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심히 땡기는 드라마가 가끔가끔씩 있다.

그럴 때마다 영혼이 잠시 멈추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완전 몰입해서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 다시 없이 귀한 내 두 아들..호야와 수아에게도 무심해져버린다.

그리곤 나혼자 그 모든 속을 헤엄쳐다니며 감정이입을 하고야 마니...도저히 드라마를 자주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번에 이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

나는 이 드라마를 아니 볼 수가 없었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의 메인타이틀곡입니다.듣고싶으시면 플레이~~

제목부터가 근사하지 않은가? 꽃보다 아름답다니. 그것이 무어란 말이더냐.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어느 가수가 목놓아 불렀었지?

안치환이라고 검색해서 알아냄.

하여간 이 드라마로 인해 나는 가족이란 것에 대해 신물나게 생각해보았고 노희경이라는 한 작가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하며 그녀의 감성과 세상을 보는 눈..그리고 그 살을 에일 듯 다가오는 그녀만의 言語에 대해 올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지금 나는 드라마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인가 아님 책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인가?늘 그렇듯이 오리무중이로구만...-_-;;;

책에 대한 리뷰는 나중에 다시 한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만..게으른 여자..언제???

 

하여간!

그 드라마에서 미치게 슬픈 사랑을 나누는 미수와 인철.

그들을 묶어주는 책 한권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이 책인 것이다.

인철의 바램 중에 하나인 사랑하는 사람이 직접 지어준 밥을 맛있게 먹고나서 사랑하는 그녀에게 들려주던 책도 바로 이 책이었고

마지막으로 인철을 떠나보내며 미수가 빼곡히 적어내린 가슴 절절한 하고 싶은 일들도 바로 그전에 인철이 그녀에게 들려주던 이 책의 구절이었다.

그게 어떤 구절이었냐구?


소풍가기,강가에서 낚시하기, 낚시로 잡은 물고기 구워먹기

새우와 크로와상과 쫀득쫀득한 쌀밥 먹기, 수영하기, 춤추기

당신이 골라주는 구두와 속옷과 향수 사기, 신문 읽기

가게 진열장을 한참동안 바라보기, 지하철 타기, 열차 시각 확인하기

둘이 앉는 자리를 당신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투덜대며 옆으로 떼밀기

빨래 널기, 파리 오페라 극장에 가기, 베이루트와 비엔나에 가기

시장 보러가기, 슈퍼마켓에 가기, 바비큐 해 먹기

당신이 깜박 잊고 숯을 안 가져 왔다고 볼멘소리 하기

당신과 동시에 양치질 하기, 당신 팬티 사주기, 잔디 깎기

당신 어깨 너머로 신문 읽기, 당신이 땅콩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하기

루아르 지방과 헌터 밸리의 포도주 저장고 견학하기

바보처럼 굴기, 재잘거리기, 당신에게 마르타와 티노를 소개하기

오디 따기, 요리하기, 베트남에 다시 가서 아오자이 입어보기

정원 가꾸기, 당신이 코를 골며 잘때 시끄럽다고 투덜대며 쿡쿡 찌르기

동물원과 벼룩시장에 가기,파리와 런던과 멜로즈에 가기

런던의 피커딜리 거리에서 돌아다니기,당신에게 노래 불러주기

담배끊기, 당신에게 손톱 깎으라고 요구하기,그릇 사기

우스꽝스러운 물건들과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 사기

재즈와 레게음악 듣기, 맘보와 차차차 추기, 심심하다고 투정부리기

변덕 부리기,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깔깔거리며 웃기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당신을 놀리기

소들이 보이는 곳에 있는 집 찾으러 다니기

점잖지 못한 물건들로 쇼핑카트를 채우기, 천장에 페인트 칠하기

커튼 꿰매기, 재미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몇시간동안 식탁에 앉아있기

당신의 짤막한 턱수염을 잡고 당신을 꼼짝 못하게 만들기

당신 머리 깎아주기, 잡초 뽑기, 세차하기, 바다 보기

시시풍덩한 옛날영화 다시 보기, 공연히 당신 이름 불러보기

당신에게 야한 농담 하기, 뜨개질 배워서 당신에게 목도리 떠주기

그랬다가 보기 흉하다고 다시 풀어버리기

주인없는 고양이와 개를 거두어 먹이기, 앵무새와 코끼리에게 먹이 주기

자전거를 빌려서 타지 않고 그냥 놓아두기, 해먹에 누워있기

할머니가 보시던 비코네 식구들의 이야기 다시 읽으며 쉬잔의 드레스 다시 보기

응달에서 마르가리타 마시기, 게임하면서 속임수 쓰기

다리미 사용법 배우기, 다리미를 창문 너머로 내던지기

빗속에서 노래 부르기, 관광객들 피해 다니기, 술에 취하기

당신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나서 때로는 거짓말이 약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

당신 말에 귀 기울이기, 당신에게 손 내밀기, 버렸던 다리미 다시 찾아오기

대중가요의 가사를 음미하기, 자명종 맞춰 놓기

우리 여향가방 챙기는 거 잊어버리기, 조깅 며칠 하다 그만두기

쓰레기통 비우기, 당신이 날 여전히 사랑하는지 물어보기

이웃집 여자랑 수다떨기

당신에게 바레인에서 보낸 내 어린시절 이야기 들려주기

내 유모의 반지와 헤나 냄새와 호박으로 된 동글동글한 장신구들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계란반숙이나 커피 따위에 적셔 먹을 길고 가느다란 빵조각 만들기

잼 단지에 붙일 딱지 만들기..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중에서 p19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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