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천사 비룡소 걸작선 56
유타 바우어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로 이런 수호천사가 내게 있다면? 내 고민을 다 알고 있고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한번 휙 읽었을때는 수호천사로 인해 할아버지의 삶이 곤고한 날들 중에서도 좀더 편했겠구나...했는데 다시 한번 더 읽어보니 수호천사로 하여금 할아버지를 끝까지 지켜주게 만든 이유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감사하고 그것이 멋진 삶이었다고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그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그 일생 속에는 근대 독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멀리 있는 학교를 가는 길이 비포장인지라 커다란 웅덩이가 있기도 하고 가슴에 별을 달고 구별되어지다가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유태인 친구, 전쟁과 배고픔에 시달리기도 하고 정해진 직업이 없이 걸인의 생활까지도 해보어았던 할아버지.

담담하게 들려주는 할아버지는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난 멋진 인생을 살았단다....난 정말 운이 좋았단다"로 맺고 있다. 그래...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이고 그렇게 삶은 환하고 따뜻하고 멋진 것이겠지...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에게 힘들고 어렵고 마냥 행복하지만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돌아보는 시기가 왔을 때  "난 멋진 인생을 살았다"라고 할 수 있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왜 내 인생은 이랬을까... 그때 이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아이고....내가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놈만 아니었으면 진짜로 내가......등등등... 이런 후회로 점철되지 않기를 바란다. 늘 비관하는 사람은 끝내 비관하면서 죽게 되고 늘 낙관적이었던 사람은 죽음 조차도 낙관적으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내 죽음을 맞이하는 얼굴도 달라지겠지.

수호천사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그동안 내가 더 많이 당하고 더 많이 상심하고 더 많이 힘들 수 있었는데 수호천사가 있어서 그래도 이만큼밖에 안 당하고 상심하다가도 금방 일어설 수 있었고 그만큼만 힘들었던 거였다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더 많이 힘들 수 있는 것을 수호천사 덕분에 내가 이길만큼만 힘들 것이고 또 나는 금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좀더 편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하나님은 감당할만큼의 시험만 주신다고 하시니 말이다. 내가 희망을 품고 사는 만큼 수호천사의 힘도 강력하지 않을까? 

병원 침대 밑에 놓여진 소변통이며 출산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새밀하게 그려넣은 유타 바우어의 수호천사는 마냥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함도 치고 삐지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는 친근한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흐흐흐~~ 이런 천사라면 나이들어서 치매예방을 위해 같이 맞고도 칠 수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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