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바의 미소 미래그림책 3
칼 노락 글, 루이 조스 그림,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7살 아이들을 보고 흔히 미운 7살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형성되어 가면서 유아기에서 이제 좀더 성숙한 아동기로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네요.
본인 생각에는 자기가 다 컸다고 느끼기 때문에 어른들의 말을 흉내내길 좋아하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답니다.
거기다 어찌나 뺀질뺀질거리고 까부는지...
그전까지는 제가 눈만 부라려도 대충 눈치살피던 녀석이 이제는 그 눈부라림을 쫒아하기도 하고 혼내려는 엄마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요즘 아주 제게 호야 녀석의 7살이 힘들기만 합니다.

얼마전 야단 맞을 행동을 했기에 대뜸 "*호야!" 이름부터 빽 내지르고 "이리 왓!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 슬금슬글 제게 다가와서는 글쎄....
실실 웃지 않겠어요?
지금 엄마는 열이 받아 씩씩거리며 한바탕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거기다 얼굴 들이대며 "엄마~~~ 아잉~~~ 엄마~~~~" 애교를 부리면서 계속 실실 웃는 겁니다.
"야, 너 지금 뭐해?" 그래도 계속 실실....
이 녀석이 미쳤나?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싶어 "너 그런다고 엄마가 너 안 혼낼 줄 알아? 엄마, 약올려?" 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녀석의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아니 나올 수 없더만요.
상상해보세요, 나오지 않는 억지 웃음을 얼굴에 만드느라 눈꼬리며 입가에 잔뜩 주름잡힌 그 하회탈 같은 7살 아이의 웃음어린 얼굴 말입니다.
기가 막혀서 피식 웃으며  "너, 지금 뭐 하는건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물으니
아주 뻐기는 듯한 모습으로 "나, 키아바야" 그러는 겁니다.

예, 무서운 푹풍을 물리친 바로 그 키아바의 미소가 호야의 얼굴에 서려 있었답니다.
의기양양하게 저만치 가는 호야의 뒷모습에는 역시, 미소의 힘은 대단해! 하고 써있는 듯 하더군요 ^^ 
이 절대절명의 순간, 그런 걸 생각해 낸 나는 역시 똑똑해! 하는 으쓱으쓱함도 같이 곁들여서 말이죠.
허...참...싶으면서도 그 모습이 왠지 너무너무 귀여워서 그냥 같이 웃어주었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야, 김**, 너 많이 컸다!" 이 한마디를 던져 주었지요 ^^

웃음이 힘을 갖는 건 웃음 자체가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웃음으로 인해 상대방의 팽팽해진 그 긴장감이 일시에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일 거예요.
한번 무너진 이후에는 도저히 다시 세울 수도 없고 다시 세우기도 민망한 그런 거 있잖아요 ^^

그런 경험, 없으세요?
남편이랑 서로 허리에 양손 짚고 노려보며 씩씩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의 코가 심하게 벌렁거린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픽~! 하고 웃음이 나오면서 무릎에 힘이 쭉 빠져버리고
또 제가 그렇게 웃고 나니 그 분위기마저 갑자기 느슨해지고 남편도 덩달아 피식 웃던 그런 경험.
한번 그렇게 웃고 나면 아무리 다시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치켜올리며 쫙 째려보고  목소리톤을 올리려고 해도 잘 안되잖아요. 말을 꺼내는 목소리도 어느새 나긋나긋해져 있구요.

그게 바로 키아바의 미소랍니다 ^^
강함을 강하게 대하지 않고 부드러움으로 대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던 키아바의 미소.
그 미소의 힘을 오늘 아이와 함께 나누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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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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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0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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