습하고 눅눅한 장마철 습기처럼 끈덕지게 달라붙어 찝찝함을 동반하지만 장마철 습기가 다 그렇듯이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작가는 독자를 애써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히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뿐이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려지게 만드는, 세상의 잣대로 결코 허용하기 힘든 이들의 사랑을 날 것 그대로 느껴지는 감정에 휘둘리게 내버려두면 씁쓸한 뒷맛이 함께 한다. 동조하기도, 그렇다고 거부하기에도 경계가 너무 애매한 준고와 하나와의 관계. 그저 이들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어 치열하게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카쿠치바 전설>로 처음 만났던 작가였다. 책을 읽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와 캐릭터들은 잊기 힘들어 문득 생각나곤 했다. 아마 <내 남자>도 그럴 것 같다. 끈적거리는 부유물처럼 내내 머릿속에서 흘러 다닌다. 고여 있는 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비워지지 않는다. 정신이 피폐해진다는 얘기는 이럴 때 하는 거겠지. 우스갯소리로 내 남자소리를 자주 했는데 당분간은 준고 생각이 나서 그렇게 부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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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녀
케이티 워드 지음, 고유라 옮김 / 박하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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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솔깃해지는 제목이다. 7장의 그림과 7명의 여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 같은 책. 솔직히 그림을 잘 모른다. 이론적인 걸 떠나서 그림을 아예 모른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아주 유명한 그림 빼고는 이게 무슨 그림인지, 누가 그렸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책과 관련된 그림이란 소리에 혹했다.

 

각기 다른 7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시대는 달라도 분위기는 거의 비슷하다. 아마 작가의 문체에서 오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이게 좀 묘하다. 껍데기 하나가 덜 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이게 나쁜 뜻은 아니고. 많이 묘하다. 아무튼.

 

처음엔 몰랐는데 책 속에 실려 있는 그림 속엔 모두 여자와 책이 등장한다. 어떤 식으로든. 챕터 첫 페이지의 QR코드를 따라가면 그림을 볼 수 있는 링크가 열린다. 각 챕터의 주제이기도 한 그림들을 빠르고 쉽게 볼 수 있다. 책 만드는 분의 이런 소소한 배려는 책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하는 요소 중에 하나.

 

하나의 그림을 보고 그림 속에 담긴 사연까지 상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고 느꼈는데 작가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림에 숨을 불어 넣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미래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생활 습관 같은 것들까지 글 속에 녹여낸다. 각 챕터에서 주제를 삼고 있는 그림을 중심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어쩌면 진짜로,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히 요즘 나의 독서 패턴으로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느린 호흡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기까지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마력을 가진 그림과 여인과 책이 등장하니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매력으로 똘똘 뭉친 것들의 조합이니 그에 따른 호기심은 당연하니까. 앞으로 내가 얼마나 그림을 감상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림 속에 담긴 사연까지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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