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꼽이 없어요! ㅣ 웅진 세계그림책 33
진 윌리스 외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자라면서 흔하디 흔하게 생긴 제 자신의 배꼽에 대해 별다른 의문도 생각도 없었던 듯 싶어요.지금처럼 자주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흔하게 할 수 없었던 제 유년시절.
그저 배꼽에 때가 끼지 않게끔 관리하는 정도로만 배꼽에 대해 관심을 보였었지요.
생물시간이나 가정시간에 배꼽에 대해 배웠던가? 지금 돌이켜봐도 뭐..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제 배꼽은 제 몸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채 늘 옷으로 가려져서 햇빛도 못보고 살아왔네요.
첫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누구나 사서 보게 되는 임신관련책자를 읽고나서야 아...배꼽이 이래서 있는거구나...알게 되었어요.
아직 채 자르지 않은 탯줄이 달린 핏덩어리 아기를 가슴에 안았을 때의 그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합니다. 제가 가슴에 안고 어르고 달래준 이후에 탯줄을 잘라주시던 의사선생님의 배려 덕에 전 제 아이의 배꼽이 생기기 이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지요.
생후 7일에서 10일 사이에 까맣게 말라비틀어진 탯줄이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던 그 앙증맞고 이쁜 배꼽.
지금도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그 배꼽을 볼 때면 얼마나 아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제 몸의 일부인 듯 느껴지고 바스라질 정도로 꽉 끌어안고 싶어지지요.
그런 의미에서 배꼽이 왜 있는지 자꾸자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호야야~ 네 배꼽은 바로 너와 엄마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랑의 증표야.
네 배꼽이 있는 한 엄마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
배꼽이 없어질리야 천부당만부당하니 말입니다.
그런데...이게 왠일입니까? 어느날 일어나보니 배꼽이 없어진 꼬마가 있네요.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죠.
배꼽을 찾으러 용감하게 밀림으로 모험을 떠나는 꼬마.
침대가 있던 방안에서 갑자기 밀림으로 장면이 확 전환되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은 그림책 왼편으로 그려져있는 도시의 풍경 때문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헝클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환상의 세계로의 몰입인지도 모르죠.
기린을 만나고 고릴라를 만나고 사자를 만나서 배꼽을 찾아보지만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배꼽.
급기야 사자왕은 배꼽이 있는 밀림의 동물들을 모두 부릅니다.
모두들 각자의 이쁜 배꼽을 으스대며 자랑스레 보여주는데 어? 한 녀석이 의심이 가네요.
누굴까~~~요?
아이로 하여금 왜 그 녀석은 배꼽이 없지? 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을 남겨줍니다.
왜 그런걸까? 되물으며 호야 배꼽은 왜 있는거라고 했지?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역시나..하도 쇄뇌되어서인지 조잘조잘 잘 말하네요 ^^
그래...그럼 어떤 동물들이 배꼽이 없는걸까?
기린과 고릴라와 사자...등등 배꼽이 있는 동물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말할 꺼리가 자꾸자꾸 생겨요.
이런 식의 조금은 학구적(?)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도 좋지만 내용의 마지막 한마디가 재미있어서 아마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배꼽을 만져보지 않았을까요? 군더더기없는 그 깔끔한 결말이라니..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저하고는 정반대...저는 주절주절 대마왕..ㅠㅠ)
또 그 내용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토니 로스 특유의 그림을 보는 재미인데 기린이 얼마나 키가 큰지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야만 볼 수 있고 수풀 속에 앉아있는 고릴라, 낮에는 낮잠을 자는데다가 빗으로 빗겨야 볼 수 있게 털이 많은 사자, 배꼽에조차도 줄무늬가 있는 얼룩말, 진흙투성이 속에 사는 하마...등등등.
전혀 강요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배꼽이 있고 없는 동물들을 분류해주고 각각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낸다. 거기에 재미까지 곁들인다.
이게 바로 진 윌리스와 토니 로스의 장점이라고 생각되어요.
진 윌리스와 토니 로스의 합작품은 이 책 말고도 [엄마, 내가 아기였을 때 어떻게 생겼나요]와 [꼭 잡아주세요, 아빠!], [나무늘보의 생일] 등이 있는데 모두 다 유쾌하고 기발한 내용으로 재미를 주면서 동시에 아주 기초적인 과학상식까지 주어서 좋은 거 같아요. 어렵지 않고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게 제가 평소에 선호하는 과학책의 조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