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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론 브룩스 그림, 제니 와그너 글, 최순희 옮김 / 느림보 / 2003년 11월
평점 :
사랑을 하게 되면 독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이 나만 바라보기를 원하고 다른 그 어느 누구도 필요하지 않고 오로지 그사람에게는 나만이 전부이기를...내가 그에게 있어서 행복이 꽉 차기를 바라게 되지요.
복슬개 존 브라운도 그래요.
나이들어 혼자 되신 로즈 할머니에게 자신만이 전부이길 바래요.
다른 그 어느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고..."할머니에겐 제가 있잖아요" 라고 간절히 말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할머니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고양이.
그 고양이에게 쏠리는 할머니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존 브라운은 때로는 무관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박도 하고 때로는 비열한 짓도 합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래요.
이런 존 브라운의 마음은 어쩌면 동생을 보게 되는 큰 아이의 마음과 같은지도 몰라요.
엄마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아기를 살짝 울려도 보고
아기가 하는 짓을 따라 하면 엄마가 이뻐 할까 싶어 따라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ㅠㅠ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어느 땐 일부러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체도 하는 그런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지....
그런 존 브라운의 마음을 알기에 할머니는 억지로 고양이를 데리고 오지 않고 존 브라운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고양이에게 우유를 줍니다.
물론 존 브라운은 존 브라운대로 할머니가 보시지 않는 틈을 타서 모종의 일을 합니다만 ^^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겠지요?
존 브라운은 그걸 깨닫습니다.
할머니가 진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할머니의 분홍덧신을 끌어안은 채 오래오래 생각을 하는 존 브라운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어느날에던가 엄마의 베개나 엄마의 옷을 끌어안고 오래오래 생각해 본 적이 없으세요? 거기서 풍겨나오는 엄마의 내음을 맡으며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그런 기억 말이죠.
비로소 할머니의 눈가에 웃음이 서립니다.
비록 말씀은 아니 하셨지만...존 브라운의 마음을 아시기에 드러내놓고 말씀은 아니 하셨지만 할머니의 눈가에는 슬픔이 가득했거든요.
하지만 존 브라운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할머니는 정이 많으신 분이십니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물건들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계시고 집안 곳곳 할아버지의 사진들을 걸어놓으시고 그를 추억하시는 할머니잖아요.
존 브라운을 그전과 똑같이 사랑해주실 겁니다.
각 방마다 다른 모양의 벽지, 거실 쇼파의 레이스장식, 할머니의 이불도 그 문양이 아름답지만
벽에 달린 전화기, 부엌의 물탱크, 벽난로, 할머니가 키우시는 화분 등등....가느다란 펜화로 그려진 그림은 참으로 고상하고 아름답습니다.
론 브룩스는 작품마다 화법을 달리하는 그런 작가인 듯 싶네요.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마다 그림이 다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